잠복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잠복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 "마쓰모토 세이초" 의 소설은 이런 특징을 가진다고 한다.

 

 

“물리적 트릭이 아닌 심리적인 작업으로 이야기를 구성할 것, 작가가 만들어낸 특이한 환경이 아니라 일상에서 설정을 찾을 것,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 아닌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사람을 등장시킬 것, 누구나 경험할 만하고 어디서나 일어날 것 같은 서스펜스를 추구할 것.”

 

 

한 칼럼니스트의 에피소드가 있다. 그는 거인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택시에 올랐는데, 기사가 상복과 식장의 이름만 듣고 대번에 마쓰모토 세이초의 장례식에 가는지 알아봤다.


 

 

출처: [이 작가가 수상하다](3) 마쓰모토 세이초(1909~1992) -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6241619365&code=900315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광범위하게 사랑을 받은 작가가 흔할까? 혹은 유명해서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그의 소설을 모두 읽고, 그의 소설이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 유명해진 작가가 흔할까? 이 책, 단편미스터리 걸작선 '잠복' 의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 가 바로 그런 작가이다. 일명 '국민작가' 라 불릴 만 하다.

 

 

이 책에는 세이초의 추리소설 데뷔작인 <잠복>을 포함하여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앞서 말한 그대로 그의 소설들은 작가가 인위적으로 창조해낸 환경이나 장소가 아니라 일본 어딘가에 있을 만한 곳에서, 이웃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 등장하며,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어디서나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일들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 표현하는 방법도 사건이나 현상의 나열, 트릭의 설치, 반전등의 형식보다는 심리묘사를 통하고 있어, 지금 유행하는 추리, 스릴서, 서스펜스 소설들에 비하면 충격적이거나 자극적인 장면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8편의 단편을 하나하나 읽어가다 보면 과거 일본에서 일어난 일들이나 사회적 분위기들을 알수 있다. 잠복, 귀축, 지방신문을 구독하는 여자, 일년 반만 기다려 등에서는 남녀차별이란 단어만으로는 표현 할 수 없는, 그들의 가정에서 차지하는 남성과 여성, 남편과 아내, 아이들에 대한 인식, 그런 체제에 대한 모순등을 알수 있다. 그 억압된 분위기에서 살인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불편한 구조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카르네아데스의 터널에서는 역사학이라는 학문에서, 시절과 사상에 따라 역사학의 기술관점이 바뀌는 현실을 볼 수있었다. 그 중심인물들이 때로는 전쟁을 일으켰고, 지금까지도 역사를 조작하고 있다는 불편한 사실을 볼 수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전쟁의 폐허속에서 벗어나 점차 산업화되고 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일본 사회가 겪게 되었던 모순과 불편한 진실들을 개개인의 사연과 그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잔잔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을 때 일단 일본이라는 환경적 차이와 50년이 넘는 시간의 간격때문에 그렇게 즉각즉각 가슴에 와 닿거나 흥분되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그 시절의 일본 모습을 찾아보거나 앞서 언급한 기사들을 참고하면서 보았더니 좀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것 같다. 그리고 소설보다 더 소설같았던 세이초의 일생과 열정적인 집필 활동을 알고 나서 보면 그 성실성에서 감탄을 금할 수가없다. 그렇게 국민들에게 오랜시간 사랑을 받았던 작가 였으나 관에서 받은 훈장하나 없다는 것을 보면 일본이란 나라의 보수성에 대해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1950년대 도쿄-

 

 

이 책은 추리소설을 읽은 즐거움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와 영토 문제, 위안부 문제, 군사협정 문제등의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 좀더 이해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재미있었고, 단 숨에 읽어버릴 만큼 가독성도 좋았다. 읽고 나서 더 큰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특히 여름에 읽으면 괜찮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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