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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짧은 세계사
제프리 블레이니 지음, 박중서 옮김 / 휴머니스트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아주 짧은 세계사 A Very short History of the World

이 책은 2000년에 나와 인기를 끌었던 저자의 <짧은 세계사 A short History of the World>가 내용이 너무 길어 '그렇게 긴 책은 읽은 시간이 없다' 는 독자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짧게 쓴 역사 책이다. 이 책에서는 시대별, 나라별로 역사를 표현하는 일반적인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시기를 표현하는 정확한 연도도 표시하지 않았다.
아프리카에서 출연한 최초의 인류가 지구 전역에 정착하게 되는 긴 과정을 이야기 마치 하듯이 표현한다. 하나의 대륙으로 연결되어있던 지구에서 인류가 이동하는 기나긴 과정, 빙하가 녹으면서 지구가 각 대륙으로 나눠지고, 그 곳에서 고립된체 살아가게된 사람들, 그 후 배를 만들어 대륙을 오가게 되는 일들, 큰 강들이 생기고 그 곳에서 문명과 도시가 발달되는 일들이 편안하게 펼쳐진다.
시대가 발달하고 각 대륙을 지배하던 군주가 나타나고 제국이 생기고 스러지는 과정, 교역이 일어나는 일들, 종교가 생기고 변절되고 발전해 왔던 과정, 발명을 통한 과학과 수학의 발달, 그로인해 파생된 무기의 발달과 달착륙, 문화와 예술, 건축이 발달하는 과정, 사상의 발달, 식민지와 노예, 독립전쟁, 독제자와 세계대전등 인류가 겪었던 거의 모든 일들이 다뤄진다. 읽을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어찌 생각하면 참으로 경이로운 책이 아닌가 한다.
지구가 태어나 생명이 생기고 몇번의 빙하기가 왔다가 가고 인류의 역사는 그 지구의 역사에 비하면 얼마되지 않지만, 그동안 인류가 이루어 놓은 것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밖에 말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마 그 방대한 세계사 속에 우리의 역사는 큰 비중을 차지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중국의 자리에 생겼다 사라진 많은 나라들을 그저 '중국' 이라 표기해 놓은 때문일까, 황제나 징기스칸, 현대에 들어와서는 일본이 지배한 나라의 테두리에 우리가 속해 있었기 때문일까. 인류의 역사에 나타난 큰 문명들도, 큰 사상가도, 큰 종교도, 큰 발명도 모두 우리와는 관계가 없기 때문일까.

이런 책을 읽다보면 역사가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깨닷게 된다. 이방인에게 비친 우리의 모습이 어떤가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왜 그렇게 불편한 느낌이었는지 모르겠다. 남들은 역사를 왜곡해서까지 그들의 역사 연도를 높이고 있는데, 우리는 이상하게도 낮추지 못해 안달이고, 남들이 우리 역사와 영토까지도 다 가져가려고 용쓰는 동안 우리는 더 주지 못해 안달인 이상한 정부을 보고 있어야 하니 말이다.
일제가 강제로 우리나라를 범하고 역사를 왜곡하고 몇십만권이 되는 역사서를 거져가고 식민교육을 통해 문화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그 후유증이 참으로 길다. 동북공정을 통해 중국 정부가 자기들의 역사에 편입하고자 하는 홍산문화 (신석기문화), 그 문화가 우리 선조들이 만든 문화인지도 모른다는 것을 사람들은 관심이나 있을까. 그렇다면 이 책이 다르게 쓰여져야 한다는 것도. 연구를 하고 싶어도 할 수없는 현실을 어찌 생각할까. 남들이 이렇듯 우리것을 가져가려고 애쓰는 동안 정부차원에서 하는 일이란 과연 무엇일까. 고구려가 우리 역사라고 외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에 과연 그 누가 관심을 가질 것인가... 아무래도 이런 생각으로 마음이 무거웠나 보다.
이 세계사는 연도 때문에 해깔리지도 않을 것이고, 너무나 자세해서 머리아픈 그런 역사도 아니다. 그냥 생각날 때마다, 혹은 관심있는 분야를 펼쳐서 읽으면 된다. 굳이 앞 챕터를 읽어야 이해되는 책이 아니다. 연결은 되어있으나 연역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재미있냐고 묻는다면 글쎄 꼭 그렇다고는 말 못하겠다. 앞서 말했던 것 처럼 이책은 자세한 역사가 적혀있지 않기 때문에 누가 읽느냐에 따라 어찌 받아들이는가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계속 서술되는 형식으로 되어있고 간단하게 나오거나 건너뛰거나 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약간은 지루한 면이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공부하는 학생이 읽으면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좋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조금 걱정이 된다. 물론 그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청소년들이 훌륭한 우리 역사를 너무나 하찮게 볼 수도 있겠다 싶어서이다. 그냥 가벼운 역사서를 가지고 왜 그러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역사는 정말로 바로 읽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정치적일 수 있는 것이 바로 역사다. 역사는 승리자의 입장에서 씌여지기 마련이고, 이 책 또한 서양인의 시각에 의해 씌여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세계사도 다시 씌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민족주의에 빠진 어리석은 사람이 되는 것일까.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