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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허허당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책을 손에 드는 것 만으로 마음이 가라앉고, 내가 있는 곳이 마치 구도자가 거하는 산중의 작은 암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드는 그런 책이 있다. 내겐 법정 스님의 책이 그러했고, 이외수님과 류시화님의 책이 그러했다. 그리고 거기에 허허당 스님의 책이 추가되었다.
깨달은 자의 글은 늘 간결하고 향기가 나는 듯 하다. 같은 스님의 책이라 해도 다 깨달음의 글을 담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 몇몇 스님들의 책을 읽으며 내가 느낀 점이다. 책에는 어떤 기운이 담겨있는 듯하다. 읽기도 전에 그 기운에 매료되기도 하고 겉으로는 깨달음을 말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관심이나 돈이나 권력에 대한 강한 욕망을 감추고 있는 글들은 나도 모르게 기분이 나빠진다.
이 책은 전자의 경우였다. 누구나 읽어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있는 동화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고, 왠만한 지식이나 이해력이 없다면 한번에 이해하기도 힘든 어려운 문장으로 가득찬 책이라고 느낄 수 없는 그런 고결한 느낌은 표현의 현란함과는 관계가 없는 것 같다. 진정한 마음은 어떻게는 전해지기 마련이니까.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있는 쉬운 글에서 오히려 더 큰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허허당스님의 그림은 또 어떤가. 일관되게 나오는 사람과 새와 자연의 모습은 모두 보살님의 모습을 하고 있다. 화면을 가득채운 작은 보살님들이 더큰 생명체와 자연과 연결되어 있고 그 자체로 또 전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책에는 억지로 가르치려는 글 귀도 없고, 저자의 깨달음을 과시하려는 모습도 없고, 삶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한 충고도, 위로도, 해결책도 없다. 요즘 유행인 '힐링' 이라는 흔한 모습과도 거리가 멀다. 그러나 잔잔히,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편안하고 아름답게 있는 그대로의 그저 써내려간 글귀들과 그림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누구는 거기에서 치유를 받을 것이고 누구는 고민거리를 얻을 수도, 누구는 삶의 고단함을 내려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이 책을 읽느냐에 따라 많은 것들을, 원하는 것을 얻을 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