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의 온도 - 조진국 산문집
조진국 지음 / 해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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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온도 –‘청춘을 위한 송가(頌歌)-

 

 

약속도 없고 다짐도 없는 시간을 등에 업고 자존심이 더 부서지고, 해지고, 슬퍼질 때까지 다시 글을 쓸 것이다. 다시 대본을 쓸 것이다. 다시 아이디어를 떠 올릴 것이다-거북이를 위하여/ p214 –

 

 

 

 

 

 저자의 글에서 난 나의 모습을 보았던 것 같다. 아무리 서글픈 삶이라도 삐에로는 서커스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 없다. 쇼는 어김없이 시작되고 관객은 쇼가 시작되기에 앞서 삐에로의 우스꽝 스러운 모습을 보며 서서히 기대감을 키우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삐에로의 역할이고, 그러기에 삐에로의 모습은 차라리 슬픔이다.

 

 

 

 

 

나도 처음 알았다. 청춘(靑春) 이란 말의 의미가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서 만물이 푸르게 된 봄철을 말한다는 걸. 그런 사람과 그런 시절을 뜻한 다는 걸. 우리는 지나고 나서야 그 시절의 푸르름을 떠올리고, 그 풋풋한 시절이 다시 오지 못한 다는 슬픈 사실을 알아차린다. 나의 청춘은 어땠나. 지금인가? 아직 오지 않았나?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하기엔 난 이미 늘어져가는 피부탄력과 몹쓸 체력을 한탄하는 아줌마가 되었다.

 

 

 

세상은 요즘 들어 유난히 청춘을 언급한다. 슬퍼서 청춘이고, 아파서 청춘이고, 마음만은 청춘이다. 그러나 이 시대의 진짜 청춘들의 고통에는 그 어떤 해결책도 내 놓지 못한다. 이건 차라리 기만이고 사기다. 그 어떤 해결책도 내줄 수 없기에 결국은 그렇게 사는 게 당연한, 그것이 바로 청춘이라고 규정해 버린 듯한, 기성세대의 책임회피에다 그걸 팔아먹기까지 하니 상술까지 더 얹어진 기만이고 사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저자는 이미 40대에 들어섰지만 참으로 젊어 보인다. 게다가 나보다도 나이가 많지만 아직도 청춘인 것 같다. 그의 고민과, 그의 아픔과, 그의 방황은 아직도 20대의 그것처럼 싱싱하게 살아있다.

 

 

 

 아직 젊고도 젊은 나이인 내가 이미 놓아버린 그런 것들을 저자는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사랑의 아픔이나, 하룻밤 함께 보낼 여인을 찾는 처절한 외로움이나, 좁은 방 한 칸 안에서 벌어진 수많은 사연들과, 그 사연들과 함께 떠오르는 수 많은 청춘의 노래들. 그의 마음에는 나에게는 없는 그런 서슬 퍼런 슬픔이 살아있고, 아직도 잠 못 드는 밤의 낭만이 살아있다.

 

 

외로움의 온도 속에는 참으로 많은 청춘들이 등장한다. 그와 친하게 지내는 동생들과 선배, 친구들, 그가 만난 여인들과, 그 사람들이 겪은 일 속에 등장하는 또 많은 청춘들. 그들은 갈 곳이 어디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몰라 고민하고,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며, 돈이 주지 못하는 행복을 그리워한다. 저자 또한 그 속에서 꿈을 향해 달려간다. 부끄러웠던 과거의 가난과 이미 이 세상에 없는 부모님과 뒤늦게 화해를 한다. 그런 아픔을 겪고 그는 지금의 안정과 성찰과 성장을 얻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늘 그 시절의 청춘이다. 그는 언제나 삐에로일 것이고, 거북이처럼 다시 차가운 바닷속으로 기꺼이 들어갈 것이다. 나는 한동안 잃어버렸던 그런 감정을 그의 글로부터 얻을 수가 있었다. 그 누구도 청춘의 고민을 대신할 수 없고, 그 누구도 그런 청춘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가 없다. 그러니 그런 시절은 곧 지나간다고, 아파서 청춘이라고, 지나면 다 추억이라고, 너는 성장하고 더 나아질 거라고 거짓말의 주사를 놓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 또한 그런 강렬한 파도를 거치며 30대가 되었다. 나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바보같이 살아온 나의 20, 늘 아프기만 하고 늘 방황했던 나의 청춘, 빛나던 20대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나의 노래로 나의 아픔을 치유했다. 이제는 그 시절의 나를 받아들이고 용서할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이 책 속에 나오는 많은 청춘들의 노래처럼 난 나의 노래를 불렀고, 그런 나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젠 나를 용서하고 새로운 노래를 부를 용기가 생긴 것이다.

 

 

 

 

 

거북이가 알을 낳고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다시 차가운 바다로 돌아가듯, 저자 또한 그런 삶을 살아갈 것이고 나 또한 그러할 것이다. 거친 인생의 바다에 난 또 주인공이 아닌 삐에로의 역을 맡아야 할 지라도 난 나의 인생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또 다른 노래를 부르고, 또 다른 눈물을 흘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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