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담의 신
린지 페이 지음, 안재권 옮김 / 문학수첩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고담의 신

 

 

 


시대는 바야흐로 1800년대 중반. 무법천지 였던 뉴욕 (Gotham: 뉴욕시의 속칭)에 경찰국이 출범했다. 화재사고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우리의 주인공인 티머시 와일드는 뉴욕 맨하튼의 한 술집에서 바텐더로 10년이나 일해온 남자다. 말하는 입술만 보고 어떤 말인지 알아낼 수있고, 뒷골목의 은어도 좀 할 줄 알며, 섬세하고 뛰어난 통찰력을 지닌 매력적인 남자. 그의 형 발렌타인 와일드에 의해 우여곡절 끝에 경찰이 된 그가, 한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하면서 진정한 경찰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등장 인물을 얼마 되지 않는다. 사건의 키가 되는 버드, 주인공의 형 발렌타인 와일드, 상사 맛셀국장 , 동료 피스트, 아이들을 주로 돌보는 의사 폴즈그레이브 박사, 불법으로 아이들에게 몸파는 일을 시키는 실키마시, 그가 사랑하는 여인 머시 언더힐, 그녀의 아버지 언더힐 목사, 주인공의 집 주인이 주요 인물들이다.

 


어느 날 밤, 피투성이가 된 잠옷을 입고 거리에 뛰쳐나온 '버드' 라는 몸 파는 일을 하던 거짓말 장이 꼬마 여자아이를 만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그 후 거리의 쓰레기 통에서 몸이 십자모양으로 갈라지고 비장이 사라진 소년의 시체가 발견되고, 버드와 그 소년의 이야기가 연결되면서 소설은 전개가 되고 도시와 떨어진 한적한 곳에 20여구나 되는 그와 같은 아이들의 무덤이 발견되면서 의문은 점점 커져간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점은 참으로 묘사가 치밀하다는 것이었다. 첫 도입부는 강렬했다. 피투성이가된 아이를 만나는 장면. 그러나 그 후 시점이 바뀌어 주인공이 술집에서 일하는 장면의 묘사, 그가 화재로 다치고, 그 것을 계기로 사이가 좋지 않던 형에 의해 경찰이 되기까지 몇십페이지나 할애한 그 묘사는 정말이지 읽기가 불편할 만큼 치밀했다.

 


책의 중간중간 한 페이지의 반은 그냥 읽지 않고 건너 뛰어도 될 그런 치밀한 묘사는 이런 추리, 스릴러 물에는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사건이 빨리 전개가 되고 손에 땀을 쥐게하는 전개를 바랐다면 이 책은 정말로 인내심을 요하는 책일 터이다. 마치 잘 만들어진 추리, 스릴러 영화를 소설로 옮긴듯한 느낌이랄까. 만일 영화였다면 한 컷에 담을 만한 장면도 그 화면을 떠오르도록 글로 쓰자면 장황한 설명이 필요한 것이니까 말이다.

 


다른 한가지 특징은 만일 그 시대의 사회상, 거리의 모습, 의상등을 모른다면 읽고 이해하기에 참 어려울 듯 했단 것이다. 우리와는 문화가 많이 다르기에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그래서 읽기가 더 장황하고 힘들지 않았나 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말고 소설의 시대상을 담고 있는 영화를 검색해 보았고, 그런 노력을 기울인 이후엔 소설에 좀더 집중할 수 있었다. 심리묘사에 대한 부분은 참 좋았던 부분이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 영혼을 불어넣고, 그렇게 행동하게 된 데에 정당성을 부여하기에 적당했다고 본다. 버드의 모습도 참으로 귀여웠다.

 


추리와 스릴러 미스테리등의 특성상 많은 내용을 말 할 순없지만 이 책을 읽을 계획이라면 먼저 그 시대상을 알 수 있는 사진이나 영화등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우리가 이제껏 보아왔던 그런 잔인하고 자극적인 내용의 소설은 아니다. 아마도 이 소설에서 우리가 발견 할 수있는 것은, 지금도 여전한 빈부격차, 사람의 목숨따윈 별로 중요하지 않는 악당들, 종교 갈등, 집단 이기심, 그런 것들을 해결하기는 커녕 부추기고 교묘히 이용하는 정치꾼들의 모습 등이 아닐까 한다. 강렬한 반전등도 기대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저 호기심을 자극하는 적당한 수준의 소설을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아마 많은 극찬을 받은 것은 문화의 차이와, 무엇을 기대하는 가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는 시각의 차이가 아닌가 한다. 읽을 때는 조금 답답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주인공의 매력이 더 생각나는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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