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참자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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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자

 

 

 

 

개인적으로 일본 소설은 편하게 읽기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사건의 전개나 긴박감, 속도감 보다는 심리묘사나 감정표현에 더 공을 들인다고 해야 할까? 일본어를 공부하지 않았기에 읽을 때 생소한 이름들이나 지명 등에 머리가 아프기도 하였고, 긴 호흡에 성질 급한 나로서는 읽다가 차마 덮을 수도 없어 후회를 하면서 극기 훈련을 하는 심정으로 끝까지 읽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같은 동양인 이지만 우리와는 다른 문화라던가 정신세계가, 먼 서양의 문화보다도 오히려 더 이질적이고 이해하기 힘들기도 했던 의아함 때문이기도 했다. 이 소설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 용의자 X의 헌신에서도 또한 그런 느낌을 받았었기에 이 소설에 대한 기대도 솔직히 크지 않았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소설에 나타난 용의자들의 이야기에 동화되고, 주인공 가가 형사의 비상하면서도 용의 주도한 관찰력과 그와 대비되는 통찰력과 친화력이 이전의 편견을 완전히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의 배경과 등장인물은 도에이 아사쿠사 선 닌교초 역으로 가는 길목의 소규모 상점가 아마진케요코초 일대의 상점과 주민들이며 근처 고텐마초 아파트에서 45세 이혼녀 미쓰이 미네코가 교살된 체 발견되고 가가 교이치로 형사가 새로이 부임하면서 사건은 전개된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후 가가 형사가 살인사건과 연관될 만한 상점가의 주민들을 차례차례 만나면서 그들이 가진 비밀들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겉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게 그들만의 사연이 있음을 알게되고 작은 실타래들이 풀려가면서 사건이 해결된다.

 

주인공 가가 형사는 일반 형사들이 보지 못하는 아주 작은 단서들을 놓치지 않고 거기에 담긴 큰 의미들을 찾아내는 통찰력과 직관력을 갖고 있다. 목적은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된 관련자들의 비밀스런 사연 또한 놓치지 않으며 오해를 풀어주고 가슴의 상처까지도 어루만져 주는 치유의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주인공은 왜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어떻게 해결하는 가라는 과정에 치중하기 보단 그 마을의 신참으로써 그들의 삶과 일상에 관심을 가지고 따뜻한 인간적인 교감으로 파고들어 그들의 상처와 오해를 풀어주고 어루만지며, 한 인간으로써 성숙할 수 있는 여지까지도 만들어 주는 존재인 것이다.

 

우리가 늘 얼굴을 맞대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피상적으로 건네는 인사나 노골적이고 질투심 어린 관심 이외에 한번이라도 인간적인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가족 이라고 해도 과연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어떠한 꿈을 가지고 사는지 진정 어린 관심이나 손길을 보내본 적이 있는가. 그러나 오히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관심과 사랑과 울타리를 원하지 않는가.

이 소설 속의 등장 인물들은 그런 우리들의 그런 자화상이다. 잔인한 살인사건 조차도 가족의 못난 모습을 감싸주려 하는 애틋한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여느 추리소설에서 보이는 큰 스케일, 긴박감 있는 전개, 속도감이나 쇼킹한 반전은 없었지만,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나타나는 비밀들에 얽힌 진실들에서 참으로 따뜻한 인간을 느꼈고 아픔 속에서 한 단계 성숙하는 인간들의 감동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 소설이 추리 소설이라 자세한 설명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일상에 지친 많은 사람들, 나처럼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잔잔한 감동과 추리소설의 묘미까지도 얻을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책 읽기의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가가 씨는 사건 수사를 하는 게 아니었나요?"

"물론 하고 있죠. 하지만 형사가 하는 일이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사건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역시 피해잡니다. 그런 피해자들을 치유할 방법을 찾는 것도 형사의 역할입니다.” P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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