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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리즘 철학 - 간결하고 매혹적인 철학에의 탐구
조중걸 지음 / 한권의책 / 2012년 4월
평점 :
아포리즘 철학-간결하고 매혹적인 철학 입문서
아포리즘 [aphorism]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
금언 ·격언 ·경구 ·잠언 따위를 가리킨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유명한 아포리즘은 히포크라테스의 《아포리즘》 첫머리에 나오는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말이다.
[출처] 아포리즘 [aphorism ] | 네이버 백과사전
나는 이 책을 짧은 격언들을 통해 고대에서 현대까지의 중요한 철학자들과 그들의 철학을 살펴볼 수 있는 아주 유용하고 훌륭한 철학 입문서라고 말하고 싶다.
철학이라 하면 학창시절 윤리시간에 무슨 뜻 인지도 모르고 시험을 위해 기계적으로 외웠던 기억 때문에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래서 성인이 된 후에도 한번쯤은 공부를 해 보아야지 하기만 했지 어떤 식으로 접근할 지가 막막했다.
그러던 차에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은 채 무심히 펼쳤던 책에서 내 오랜 갈증을 해소 할 수가 있었다. 아마도 처음부터 소크라테스, 플라톤, 칸트 등의 철학을 설명한 책이나 그들의 저서들을 접했다면 나의 오랜 선입견과 편견은 그대로 굳어질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간결한 한 문장에서 시작한 설명은 그 속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책의 내용을 근거로 철학은 크게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재론-자유의지론, 절대주의와 소피스트들의 경험론-결정론, 상대주의 대립의 발전과 진화에 있지 않나 한다.
그런 철학이 당시 철학자들이 활동하던 시대의 사회상을 공고히 하기도 했고, 새로이 발전하는 무역과 공업에 의해 부를 축적한 사회층의 입장을 대변해 주기도 했으며, 가톨릭에서 기독교가 새로운 종교가 되기까지의 명분이 되기도, 왕의 절대 권력과 귀족들의 폭정에서 벗어나 민주주의로 발전하는 동력이 되기도, 지동설과 진화론의 과학적 발전의 기저가 되기도 했다. 예전에 얼핏 들었던 ‘철학에서 모든 학문이 발전했다’ 는 이유, 철학과 정치경제, 과학, 윤리가 왜 따로 떨어질 수 없는지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고대 철학에서부터 현대까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대표적인 철학자들과 철학들을 설명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까지의 철학적인 논쟁과 쟁점들을 두루 살필 수 있고 과거를 부정하거나 보강하거나, 발전시키거나 반작용으로 인해 생겨난 새로운 철학적 사조들을 만날 수 있다. 한 줄의 격언에서 그러한 진정한 의미를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이를 테면 니체의 ‘신은 죽었다’ 란 말은 흄과 칸트 이후의 신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말한다. 그 전 인식론상의 합리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경험의 범위를 넘어선 곳에도 이성을 적용시킨다는데 있다고 한다. 신은 우리의 감각인식을 넘어선 곳에 있으므로 신의 존재 유무는 우리가 이성의 작용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며, 신이 죽었다는 말은 즉 합리적인 인식론에 있어서의 신이 소멸되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키르케고르의 ‘신 앞의 단독자’ 란 말에서는 전통적 가톨릭과 개신교의 신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정통과 이단의 문제는 ‘알 수 있는 신’과 ‘알 수 없는 신’ 사이의 문제와 얽히게 된다. ‘오로지 신앙만으로’ 라는 개신교의 이념은 ‘신앙뿐 아니라 행위에 의해 구원받는다’ 는 로마 가톨릭교의 이념과는 완전히 상반되며 경험론적 인식론 하에 있는 키르케고르에게 있어서는 신의 뜻에 부응하는 신앙의 행위는 없다는 것이며, 신에 대해 어떤 것도 모르는 채로 신에게 다가가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나처럼 철학의 문외한이라면 읽기가 조금 힘들지는 모르겠지만 철학에 입문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없을 것 같다. 왜 시대에 따라 그런 철학 사조가 발전했는지, 철학의 전환으로 우리 사회가 발전해온 발자취 그리고 현재를 지배하는 철학은 무엇인지, 종교를 바라보는 시각, 정치경제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넓힐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깊이는 없지만 전체적인 흐름이나 특징들을 알게 되었으니, 나아가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된 철학자의 저서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용기가 생긴다. 아마도 한번 읽어서는 흐름이나 줄기가 잡히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한번 천천히 정독하며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참으로 오랜만에 좋은 책을 만난 기쁨을 만끽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