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무사 이성계 - 운명을 바꾼 단 하루의 전쟁
서권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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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무사 이성계

 

 

2007년 실천문학신인상을 수상했으나 2009년 아깝게 타계한 작가 서권의 유작 소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작가 서권이 타계한 것을 알았다.
이 책 전에 아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마적' 이라는 14권의 장편대하소설을 탈고한

것도, 시골무사 이성계의 탄탄한 문장력은 바로 2001년 부터 7년간 쓴

그 장편대하소설 '마적' 때문이었단 것도.


작가는 집필실이 없어 자신의 승용차와 집 식탁에 앉아 7년이라는 그 긴시간 동안

엉덩이가 짓무르도록 글을 썼다고 하는데, 그렇게 목숨을 걸고 쓴 책이 아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나는 원래 전쟁영화 전쟁소설 등 전쟁이 들어가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역성혁명에 성공하고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의 숨겨진 면모를 볼

수있어서 좋았다.


난 그가 원래 잘 나가던 장수 혹은 뛰어난 촉을 가진 정치인 일 거라고만 생각했지
그 시대에 할아버지뻘까지 되어서 변방을 떠돌아 다니며 무시당한 사람일 거라고는

생각을 해본적도 없다.


오래전 의도적으로 만든 드라마에선 군대의 힘으로 권력을 잡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거나, 그 후 방송된 드라마에선 아들 이방원을

못잡아 먹어 안달난 호랑이 같은 사람으로 그려지기도 했으니까.

 

이 소설은 고려말 1380년(우왕 6) 9월에 이성계등이 황산(지금의 전북 남원시 근처)
에서 왜구를 크게 무찔러 승리한 전투인 '황산대첩' 을 소재로 하루동안의 전투를

쓴 것이다.

 

소설의 구조는 크게 '대립' 에 촛점을 두고 있는데 왜구와 고려군의 대립, 왜의

수장인 아지발도와 고려의 수장인 이성계 의 대립 그리고 고려 진영안에선 수구

세력인 포은 정몽주와 변안열, 신진세력인 정도전과 이성계의 양측간의 대립,

그리고 고려 중앙군과 이성계의 특별대격 인 가별치의 대립, 원명 교체기의 고려를

사이에 둔 원과 명의 대립등으로 구조화 되어있다.

 

기울어가는 고려와 원, 그리고 세력이 커지고 있는 명
그 속에서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 변혁을 꿈꾸자, 그리고 그런 자들 사이에서

결국 피해를 입게되는 민초들의 삶.


하루에 일어나는 일들 사이에 그 시대가 처한 긴박한 상황과 그 안에서 그들이 꿈꾸는
이상들이 각기 대립속에서 긴장감있게 그려지고 있다.

 

소설속의 이성계는 여느 소설이나 영화에서처럼 전지전능한 주인공은 아니다.
소외당하고, 외롭고, 고독하며, 늘 자신이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자신의 피붙이

같은 부하들과 함께 죽을 고비를 몇번이나 넘기는, 전쟁중에 이유없이 학살되는

양민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는 약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은 원하는 것을 이루어 내는 강한 사람으로.


전투에서 승리한 후가 난 참으로 궁금했는데, 시간이 흘러 조선을 개국한 후 몇 번의
왕자의 난을 거쳐 이방원이 집권한 후 궁을 나와 산천을 주유하는 모습으로 건너뛴게
개인적으로 참 아쉽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흐르는 쓸쓸함이 오히려 극대화 되는 것

같아서 오히려 더 괜찮았단 생각이 든다.

만일 전투에서 승리한 후 자신을 무시하고 방해한 고려군 내의 대립한 주인공들을
응징하는 식으로 흘러갔다면 그저그런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짧은 하루동안의 이야기 속에서 가진자들은 자신이 가진 것들을 놓지 않기 위해,
의미없는 명분이나 정치싸움 으로 인해 파생된 전쟁의 책임을 면할 궁리만 하고 있는
모습이 현재의 모습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나를 너무나 무기력하게 했다.
 
며칠 전 있었던 총선에서도, 앞으로 있을 대선에서도 소위 말하는 권력자들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고, 혹은 그 권력을 가지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여 국민들을
우롱할 것이고,  그 전쟁중에 결국 피를 흘리는 것은 이름없는 민초, 국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각성하지 못하고 영웅이 나타나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흡입력 있는 문장 들을 눈으로 빠르게 따라가면서 나는 그런 것을 보았다.
시간은 흘렀으나 그때의 전쟁은 형태를 바꿔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그 속에서 또 다른
이성계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있겠지.

그런 그들의 꿈이 욕망이 아닌 순수한 꿈이기를 바란다면 한심한 걸까.

 

황산대첩이 궁금하여 검색을 해보았는데 남원에서는 1986년 부터 황산대첩을

재현하는 축제를 해오고 있다고 한다.
한번 찾아가서, 피바위전설, 인월(引月)이란 지명의 유래, 여원치 마애여래상등의
소설에서도 나오는 전설이나 지역을 찾아가 보는 것도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여 아직 주인을 만나지 못한 작가의 대작 '마적' 도 주인을 만나 하루빨리

우리가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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