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고전강독 1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게 최고의 인생을 묻다 공병호의 고전강독 1
공병호 지음 / 해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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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강독-최고의 인생을 묻다
<강독: 글을 읽고 그 뜻을 밝혀 풀이함, 읽고 그 뜻을 밝혀 풀이하다>
 
 
대학교때 호기롭게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읽어보려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땐 진정한 지식에 대한 탐구랄까 그런거였기 보다 아마도 지적인 허영심
때문이었을 거다.두꺼운 책을 팔장에 끼고 걷는 것은 비싼 가방을 끼고

걷는거 보다 더 있어 보이는 일이라고 그땐 생각했었다.
물론 그땐 여자에게 가방이 대체 무엇인지도 몰랐을 때지만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저자 공병호의 말에 무한히 공감한다.
어렸을때 멋모르고 읽었던 소위 청소년 필독도서니 하는 책들이
지금에 와선 내 인생을 밝혀주는 등불처럼 느껴진다는 것.
 
오늘 내 페친 한분이 페북에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는가' 의

마지막 한 구절을 올린 것을 보고 잠시 충격에 빠졌다.
그 소설 속에 그 구절이 있었단 것을 문득 떠올리며 어렸을때는

느끼지 못한 전율을 느꼈다.
 
그래서 고전이라는가보다.
언제 어디서 혹은 어떤 상황, 인생의 어떤 시기에서 읽느냐에 
따라 무한한 변신을 거듭하며 많은 것을 던져주는.
 
그냥 틈틈이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어느 한부분을 통째로

내어고전을 읽는 다는 것, 난 상상도 해보지 않은 일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잠시 접어두는 것도, 가던 길을 멈추고 나 자신을 점검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것도.
일단 먹고 사는 문제 때문인 것이 가장 크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전혀 의도하지 않게 하던 일을 멈추고 한 2년간

그런 공백기를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불안했고, 그 다음은 멍했고, 그 다음은 내가 생전 해보지 못한

경험들을 하며 여러번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을 겪었다.


1년이 한참이 넘어서야 나는 책을 생각했다.
그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히 했던 책 생각이 나서 한권한권 그냥 특별한

기준없이 마구잡이로 읽었다.그러면서 난 그 우울의 구렁텅이에서 나오게 되었다.
 
저자 공병호도 아마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한 것같다.
그런 일이 있어서 고전을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책 사이사이 들어있는

그의 인생이야기는 형태가 다르기는 해도 역시 사람 사는 것은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이 책은 책의 서론에 밝혀 놓았듯이 전문적인 해설서는 아니다.
내가 책을 읽고 느낀점은 저자가 책을 읽고 쓴 서평이나, 독서노트를

읽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쉬웠고 읽기 편했다.

만일 좀더 자세한 설명이나 이론을 알고 싶다면 조금은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그러나 나에게 고전은 고전이었다.
첨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읽기엔 약간 부담이 되기도 하고 살짝 지루해지는

부분도 있었다. 그것은 원문자체가 읽기 어려워서도 그럴 것이고 저자가

인문학 전공자가 아니라 사회과학을 전공한 과학도 이기 때문에 읽었을때

착 붙는 문장력은 아니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첨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읽어가는 그런 읽기 방법보다는 여유를 두고

다른 책들도 읽으면서 한번에 한 챕터씩 읽어나가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나오는 저자의 경험들이 이해를 더 쉽게 해주고, 소크라테스같은

위인뿐 아니라 플라톤을 비롯한 그 시대에 살았던 인물들, 곁들여 저자 공

병호의 충고도 함께 들을수 있는 것이 좋았다.
 
어렸을때 내가 읽기에 실패했던 책이라 더 관심이 있었지만, 내가 나중에

다시 원서 읽기에도전할 수 있는 다리역할을 확실하게 해준 듯 하다.
 
이 책은 플라톤의 저작들중에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메논, 파이돈,향연,

알키비아데스1을 읽고 그 저작들이 나타내는 주제나 사상을 제시한 후 그것을

해석하고, 저자가 느낀 점들이나 현대인 에게 주는 의미, 교훈등을 이야기

하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크게 여섯 주제로 나누고 그 안에 그 주제를 나타내는 작은 소챕터가

나열된 식이다.그 주제로는 지혜와, 정의, 탁월함, 생사관의 정립, 사랑과

자기자신을 아는 것이다.우리가 인생에서 마주치는 거의 모든 문제들이

다뤄지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내가 크게 생각하지 않고 지나갔던 문제들이 실제로는

엄청난 의미를 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금까지도 좋지 않은 상사와의 대립도 결국은 '나에게 정의란, 정의로운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였으며, 며칠 전에 있었던 총선도 결국은

'지혜로운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 야 하는 가'에 대한 문제였던 것이다.
 
막연하기만 하던 내 인생의 질문들과 의문점들이 내 눈앞에 선명하게

드러남을 느꼈다.내가 왜 늘 비슷한 장면에서 고민하고 때론 무너지는지를

알게 되었다고 할까.
 
이 책은 이 책 한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책을 필두로 앞으로 더 많은 고전을 읽고 강독을 펴 낼 것이라고

하니 그 뒷권들도 기대가 된다.
 
만일 나처럼 고전에 관심은 있으나 막상 읽기를 주저하는 분들이나,

굳이 고전을 읽지 않더라도 인생에 있어 답답한 것이나 자신의 일상을 되돌아

보고자 하는 분들이 이책을 읽는다면, 지식의 취득이나 인생의 교훈을 얻는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얻는 좋은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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