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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농부의 농사 이야기 - 행복을 일구는
조우상 지음 / 치우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젊은 농부의 농사 이야기
처음 이책의 이름을 접했을 때는 '도시생활을 잘 영위하다 귀농해서 성공한 도시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일 거라는 예상을 했다. 요즘 티비에서 가끔 나오는, 도시에서도 대체적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다가 시행착오 끝에 귀농에도 성공한 '부농' 젊은이 말이다. 때로는 연 매출 몇억
이라는 선정적인 꼬리표까지 단 주인공들.
지금 생각하면 아무래도 그 궁금증과, 그 궁금증사에서 슬금 슬금 올라오는 부러움의 감정이
섞여서 읽어보고 싶었던 것 같다. 나 또한 언젠가는 이쁜 전원주택에 살며 농사를 지으러
시골로 가고싶다는 말간 꿈이 있었기에.
그러나 이 책을 한장한장 읽어가며 나의 기대는 산산히 부서졌다. 아주 기분좋게.
나도 어느 사이 그런 선정적인 얘기 거리에만 귀를 쫑긋세운 그저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나 보다.
작가는 스스로를 초보농군이라 칭하며, 농사 그 자체보단 농사를 매개로하여 자연의 일부로써
모든 생명체가 함께, 아름답게 공존하는 그런 '살이' 를 말하고자 하는 것 같다.
그저 편리를 위해 스스로 할 수 있음에도 만드는 법까지 잊어버리고, 우리의 이기심으로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은 빈곤에 허덕이며, 자연은 파괴가 되는 이 비정상적인 삶에 경적을 울려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있는 세상을 말이다.
도시인이 귀농을 하여 자리잡기까지의 과정과, 농부가 되어 살아가는 에피소드들이 전체의
내용 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아주 많이 달랐던 것이다.
어려운 단어 하나 없이 '~습니다,~ 합니다. ~어요.' 겸손하고, 친숙하게 때론 친절하게 대화
하듯이 표현되어 오히려 더 설득력있게 느껴지는 문장, 적절히 삽입된 친숙하고 따뜻한 그림들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쉽게 씌여진 도식들, 마음까지 시원하게 하는 몇장의 사진들, 그리고
활자의 굵기나 색깔까지 달리하여 막힘없이 읽히게 하는 편집까지 나무랄대가 없는 것 같다.
책은 크게 '종자' , 종자를 품어 키워내는 '흙'과 흙이 유실되는 것의 위험성, 우리가 잡초라
부르는 '자생초', 태평농등의 '환경농법'의 소개, 로컬푸드, 도시농부로 살아갈수 있는 작은
실천의 방법들, 그리고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었고, 나처럼 농부를 꿈꾸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책을 소개하는 단락으로 나눌 수가 있다.
이 책은 첫 도입부 부터 나를 매료 시켰는데, 사회적으로 요즘 한창 얘기되고 있는 FTA와도
관련이 있는 주제인 식량주권에 관한 문제 제기였다.
물론 작가는 드러내 놓고 그런 걸 말하지는 않았지만 읽다보면 식량 주권의 문제와, 멀리서
수입되어 오는 먹을거리의 안정성 문제, 좀더 쉽게, 좀더 많은 수확물을 얻기위해 만들어낸
유전자 변형 종자와 그와 세트로 팔리고 있는 화학비료와 농약들, 그리고 농업뿐만아닌 다양한
곳에서 나오고 있는 플랜테이션농업으로 대표되는다국적기업의 횡포, 거기다 정부의 안일한
대책 등이 아주 쉬운 문장과 도식들로 앞으로 자신이 이야기 할 거리들과 고민거리들을 말하고
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먹거리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비만과 페스트푸드, 광우병, 중국산
수입품의 안정성문제, 현재진행형인 일본의 방사능 오염 생선 수입문제등 연일 하루가 멀다하고
방송되는 것들을 보면 불안감만 증폭되고 있다. 그런 문제의 바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모든 문제는 '인간의 이기심' 으로 모아진다.
좀더 쉽게 많은 작물을 생산하고, 좀더 싼가격에 좋은 품질의 식품을 원하고, 그 것을 위해서
유전자를 변형하고, 가난한 나라에 진출한 서양의 자본은 현지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여
돈이 되는 단일작물을 거대규모로 경작하고, 소자본농을 자본으로 장악하여 열악한 환경에서
대규모로 사육하는 동물들을 우리는 수입하고 있는 일련의 모든 현상들은 결국 인간의 이기심
때문이 아닌가.
저자는 그런 인간의 이기심을 말하며 조금 넓게보고, 조금 멀리 보자고 말한다.
그에 대한 장기적인 대안으로 대안농법, 친환경농법이라 부르는 '지속가능한 농법'에 대한
소개와 그런 농법에 성공한 선배 농부들의 이야기가 여러 책속의 예와 함께 소개되어 있어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농부가 된 동기와 이야기들도 곁들인다.
마지막 단락에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농부의 개념과 우리가 살고있는 곳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대안과 비젼을 제시하고 있으며, 부록으로 몇 장에 걸쳐
도움이 되는 책을 소개해 주며 책을 마무리 하고 있다.
나는 지금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어렸을때 시골에서 살았고, 농사짓는 부모님덕에 밭일도
많이 해 보아서 농사에 대해서 딴에는 좀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티비에서 고향에 대한 얘기가 나오거나 가뭄이나 비 소식등이 나오면 '지금쯤 그런 철인데
고생들 하시겠다.' 거나, 어느 작물의 가격이 떨어져 밭째 갈아없는다는 소식이라도 들리면
마치 내 일인것 마냥 철렁 가슴이 내려앉고는 했다.
그러나 정작 나는 내 스스로 할 수있는 일은 무엇인지 고민조차 하지 않고 있었단 걸 알게
해 주었다.
농사는 넓은 땅이 있고, 돈이 많이 있어야만 할 수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베란다나 옥상, 자투리 좁은 땅, 화분에 상추나 토마토등의 작물을 심는 것부터 농사의
시작이며 가장 이상적인 것은 우리 모두가 그런 도시농부가 되는 것이라 했다.
우리가 대안농법이라 부르는, 실은 대규모 화학농업을 하기 이전의 자연의 힘으로 농사짓던
그 자연스러움으로 돌아가서 재배한 건강한 식품을 먹고, 멀리서 화물이 되어 실어온 작물이
아닌, 내가 사는 도시 근처의 이동거리가 짧은 곳에서 생산된 식품을 소비하고, 그 농부들과의
직접 거래로 유통마진을 줄여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건강한 생활을 해야한다고 부드럽게
설득하고 있다.
만일 나처럼 귀농을 꿈꾼다면, 너무 막연하여 어찌해야 할 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입문서로서
강력히 추천한다.
일단 어렵지 않고, 어떤 마음으로 농사에 임해야 할지 좋은 지표가 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좀더 솔직히 말하면 그냥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사람의 삶은 먹는 것에서 시작한다.
박노래 시인이 말했던 것 처럼 '그가 먹는것이 바로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 나는 음식을 먹는것은, 막연히 '우리 것은 좋은 것이다' 라는 말보는 더
중요한 것을 내포하고 있다.
내가 살아가는 삶의 오롯한 주인이 되는 것은, 나 자신만이 만들어 갈 수있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