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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24
김유철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1월
평점 :
《콜24》
자본이 주인인 세상은 사람을 자꾸 죽음으로 내 몬다. 단가 절감과 좀 더 높은 이윤 창출을 위해 사람은 도구가 된다. 사람이 도구가 되면 사람은 그 생명 때문에, 화장실도 가야하고 잠도 자야하고 끊임없이 원하는 걸 요구해 대기에 고장 나면 그냥 갈아 끼우면 되는 기계부품보다 오히려 더 성가신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웃기게도 이런 생명 있는 부품들에도 순위기 매겨지고 이에 따라 가치는 달라진다. 어느 회사의 직원과 그 회사에 파견되는 직원은 겉으로는 같은 직원인 듯 보여도 그 처지는 완전히 다르다. 그 어느 회사에서 하청을 준 회사, 그 회사의 사원은 별 문제가 없을 땐 원 청의 직원인 듯 살아가지만 문제가 생겼을 경우 그 사원은 원 청이든 하청이든 그 어느 곳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코너에 내 몰린다.
이런 비상식적이고 이상한 구조의 노동환경에 이 보다 더 극한의 환경으로 몰린 노동자가 있으니 이는 바로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이다. 이 학생은 학생이지만 학교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노동자 이지만 진짜 노동자도 아니었다.
각자가 가진 재능과 소질에 따라 고등학교 3년의 기간 동안 전문적인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좋은 취지로 시작된 특성화고, 마이스터고의 가장 큰 제도인 ‘현장실습제도’는 학교의 실험, 실습만으로는 충분한 실습이 불가능하므로 시설이 우수한 산업체에서 실습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역시 좋은 취지로 시작되었지만 자본이 주인인 한국 사회에서는 학교의 취업률과 파견 업체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기형적인 제도로 변질된 것이다.
소설《콜24》도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마이스터고의 학생으로 한 회사의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갔던 ‘해나’는 결국 저수지에서 차디찬 주검으로 발견되고 만다. 그녀의 죽음이 과연 ‘자살’인지 그녀가 죽기 전 함께 모텔에 함께 있었던 ‘재석’이 범인인지 이 소설은 재석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김’의 눈에 의해 전개 된다.
사건을 조사해 가던 ‘김’은 콜센터 ‘해지 방어 팀’에서 일어난 비인간적인 운영 실태와 이로 인해 벌어진 자살 사건 그리고 해나가 이 일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해나는 죽기 전 학교에 찾아 갔었지만 원하던 바를 얻지 못했고 회사에서도 극한에 몰리고 있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해나는 다른 학생들처럼 회사를 때려치울 수도 없는 처지였기에 그 고통은 형언하기 어려운 정도였다. 성인 이었다 해도 견디기 어려웠을 일들을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체 오롯이 짊어져야 했던 해나의 선택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짧은 분량에 필요한 단어는 뺀 간략한 문장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내용은 사회파 추리소설, 미스터리의 형식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결과는 어떻게 될까. 통쾌한 한방을 기대하기에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으리니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주고야 만다. 모든 사회파 스릴러가 그러하듯. 그래서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