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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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1. 미련 품고 죽은 사람 중 드물게 ‘사자’가 탄생한다.

2. ‘사신’은 ‘사자’가 탄생했음을 우편으로 전달받아 지정받은 ‘사자’가 무사히 저세상으로 갈 수 있도록 돕는다.

3. ‘사자’가 탄생한 순간 세상은 가짜 모습 즉 추가시간으로 바뀌고 죽음은 무효화 된다,

4. ‘사자’는 제한된 시간 안에 미련을 풀고 갈지, 언제 닥칠지 모를 종료시간을 기다리다 갈지 결정해야 한다.

5. 어느 쪽이든 ‘추가시간’에 생긴 일과 기억은 무효화되고 사람들의 기억은 원래 역사로 수정된다.

6. ‘사자’는 추가시간에 자신의 ‘미련’과 관련된 ‘신비한 힘’하나를 사용할 수 있다.

7. 기억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사자’와 ‘사신’이나 6개월간의 ‘사신’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사신’도 그간의 일은 모두 잊는다.

 

주인공 ‘사쿠라’는 같은 학교 동급생 ‘하나모리’에게 ‘사신’ 아르바이트를 제안 받는다. 당연히 처음에는 새로운 형태의 다단계(?) 사기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시급 300엔의 쥐꼬리 같은 알바비를 선 지급 받고 또 마침 돈이 필요한 일이 있어 의심을 품은 채 위와 같은 일을 하는 ‘사신’ 아르바이트를 수락하게 된다.

 

도처에 죽음이 널려있다. 소설 속에는 주인공이 사신이 되어 사자들이 미련을 풀고 무사히 저세상으로 갈 수 있도록 돕는 ‘사신’ 아르바이트의 5가지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각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추가시간을 살 고 있는 사자가 등장한다. 충격적이게도 1장 ‘사신 아르바이트’ 편에서는 주인공의 헤어진 여자 친구의 사연이 등장한다. 아직 사신 아르바이트의 자세한 내막도 모르는 상태로 주인공은 후회와 의문만 남긴 체 그녀를 저세상으로 보낸다. 그리고 극심한 혼란에 빠져 아르바이트를 계속할지 고민하던 주인공. 그는 방황하다 사신 아르바이트를 제대로 하기로 마음먹게 된다.

 

각 장에서 등장하는 사자들의 미련은 현실 속의 죽음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가족을 우습게 여기고 인생을 대충 살다 어렸을 때 헤어져 살게 된 아들이 그런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게 컸다는 걸 알게 된 아버지, 자식에게 무조건 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을 주지 않은 어머니, 그리고 그런 그녀들의 자녀들의 이야기, 사랑을 주지 않은 걸 넘어서 가정폭력으로 생명을 잃게 된 아이 그리고 그런 아이의 맹목적인 사랑, 그리고 사신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주인공들의 비밀!

 

소설은 앞서 말한 다양한 장치들을 통해 죽음의 의미, 나아가 삶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게 독자를 인도한다. 죽음을 보면 삶이 보인다. 글을 읽는 내내 나는 내 삶과 주위 사람들을 생각했다. 몇 년 째 자기 자신도 알 수 없는 상태로 병상에 누워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 앞에 선 우리 외할머니를 생각했고 또 언젠가는 분명히 닥쳐올 올해 18살이 된 내 첫 고양이 ‘미지’의 죽음을 생각했다. 자동차를 탈 때도 길 고양이의 먹이를 챙겨줄 때조차 지금 당장 죽음이 내 눈 앞에 다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죽으면 나는 바로 미련 없이 저 세상으로 갈 수 있을까. 진짜 ‘사자’와 ‘사신’ 이 있다면 나는 미련이 남아 추가시간을 살게 될까. 지금 당장 죽어도 미련이 없을 만큼 내 삶을 단 도리 해야겠다. 뭐부터 해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랑한다는 말은 생각날 때마다 꼭 해야지. 부모님께 안부전화는 꼭 해야지. 미안하게 있으면 바로바로 사과를 해야지. 고마운 게 있어도 바로바로 고맙다고 해야지.

 

자꾸만 내 일상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어쩌면 별것 아닌 소설 한편이 말이다. 결국 주인공은 사신의 기억을 모두 잃지만 누군가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가 마지막으로 빌었던 ‘소원’ 하나가 그 누군가를 구원으로 이끌었고 덕분에 주인공도 소설 밖에 있던 나도 구원을 얻었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따뜻하고 환상적인 소설이다. 이 소설은 많은 사람들에게 분명 따뜻한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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