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인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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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인간》

 

 


대놓고 악당이 주인공이면 어쩌라는 거냐! 이제껏 내가 접해본 소설 속 킬러들은 뭔가 이유가 있거나, 조금은 인간적이거나 죽여도 이유가 있는 사람만 죽이곤 했는데 이 소설 속 킬러 ‘풍선인간’은 그냥 킬러다. 돈 주면 죽이고, 일 하는데 귀찮게 해서 죽이고 일을 잘 하기 위해 연습 삼아 죽이는 그런 그냥 킬러!

 

작가 ‘찬호께이’는 《망내인》《기억나지 않음, 형사》등의 작품으로 근래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인데 《풍선인간》은《기억나지 않음, 형사》로 제2회 시마다 소지 추리소설 상을 받기 전, 그리 알려지지 않았을 때의 작품이다. 작가는 당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염가 통속소설을 쓰며 생계를 꾸렸다고 하는데 그때 은근히 인기가 많았던 호러 소설의 탈을 쓴 추리소설을 썼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초능력’을 주제로 한 단편들을 책으로 엮어 내기에 이른다.

 

이 책은 어느 날 살인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초능력이 생겨 킬러로 전직한 ‘풍선인간’을 주인공으로 한 연작 소설 ‘이런 귀찮은 일’, ‘십면매복’, ‘사랑에 목숨을 걸다’, 마지막 파티‘ 총 4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주인공은 유기체의 피부에 닿을 수만 있으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식으로 살인을 명령 할 수 있다. 한번 입력한 명령은 되돌릴 수도 다른 명령을 다시 입력할 수도 없다. 또한 자신의 신분이 최대한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위해 일을 도모하기 전 몇 달에 걸쳐 살인 대상을 관찰하면서 계획을 세우고, 심지어 이런 능력을 정확하게 구사하기 위해 동물들로 실험을 하기까지 한다.

 

그는 남들 눈에 띄지 않도록 한적한 동네 단독주택에 세를 얻어 살며 주로 뒷산에서 동물들을 상대로 살인을 연습한다. 그가 쓰는 방식은 심장이나 혈관에 공기를 주입하는 것으로 사인은 대부분 급성심근경색 등으로 판명 나며, 그와 만난 당장이 아니라 몇 시간 후 등으로 명령을 입력하기 때문에 그가 의심 받을 일은 거의 없다. 그의 작업방식이 사람의 몸을 풍선처럼 부풀리거나 폭탄처럼 터트리기도 하기 때문에 별명이 ‘풍선인간’이 된 것이다.

 

그런데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이런 그를 의심하고 잡으려고 하는 사람이 생겨난다. 그리고 자신이 사는 집 맞은편에 새로운 사람이 이사를 들어오고 조용히 살려고 하는 그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이 생긴다. 그의 선택은?

 

이 책은 분량이 매우 적기 때문에 1~2시간이면 금방 읽을 수 있고, 가독성까지 좋아 읽는 재미가 있다. 이제껏 봐오던 초능력 캐릭터와는 완전히 다른 악당. 그냥 순수한 킬러의 이야기는 어떠한 의미 부여도 불허하며, 작품 곳곳에서 등장하는 소소한 추리의 요소들이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진지하게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한 범죄자이지만 소설 속 캐릭터는 노련한 킬러 같기도, 철부지 아이 같기도 한 독특한 존재다.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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