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내 것이었던
앨리스 피니 지음, 권도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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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내 것이었던》

 


 

영문 원 제목과 한국어판 제목이 다른 경우를 종종 본다. 영화도 그런 경우가 있는데 간혹 우리말 제목을 왜 이렇게 정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이 소설도 실은 제목의 느낌이 많이 달라 과연 이 변화가 소설의 느낌을 어떻게 달라지게 할지 궁금했다.

 

소설을 다 읽은 뒤 생각해 보니《원래 내 것이었던》이란 우리말 제목은 이 소설을 이끌어 가는 주제와 소재 감정, 뉘앙스, 인물들의 연결고리 등 소설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문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말에 상당히 많은 의미와 인물과 관계가 얽혀있다. 놀랍게도. 원 제목《SOMETIMES I LIE》는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단서 혹은 소재로 등장하는 ‘일기장’에 관련된 것인데 질투, 욕망, 애증, 원한 등의 느낌을 고스란히 간직한 우리말 제목보다는 좀 순화된 느낌이 있다. 그러니까 이 제목은 진짜 잘 뽑았단 말이다. 우리의 정서에 딱 맞게!

 

소설은 주인공인 ‘앰버’가 병원 중환자실에서 정신을 차리면서 시작된다. 2016년 크리스마스 즈음의 어느 날, 그녀는 교통사고를 당했고 의식은 돌아왔지만 코마상태에 빠져있다. 아무도 그녀의 의식이 돌아왔다는 걸 모른다. 그녀는 사고 당시의 기억이 거의 지워진 상태고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료기구들과 사람들의 대화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대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생각해 내려고 노력한다.

 

그녀는 유명한 라디오 방송의 보조 진행자이고 작가인 남편 폴, 여동생 클레어 가족이 그녀의 가족 전부인 듯 하다.그녀는 남편이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고, 심지어 사고의 가해자로 의심받는 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나아가 클레어와 불륜관계 인 것 까지도. 앰버의 기억은 뒤죽박죽이고 끊임없이 악몽에 시달린다.

 

소설은 중환자실의 앰버 시점인 ‘현재’, 사고가 나기 전 상황인 ‘그때’, 1991년 그녀가 어렸을 때 썼던 일기장 속의 이야기인 ‘이전’ 시간의 시점이 교차로 서술된다. 그녀는 중환자실 베드에 누워 한 번씩 들르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현재의 상황을 짐작하고 자신이 사고가 나던 상황을 재구성하려 애쓴다.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관계의 비밀.

 

그녀는 강박장애에 시달리는 예민한 사람이었고, 그녀와 함께 방송하는 ‘매들린’은 그녀를 내 쫓으려 했으며 그녀의 여동생은 남편과 불륜관계였다. 과거를 재구성하며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하나하나 기억해낸다. 그리고 과거의 일들까지!

 

소설은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조금씩 보여주며 독자에게 온갖 상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을 만드는 순간 보란 듯이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그게 아니었어’ 놀리듯이 이야기를 뒤집는다. 그렇게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로 변형되고 이런 식으로 여러 번의 영리한 ‘반전’을 지나 완결된 결말에 다다른다. 그러나 작가는 마지막까지도 독자를 편하게 놔두지 않는다.

 

대체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해 낸지 모르겠다. 두 자매의 엉큼하고도 끔찍한 비밀, 놀라운 복수와 치밀한 계획은 읽는 내내 독자를 이야기 속에 가둬놓는다. 가독성이 좋고 긴장감은 끝까지 힘을 잃지 않았다. 한 인간의 모든 것을 삼켜버린 욕망과 증오, 애증과 시샘과 질투는 사람들의 인생 까지도 송두리째 바꾸어 버렸다. 정말로 영리하고 놀라운 작가다. 차기작도 너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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