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기담
전건우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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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기담》

 


 

2014년《밤의 이야기꾼》으로 알게 된 ‘전건우’ 작가의 신작이 발표되었다. 출간 전 연재로 흥미를 불러일으키던 《고시원 기담》은 한번 손에 들면 놓기가 힘들 정도로 몰입도가 좋다. 그만큼 재미있다는 이야기. 소설가는 이야기꾼이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작품이 아닌가 한다.

 

소설은 작가의 사회초년생 시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창작되었다. 취직을 해서 처음 서울로 올라가 수중에 돈 한 푼이 없어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고시원 생활은 어쩌면 슬픈 과거일 수도 있지만 이런 작품을 탄생시킨 소중한 자산이 되기도 하였으니 어쩌면 고마운 경험이 되지 않았을지. 창문이 있는 방은 3만원 더 비쌌다지만 나였어도 그 방을 선택했을 것 같다.

 

소설의 배경은 몇 번의 화재와 부도로 주인이 여러 번 바뀐 ‘고문 고시원’이다. 원래는 ‘공문’ 고시원이었으나 태풍이 ‘o'을 가져간 뒤로 아예 이름이 바뀌어 버린 것. 화재나 부도도 그렇지만 그 건물을 산 사장들이 죽거나 감방에 들어가고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에다 주변 상권의 몰락으로 정말 을씨년스러운 곳이 된 데다 사장이 고시원을 허물겠다 발표한 후 이제 8명만이 3층에 모여 살고 있는 곳이 되었다.

 

소설은 챕터마다 입주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추리소설을 읽는 것이 유일한 낙인 행시 준비생<그 남자, 어디로?>의 홍, 일하던 공장에서의 사고로 뜻하지 않게 초능력을 얻게 된 필리핀 이주 노동자 <오캐이 맨>깜, 무협지를 좋아하고 무술을 익힌 취업준비생 <취업 무림 패도기>의 편, 빚 때문에 도망을 다니다 매일 사람들의 화풀이 대상이 되는 일을 하는 <매일 죽는 남자> 최, 킬러 아버지의 뒤를 이어 소녀 킬러로 활동하는 <사투 소녀>의 죽음의 천사 정, 319호 팽귄맨, 305호 노랑머리, 그리고 310호 뱀 사나이와 말하는 고양이까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고시원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와 무서운 비밀에 다다르게 된다. 각자의 이야기도 미스터리로써 완결성을 갖지만 각자의 이야기들은 결국 ‘뱀 사나이’에 다다르게 되고 고시원으로 모이게 된 그들은 위험을 알면서도 서로를 위해 절대 악에 맞서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이름은 알 수 없이 성과 별명으로만 표현되는 사람들은 한국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들을 모아 놓은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러나 비록 이름이 없는 그들이라도 자신들만의 꿈이 있고 달달한 로맨스와 정이 있다. 그들은 모두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살다가 그들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휴식처인 고시원, 그리고 그 곳에 자리 잡은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자기 자신을 희생한다. 마지막 대결장면은 그래서 더 스릴이 넘쳤다.

 

역시 작가는 ‘이야기꾼’이다. 이 세상에 함께 살면서도 그 곳에 존재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엮어낼 수 있다는 게 참으로 놀랍다. 그래서 소설은 정말로 ‘전건우’ 답다. 하나의 작품 안에 미스터리, 호러, 스릴러까지 다양한 장르를 전혀 위화감 없이 버무려 놓을 수 있고 끔찍한 내용이지만 ‘말하는 고양이’처럼 귀엽고도 비장한 존재가 등장할 수 있다는 것도, 캐릭터들이 너무나 유머러스하고 사랑스럽다는 것 또한 이 소설의 매력이다.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어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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