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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7월
평점 :
《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는 의심하지 않는 작가 중 한명이다. 몇 십년간 워낙 다작을 하다 보니 기대에 조금 못 미치는 작품도 있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평균이상의 작품을 내 놓는 훌륭한 작가라 생각한다. 또 그의 작품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등장하는 캐릭터와 범죄는 나름의 이유가 있으며 범인을 무작정 욕하게만 할 수 없는 설정, 시대가 원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많은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책 소개를 보니《11문자 살인사건》은 작가의 초기작으로 1987년에 발표되었고, 데뷔한지 2년 만에 내 놓은 5번째 장편이라 한다. 2년 만에 장편을 5편이나! 정말 대단하다. 한국에 소개된 그의 작품은 거의 다 읽었는데 아직도 소개될 작품이 남았다는 게 여전히 신기할 뿐이다.
《11문자 살인사건》은 형사가 사건 해결을 하지 않는다. 범죄를 해결하는 인물은 살해당한 희생자의 연인이자 여성 추리소설가다. 경찰과 도움을 주고받거나 협업하지 않고 홀로 사건을 조사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정통 추리소설’이다.
추리 소설답게 소설을 시작하기 전에 등장인물 소개가 있고, ‘무인도로부터 살의를 담아’ 라는 희생자들이 받은 편지의 11글자를 주요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주인공의 연인은 아직 만난 지 2달 밖에 안 된 프리랜서 작가다. 마지막 데이트를 할 때 누군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것 같다는 언질을 했는데 실제로 뒤통수를 가격하는 방식으로 살해 되어 바닷가에 버려진 채 발견 되었다.
주인공은 연인의 죽음에 석연찮은 점이 있어 그의 유품으로 받은 스케쥴 표를 따라 마지막 행적을 좇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녀가 받기로 한 그의 자료들 속에 무언가가 없어지고 자신의 집을 훔쳐보는 등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 조금씩 불안을 느낀다. 게다가 조사를 해나가며 조금씩 범죄의 윤곽이 잡히는 듯 하는 찰라 또 다른 사람이 살해되기 시작한다.
사건은 서서히 좁혀지기 시작하는데 희생자 모두 과거 요트를 타고 Y섬으로 갔다가 해상 사고를 당한 사람들과 연관이 있다는 게 밝혀진다. 그리고 다시 모인 그 사건의 인물들. 그때처럼 다시 요트를 타고 그 사건의 여정대로 항해에 나선다. Y섬에 도착한 그들. 그날 밤, 놀랍게도 그들 중 한명이 또 살해된다! 모두 알리바이는 확실한데 과연 범인은 누구이고 이런 살인을 벌이는 범인은 누구일까?
소설은 주인공이 차근차근 사건을 조사해가며 일어나는 일들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고 추리소설답게 트릭이 등장하고 범인이 누구일지 추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가 있다. Y섬의 숙소는 이대로 폐쇄된 장소다. 이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으로 인해 실체가 밝혀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잔인하지 않고 주인공과 함께 사건의 전말을 알아가는 추리소설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