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저갱
반시연 지음 / 인디페이퍼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무저갱》

 


 

바닥을 알 수 없는 깊은 곳, 지옥보다 더 한 영원한 형벌의 장소 무저갱 [無低坑, Abyss]. 이 소설의 제목으로 이처럼 좋은 단어는 없다고 생각했다. 책장을 펼치자마자 독자에 대한 그 어떤 배려도 없이 펼쳐지는 피와 폭력, 상상을 불허하는 형벌의 향연. 압도적인 공포. 소설 속에서 이토록 잔인한 장면을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책장을 덮고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읽기 시작하여 단 숨에 다 읽어버렸다. 나는 이 소설 속에서 지옥을 보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현실을!

 

이 소설을 이끌어 가는 건 ‘차장’이다. 아주 ‘특별한 일’을 하는 회사의 성공한. 부산 사투리를 아주 맛깔나게 쓰고 온 몸을 명품으로 휘감은, 철저한 관리로 5%미만의 체지방률을 유지하며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어 공부하고 끊임없이 노력하여 자신만의 노하우를 축적한. 그런 그와 회사가 하는 일은 고객을 어떤 위험으로부터 ‘보호’ 하는 일이다. 보호란 것은 참 애매한 말이다. 위험요소를 완벽히 제거하기위해 과연 어떤 방법을 쓰게 될까? 그 방식이 바로 이 회사의 구성원들 각각의 ‘노하우’다.

 

소설 속에는 차장과 이 회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이 일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하며 등장한다. ‘차장’은 소설 속 첫 장면에 등장하여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소설을 이끌어 간다. 그는 하얀 가면을 쓰고 ‘미지의 공포’를 이용해 사람을 무너뜨리는 사람으로 희대의 범죄자 ‘노남용’을 다시 교도소로 돌려놓으려 치밀하게 덫을 준비한다. ‘노남용’은 엽기적인 강간과 살인에 이르는 범죄를 저지른 악질 중의 악질이지만 권력과 돈의 힘으로 제대로 된 형벌을 받지 않았고 심지어 모범수로 시집을 펴내는가 하면 이런 자신을 추종하는 세력을 만들어낸 인물이다.

 

그리고 지독히도 인생이 풀리지 않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24시간 복국 집의 ‘야간삼촌’으로 말도 안 되는 갑질의 희생자로 살아가다 우연히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며 내면의 무언가가 깨어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후 그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이 땅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들을 살인하며 살게 된다. 여자를 강간하거나, 동물을 학대하는 등등의 인간들을. 어느 날 누군가로부터 예의 그 특별한 회사로 스카웃 제의를 받게 되는데 그 조건은 ‘노남용’을 처리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명의 남자. 그는 ‘선생님’이라 불리는데 죽고 싶지만 죽음의 고통이 두려운 사람들의 자살 혹은 안락사를 도와준다. 어린 조수와 함께 그는 은밀한 사이트에 올라오는 사연을 보고 어떤 의식을 치르듯 대상자를 선택하여 그 사람이 원하는 방식으로 죽음으로 인도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찾아온 ‘검사’에게 은밀한 제안을 받게 된다.

 

이 세 명의 등장인물은 가각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고 소설은 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교차하여 들려주며 전개 된다. 노남용은 예정대로 출소하였고 자유를 잃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그에게 제대로 된 형벌을 가하기 위해 주인공 ‘차장’은 그를 교도소로 돌려보내야 하며 ‘야간삼촌’은 특별한 회사에 입사하려면 그를 죽여야만 한다.

 

이들의 상반되는 목적 속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어 있고 이들 셋은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까? 결말의 ‘반전’은 너무나 충격적이었고 노남용과 야간삼촌이 벌이는 목숨을 건 싸움의 몰입감과 긴장감은 그 어떤 영화나 범죄 스릴러 소설과는 비교가 불가할 만큼 압권이었다. 문장은 막힘이 없고 반전은 정말로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으며 각각의 캐릭터가 가지는 설득력 또한 빈틈이 없었다. 작가가 묘사한 비참하고 끔찍한 현실에 비하면 중간 중간에 나오는 끔찍한 고문 장면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정말 올해 최고의 스릴러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이 작품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잔인한 장면이 자주 나오는 만큼 읽기 전에 마음을 단단히 먹길 바라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분명 통쾌한 결말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초반부 주인공에 대한 불신, 과연 이런 일을 하는 회사가 가당키나 한가의 의문은 어느 덧 응원으로 바뀌어 있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정말 추천하고 싶다. 잔인함만 견딜 수 있다면 단연코 올해 최고의 스릴러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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