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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방문객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8년 2월
평점 :
《한낮의 방문객》
어쩌다 집에 있을 때 그리고 혼자일 때는 현관 벨 소리에 더욱 민감해지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절이나 교회에서 포교 활동으로 얘기나 나누자 거나 물이나 한잔 달라고 하면 집으로 들이는 것이 큰일이 아니었는데 요즘은 누군가 그렇게 집으로 들어오려고 한다면 무척 겁이 날 것 같다. 불과 몇 년 사이 그만큼 세상이 달라진 것이 아니겠는가.
요즘 읽은 일본 소설에선 거절하는 것을 참 어려워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얼마 전에 읽었던 《절대정의》에선 나를 너무나 힘들게 하는 친구인데도 다른 친구들의 시선 때문에 그만 보자는 말을 못하고 결국 끔찍한 결말을 보고야 말았고 《한낮의 방문객》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방문판매원을 거절하지 못하는데 경찰조차도 이를 제재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소설 속에선 방문 판매원이라 하지만 몇 명이 짝을 이루어 무리지어 다니며 허접한 물건을 얼토당토않은 가격으로 강매를 하거나 여의치 않을 땐 살인이나 폭행 후 금품을 훔치는 일당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조금 무거운 정치적 주제를 다루는 잡지에 글을 기고하며 대학에 강의를 나가는 저널리스트 인데 여자 둘만 사는 옆집에 이런 일이 있어 우연히 이런 범죄와 일당들을 접하게 되어 이와 관련된 기사를 쓰게 된다.
한편 그 전에 자신이 한번 사회적 문제로 다루었던 ‘모녀 아사 사건’도 방문판매 범죄와 관련된 것이 아닌지 의심을 하게 되고 앞서 말했던 옆 집 사건에서 알게 된 형사와 함께 비밀리에 조사를 시작한다. 그런데 이미 이런 방문판매 범죄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하고 있었고, 심지어 자신이 뒤 쫓는 일당은 과거 끔찍한 살인 사건과 관련이 있음이 드러나며 소설은 독자들에게 여러 의문점들을 던진다. 과연 이 두 사건에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주인공은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일당들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까?
방문판매원이라는 낯설고 조금은 부담 되는 존재, 각박해진 사회와 점점 소외 되어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결국 ‘고독사’로 나타나는 서글픈 현실, 방사능을 비롯한 환경오염에 대한 두려움을 교묘히 이용하는 상술, 개인들의 갈등에 개입을 꺼려하는 경찰의 무능하고 이기적인 모습과 저급한 저널리즘 등 소설은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다 추리와 스릴러, 미스터리를 적절히 배합하고 있다.
예전의 도시괴담이라면 인신매매 정도에 한했는데 소설 속 범죄자 정도라면 방문판매원도 새로운 도시괴담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영업 하시는 분들께는 조금 미안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