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미스의 검 와타세 경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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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스의 검》

 


 

소설을 읽다보니 착잡한 마음 금할 수가 없었다. 현재 재판거래 의혹의 중심에 서있는 모 대법관의 과거 전력이 떠올랐기 때문인데 그 때문에 간첩 누명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닌 거 같아서 말이다. 과거 군부 독재 시절 고문과 협박으로 없던 죄를 만들어 낸 것이 어디 이뿐이랴. 심지어 자신이 진범이라고 자수를 했고 증거까지 명확했는데도 진실을 덮어버린 경찰도 있었으니.

 

소설《테미스의 검》이 바로 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주인공인 ‘와타세’는 파출소에서 공을 세워 형사가 된 신참인데 경찰서 안에서 검거 율 1~2위인 범죄수사의 베타랑 형사인 선배 ‘나루미’의 파트너로 많은 걸 배우고 있다. 시대적 배경은 쇼와 59년 1984년으로 아직은 증거와 과학수사보다는 형사의 감과 발품으로 사건을 해결하던 시대다.

 

소설은 고문에 가까운 강압수사로 ‘원죄(寃罪:억울하게 뒤집어쓴 죄)’를 만든 경찰과 결국 사형수가 되어 억울함을 이기지 못하고 감옥에서 자살해 버린 남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결국 진범은 잡혔지만 사건을 은폐하려는 조직과 이에 맞서 진실을 밝히려는 주인공의 고군분투가 그려지는 전반부와 20여년 뒤 출소한 진범의 살해사건을 파헤치는 후반부로 나누어진다.

 

소설은 원죄를 만들어 낼 여지가 있는 사형제도와 힘과 정의를 재단하는, 경찰의 수사에서 시작되어 하급심과 항소심으로 이어지는 사법 시스템의 문제점, 인간이 저지른 죄를 인간이 판단한다는 아이러니, 가석방의 문제점 등 법과 정의, 힘의 문제를 다양한 입장에서 다루고 있다. 그리고 한 번의 실수를 거울삼아 다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한 인간의 눈물어린 노력이 이 많은 이야기들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이처럼 정의와 힘을 다루는 ‘사법 시스템’이 소설을 이루는 한 축이라면 이를 운용하는 ‘사람’이 또 다른 한 축이다. 주인공인 ‘와타세’는 자신의 실수로 한 사람을 억울한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죄책감으로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결국 ‘감에만 의존하는 수사나 자기 보신을 위한 수사, 억울한 자를 잡아들이는 수사를 누구보다 싫어하는 미스터 고리타분 씨’《히포크라테스의 우울_p274》로 불리는 반장으로 성장한다.

 

그렇다. 내가 느끼기에 이 소설은 《히포크라테스의 선서》《히포크라테스의 우울》에 등장하는 고리타분한 ‘와타세 반장’의 ‘프리퀄‘이다. 물론 이 두 소설에서의 주인공은 ‘미쓰자키’ 법의학 교수와 형사 ‘고테가와’ 지만 이 둘을 뒤에서 서포트 하는 와타세 반장의 존재감은 씬스틸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는 것, 작가의 작품세계에 빠져드는 즐거움이다.

 

소설의 중심은 결국 후반부에 있다. 전반부 이야기에서 비롯된 범죄의 싹은 후반부에서 꽃을 피우고 ‘미스터 고리타분’씨의 활약은 자신의 안위와 보전만을 생각하는 경찰과 검찰 조직과 완벽하게 대비되며 독자에게 희열을 안겨준다. 무거운 주제를 너무 무겁지 않게 다루는 것도 작가의 장기로 힘과 정의의 신인 ‘테미스’를 통해 던지고자 한 메시지는 너무나 강렬했고 이를 표현하는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로웠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너무나 기대가 되고 이제 작가의 작품이라면 의심하지 않을 것 같다. 추리와 미스터리, 스릴러, 등장인물까지 너무나 조화로운 작품이다. 마니아뿐만 아니라 재미난 이야기를 찾는,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읽어도 너무나 좋을 작품이다.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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