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멈추는 법
매트 헤이그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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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멈추는 법》

 

 


막연히 죽지 않거나 아주 오래 산다거나 늙지 않는 삶을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런 상상 혹은 바람은 막연한 동경인지 아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인지 모르겠지만 나만 그런 상상을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런 삶이 그리 좋을 것 같지만은 않다는 생각도 든다. 내 주위의 모든 사랑하는 이가 죽거나 늙어 갈 때 나만 홀로 남는다면 그 상실감과 고독, 외로움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소재는 다르지만 영생을 바탕에 둔 영화나 소설 작품들을 보면 이런 삶을 사는 주인공이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지 모르겠다.

 

소설《시간을 멈추는 법》에는 상상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영생을 누리는 존재가 등장한다. 일반인 보다 노화가 15배 정도 느린. 그러니까 이들은 아주 오래 살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죽지 않는 것은 아니고, 질병에는 강하지만 총이나 칼 같은 외부 공격에는 일반이과 다를 바 없이 취약하며 그저 아주 오랜 시간 서서히 늙어가는 존재들이다.

 

주인공은 ‘마녀사냥’이 공공연히 일어나던 시대에 태어났고 필연적으로 그의 어머니는 그런 자신 때문에 마녀로 몰려 살해당한다. 가까스로 도망쳐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고 딸을 낳았지만 결국 같은 이유로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 딸도 자신과 같은 존재라는 걸 알게 되어 몇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딸을 찾기 위해, 죽지 않기 위해, 자신의 존재가 알려지는 걸 피하기 위해 떠도는 인생을 살아간다.

 

소설은 크게 세 번의 시간을 번갈아 가며 보여주는데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의 삶을 사는 현재, 처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딸을 낳았던 청년기, 그리고 마녀사냥을 피하고 딸을 찾아 떠돌아다니다 ‘소사이어티’를 만나게 된 시기. ‘소사이어티’는 자신과 같은 병을 앓는 사람들의 모임인데 8년마다 정체를 바꾸기만 하면 안정된 삶을 보장해주고 그들이 요구하는 임무를 완수하기만 하면 딸을 찾도록 도와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한다. 그는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현재 학교에서 만난 한 여인이 그들의 제안을 자꾸만 어기게 만든다. 몇 백 년 만에 찾아온 ‘사랑’이었다.

 

‘소사이어티’는 그들의 존재를 숨기기에 모든 걸 건 조직으로 보인다. 그 임무라는 것도 지구 각 처 어디인가에 있을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조직에 흡수하기 위한 것이다. 왜 죽지 않아야만 할까. 그들도 결국 언젠가 한 번은 죽는데. 소설을 읽다보니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그냥 그런 운명을 타고 났다고 해도 생의 목적이 왜 죽지 않는 것, 들키지 않는 것이어야 하는지.

 

소설은 몇 백 년 만에 다시 찾아 온 사랑과 소사이어티의 제안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주인공의 모습과 과거 그가 살아 온 위험천만한 삶을 교차해서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오래전에 헤어진 친구가 살아가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주인공 과 이로써 드러나게 된 소사이어티의 비밀! 결국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영생’에 대해 좀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너무 오래 살면 피로할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을 포함한. 그리고 소설에서 표현하듯 ‘하루살이’ 같은 인류의 삶이라도 어떻게 살아야 의미가 있을지. 그냥 ‘사랑’ 이 답이라는 그런 단편적인 것만은 아닌 여러 가지 것들을. 한번 쯤 이런 고민을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우리의 인생. 결국 중요한 건 바로 지금, 현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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