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정의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절대정의》

 


 

우리는 얼마나 정의롭고 올바른 사람일까. 정작 꼭 그러해야만 하는 공직자들이 가장 그렇지 않은 것 같고 끼리끼리 어울리며 법망을 피하고 대놓고 불법을 저지르고 재산을 불리고 심지어 나라를 상대로 사기를 치기까지 하는데 이런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정작 이런 자들을 단죄해야 할 사람들도 같은 편이라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도 않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소설《절대정의》속 ‘정의의 몬스터’ ‘노리코’라 해도 이런 현실을 바로잡진 못할 거란 생각이 들며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소설《절대정의》속 ‘정의의 몬스터’는 그럼 어느 정도의 사람일까. 정상 참작도 없고 융통성도 없고 그 어떤 이유도 막론하고 ‘정의’를 따지는 사람이다. ‘노리코’ 앞에선 친구도 가족도 심지어 자신의 자식도 정의 앞에선 예외일 수 없다.

 

학창시절 수업 중 선생님 몰래 친구들끼리 쪽지를 주고받으면 선생님께 말하고 누군가 돈을 훔쳐 가면 몇 주가 걸려서라도 범인을 찾아낸다. 학생이 담배를 피다가 선생님께 들켰는데 선생님이 용서를 해 주시면 경찰에 학생과 선생님 모두를 고발한다. 신체가 자라면서 교복 치마가 짧아져도 교칙을 어겼다며 반성문을 쓰게 하고 우리 돈으로 3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교복을 새로 사게 한다.

 

어렸을 땐 이정도 였던 그녀는 성인이 되고 나선 달라졌을까. 그저 늘 올바른 말과 행동을 한다고 조금 남다를 뿐이라 생각하던 친구들과 그녀의 무리는 졸업 후 15년이 지나 동창회를 계기로 다시 모이게 된다. 그러다 무슨 이유에선지 친구들은 정의의 몬스터 노리코를 죽이고 만다. 그녀를 죽인지 5년 후, 죽은 노리코로부터 초대장을 받은 친구들. 소설은 초대장을 받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하 나씩 들려준다. 그녀는 죽은 게 맞는 걸까? 초대장을 보낸 이는 누구고 이러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죽은 사람에게서 온 초대장만 보면 마치 외딴 별장에 사람들을 모아 놓고 하나하나 죽이는 범인, 밀실살인과 두뇌 싸움이 떠오르지만《절대정의》는 정의를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사람과 주위 사람의 관계에 초점이 맞춰있다. 친구들은 모두 그녀에게 받은 도움이 있어 그녀를 내치지 못하지만 그녀는 친구이기 때문에 도운 것이 아니라 그저 정의를 구현한다는 이유일 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 나 같으면 아무리 내가 도움을 받았었다 하더라도 절대 가까이 하지 않을 사람인데, 소설 속 친구들은 답답하리만치 그녀를 멀리하지 못하고 속내를 다 드러내고 결국 벼랑 끝에 서고 만다.

 

소설은 2시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을 만큼 가독성이 좋고 분량도 그리 많지 않다. 사건보다는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된 이면의 심리가 중요한 심리 서스펜스의 형식을 갖고 있다. 등장인물들이 다 여성들이라 여성 독자가 읽으면 더 공감이 될 것 같고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옳고 그름, 법과 정의 인간의 관계 등에 대해 가볍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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