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얼티
스콧 버그스트롬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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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얼티》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웃사이더 소녀가 스파이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담은 손에 땀을 쥐는 첩보 스릴러. 별 생각 없이 첫 장을 넘기고 순식간에 끝을 보고야 만 대단한 소설. 이토록 냉혹하고 이토록 끔찍한 현실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준 잔인한 소설. 그 어떤 수식어도 이 소설을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순 없다.

 

외교관인 아빠와 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며 살아 온 주인공 ‘그웬돌린’은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네 친구도 학교 친구도 없이 외로운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게다가 어렸을 때 끔찍한 사고로 엄마까지 잃고 지금 다니는 학교에서 주인공은 따돌림을 당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렇게 당하면서도 이렇다 할 대응도 심지어 선생님에게 변명조차 제대로 못하는 내성적이고 소심한 친구다. 소설 도입부에서는 변화 후 주인공의 모습과 대비시키려는 의도인지 주인공의 이런 모습 혹은 처지를 비교적 자세히 묘사한다.

 

그녀의 가족은 아빠 밖에 없고 세 들어 사는 건물의 주인인 할아버지 내외만이 유일한 친구이자 의지 처다. 그러던 어느 날 출장을 간다던 아빠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외교관인줄로만 알았던 아빠가 CIA 비밀요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 그를 찾던 CIA가 그의 실종을 납치나 살해로 보지 않고 변절자로 여기며 더 이상 찾지도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된 주인공은 아래층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아빠를 찾아 위험천만한 여행을 시작한다.

 

소설은 소녀를 극한으로 내몰기 시작한다. 주인공은 아빠가 남겨둔 단서, 무엇을 향해 있는지 모를 암호의 단초를 찾아 파리로 향한다. 그곳에서 소녀는 짧은 시간 동안 무술과 기초적인 스파이의 행동 요령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을 성폭행 하려던 남자를 불구로 만들며 소녀에서 냉혹한 폭력의 세계의 일원으로서의 돌이킬 수 없는 변모를 시작하게 된다.

 

아빠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만났던 남자를 찾고 그에게서 얻는 단서를 통해 베를린으로 프라하로 옮겨가는 위험천만한 여정에서 그녀는 점점 더 냉혹한 병기로서의 모습을 갖추어 간다. 그러나 아직은 어린 소녀였던 그녀는 과연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아빠를 찾기 위해 정부조차 어쩌지 못하는 거대 조직의 일원이 되고야 만다. 범죄와 죄악의 중심부로 걸어 들어간 주인공. 그녀는 이제 범죄 조직이 벌이던 끔찍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아빠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주인공은 과연 아빠를 구하고 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을까? 그녀에겐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부모와 사회의 보호를 받아야 할 어린 소녀를 냉혹한 인간 병기로 변하게 만든 잔인한 현실. 이런 현실이 과연 가능할까 생각하기도 전에 소설에 빠져들고 그녀의 위험천만하고 아슬아슬한 여정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 거대한 범죄 조직,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 보다도 더 우습게 여기는 그런 조직의 심장에 침투하기 위해 그녀가 벌였고, 선택하고, 도박을 벌인 일은 너무나 아슬아슬해서 손에서 책을 놓기가 어려웠다.

 

이런 거대한 생각, 이런 대담한 이야기를 생각해 낸 작가가 완벽하게 그려낸 주인공의 캐릭터는 너무나 생생해서 머릿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묘사는 너무나 현실적이고 생생해서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았고 그 긴박감은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정말 대단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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