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Zero - 나의 모든 것이 감시 당하고 있다
마크 엘스베르크 지음, 백종유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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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로》

 


 

태어날 때부터 이미 스마트 기기들에 둘러 싸여 자라나는 아이들의 문화와 그들이 누리는 스마트한 세상을 아날로그 시대 감성의 어른들이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소설 속 주인공인 ‘신시아’는 이런 질문에 정통으로 맞닥뜨리는 사고를 겪으며 ‘부모들은 자녀들이 하는 행동을 제대로 알고 있나?’ 란 비난을 듣는, 자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부모의 상징이 된다. ‘그 사고’가 있기 전엔 그저 지독한 사춘기를 겪는 딸을 키우고 미디어 그룹 ‘데일리’에 기자로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 맘인 그녀였다.

 

소설은 <제로 ZERO>라는 정체불명의 조직이 몇 대의 드론을 이용하여 미국의 대통령을 공격하는 장면을 인터넷 방송을 통해 전 세계로 실시간 중계하는 ‘프레지던트 데이’ 작전으로 시작하는데 그들은 이를 통해 전 세계를 조종하는 새로운 빅 브라더 ‘데이터 괴물’을 파괴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한다.

 

주인공은 회사로부터 제로와 관련된 심층 기사를 쓰라는 지시와 함께 이를 도와줄 ‘스마트 안경’을 지급 받는다. 그런데 문제는 딸이 이것을 빌려가면서 시작된다. 다양한 명령, 검색과 안면인식 기능까지 겸비한 이 안경을 딸의 친구인 애덤이 썼다가 지명 수배자를 만나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친구는 위험인물을 추격하는 것을 멈추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를 좇다가 범죄자가 발포한 총에 맞아 사망하고 만 것.

 

이 사고를 계기로 신시아는 딸과 그 친구들이 ‘프로미’라는 회사가 개발한 조언 프로그램 ‘액트 앱’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액트 앱’의 조언에 따라 생활, 운동, 공부까지 수행하며 심지어 자신의 모든 정보를 판매하고 있다는 것 까지 알게 된다. 그리고 소설은 ‘프로미’를 개발한 회사의 은밀한 비밀과 조작, 그들이 벌이려는 검의 거래를 언급한다. 그리고 신시아의 회사는 신시아에게 <제로 ZERO>를 추적하는 기사를 시리즈로 제작하라는 제안을 하게 된다.

 

<제로 ZERO>는 과연 어떤 조직일까? 전 세계적으로 자신의 대통령을 조롱한 이 조직을 추적하는 FBI, 모종의 거래 제안으로 그들을 추적하는 기사를 제작하게 된 미디어그룹 데일리, 액트 앱을 통해 개인정보를 합법적으로 모으고 이를 이용해 사람들을 조종하고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 내고 나아가 이를 정치인과의 협상에 이용하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비밀에 쌓인 프로미. 소설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과 단체들을 소설 초반부에 보여주고 이들의 쫒고 쫓기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독특하게도《제로 ZERO》는 ‘스릴러’의 특징만을 보여 주는 소설이 아니다. ‘독일 최고의 지식 도서’란 타이틀에서 보듯 데이터, 과학, IT에 관련한 지식들을 소설 속 제로라는 단체가 인터넷에 제작하여 올린 영상을 통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며 ‘액트 앱’이라는 도구는 ‘빅 데이터 괴물’이 어떻게 ‘우리 스스로’ 자신의 데이터를 팔게 하는지, 그들은 이를 이용해서 어떠한 일까지 할 수 있는지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재앙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미스터리 스릴러의 재미와 지식과 정보의 습득 사이의 균형을 잘 잡고 있으며 이미 다가와 있을지 모를 현실 속에 우리가 어떠한 고민을 해야 하는지를 예리하게 보여주고 있다. 단지 인물들 간의 대화체가 서로의 관계에 잘 맞지 않고 일관되지 않는 부분이 가독성을 조금 떨어뜨린 다는 것 외에 다양한 장점들이 살아있는 소설이다. 발전하는 기술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 지, 최첨단을 달리는 세상에서 인간의 자유와 의지는 과연 제대로 보장받고 있는 건지. 소설《제로 ZERO》를 읽으며 한번 고민해 볼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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