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아가미》

 

 


아빠가 자신을 데리고 호수에 빠져 죽으려 했던 그 급박하고 위험한 찰나의 순간, 자신의 목 양쪽에 ‘아가미’가 생긴 아이. 호수에 무엇이 빠지는 소리를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달려 나온 한 할아버지와 손자가 그 아이의 목숨을 구하고, 평범하지 않은 아이가 혹시나 무슨 일이나 당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운명처럼 이들은 함께 살게 되었다.

 

아가미가 생긴 아이 ‘곤‘, 그를 호수에서 구해준 ‘강하’와 할아버지. 그들은 삐걱거리고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가족의 형태를 이루며 살아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곤은 점점 몸에 비늘이 돋아나고 물속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소년으로 자라난다. 강하는 들키지 않을 까, 결국은 헤어져야 하는 건 아닐까 불안함은 커져간다.

 

그러던 그들에게 강하의 엄마가 나타나며 소설은 분위기가 달라지고 불안함과 긴장의 강도가 높아진다. 엄마는 늘 잠에 취해 있으며 일정하게 먹는 약은 엄마의 상태를 좋아지게 하지 않는 듯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강하도 할아버지도 집에 없던 어느 날, 엄마와 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결국 곤은 도망치듯, 쫓겨나듯 집을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몇 년 후, 허름한 민박집에서 일하고 있는 곤에게 예전에 그가 구해준 여인 ‘해류’ 가 찾아온다. 곤은 그녀에게서 믿기 어려운 얘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곤은 무언가를 찾아 멀리멀리 바다를 향해 헤엄친다.

 

소설《아가미》속에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자신을 끝없는 나락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아들을 데리고 물에 빠져 죽으려 한 아빠가 있었고, ‘약물’을 도피처로 삼았다가 결국 그로인해 죽고 만 엄마가 있었다. 그리고 서로를 죽도록 미워하면서도 한편으로 서로를 서로의 숨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아가미’가 될 수는 없는 걸까.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숨이 되어주는. 인생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죽음’ 뿐인지도 모른다. 그 순간에 숨이 되어주는, 살아갈 이유가 되어주는 이가 있다면 아마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이 험한 세상에서 버림받은 낙오된 인생들이다. 그럼에도 서로에게 숨이 되는 존재가 있었기에 그들의 삶은 따뜻했고 곤의 등에 돋아난 반짝이는 비늘처럼 찬란한 것이 아닐까. 구병모의 이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외롭고 지친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 주기를.


삶이 반짝이는 비늘처럼 찬란한 이유, 서로에게 숨이 되어주는 이들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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