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야 하는 밤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죽어야 하는 밤》

 

 


실패한 드러머, 실패한 아빠, 실패한 남편, 실패한 아들 그리고 실패한 인생. 주인공을 표현하는 한마디 ‘실패’. 그는 실패한 인생답게 그날도 직장에서 해고됐다. 호텔 라운지에서 다른 뮤지션들의 음악을 연주하는 커버밴드에서. 드러머로써 BGM을 깔아주는 커버밴드에서도 잘리면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건데, 한 때 아주 잘나가던 밴드의 멤버였던 그가 왜 이렇게 됐을까?

 

그는 그렇게 우울한 상태로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딸에게 간다. 딸의 상태는 주인공이 실패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다. 과거 자신이 낸 교통사고 때문에 딸은 두 다리를 잃었고 그는 잘나가던 밴드를 떠나야 했다. 딸은 고통스러운 수술과 재활치료를 견디며 장애를 극복했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건물 옥상에서 뛰어 내려 자살을 시도했다가 겨우 목숨만 부지하고 있는 상태다. 그는 밝고 씩씩한 딸이 자살을 할 리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실패자의 말을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 때에 지금은 친구로 잘 지내고 있는 전처에게 연락이 와 딸이 살던 기숙사로 간 주인공. 전처는 딸의 핸드폰에서 건진 사진으로 주인공의 주장이 사실일지 모르며 누군가가 딸을 살해하려 한 정황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던 주인공은 한 건물의 전광판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된다. 이마에 8자가 새겨진.

 

이제 소설의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정상적인 시민이라면 누구라도 믿지 않을 일이 온라인상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른 바 '살인복권‘ 이라는 8N8 사이트. 누구나 10유로만 내면 죽이고 싶은 사람을 추천할 수 있고 1유로만 내면 사냥에 참가할 수 있다. 추첨으로 뽑힌 ’8N8 사냥감‘은 12시간동안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며 사냥에 성공하는 사람은 1,000만 유를 받는다는 그 미친 게임에 주인공이 사냥감으로 당첨된 것이다. 그리고 사냥감으로 뽑힌 한사람이 더 있다. 과거의 트라우마로 섭식장애를 겪고 있는 심리학을 전공하는 여자.

 

주인공은 어찌될까? 사람들은 정말 사냥에 나서는 걸까? 언론에서는 절대 이 게임에 참여하지 말라는 경고를 쏟아내고 정부나 경찰은 이 사이트를 만든 사람을 추적하지만 범인은 쉬 잡히지 않는다. 실은 사냥감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 하룻밤만 숨어 있으면 되는 거지만 그러면 이야기가 재미없지.

 

성난 군중들처럼 그를 죽이려 하진 않지만 그가 광기에 사로잡힌 군중에 쫒기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이익을 추구하려는 사람이 딸을 미끼로 그를 조종하기 시작한다. 인터넷에 조작된 영상을 올리고 그를 아동학대와 추행을 일삼는 변태로 만들어 버리자 광기에 사로잡힌 군중들에게 그는 죽어 마땅한 사람이 돼버린다. 그리고 실제 사냥은 시작된다.

 

“지금 밖에는 1,000만 유로를 노리를 미치광이만 있는 게 아니야. 그들은 나를 죽어 마땅한 변태라고 생각해.” p213

 

서서히 미쳐가는 군중의 표적이 되 버린 두 사람은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대체 누가, 왜 이 게임을 만들었을까? 그를 추천한 사람은 누구이며, 주인공을 향한 딸의 마지막 메시지는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주인공을 사냥감으로 만들고 명분을 얻어 평범한 사람들이 폭도로 변해가는 과정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섬뜩하다. 우스꽝스러운 게임은 주인공의 목숨과 딸의 목숨까지 위협한다. 결국 주인공은 죽어야만 했다!

 

“폭도들에게 벤을 죽일 명분을 주는 것, 그것이 사이코패스의 목표였고 그는 목표를 이루었다.” p339

 

자극에 무뎌진 사람들, 그래서 점점 더 큰 자극을 찾는 사람들, 이들의 심리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 미디어의 허와 실, 범인이 놓은 덫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며 두뇌싸움을 벌이는 주인공, 실패한 인생에 유일한 목표가 되어버린 딸의 목숨, 어느 샌가 동행하게 된 여자의 비밀은 소설을 결말로 힘차게 견인한다.

 

한 바탕 피의 축제가 끝나고 그들에게는 무엇이 남았을까? 주인공은 원하는 바를 얻었을까? 책을 펴는 순간 얼토당토않은 이야기 속에 빠져들어 폭도를 피해 그들을 조종하는 범인과 두뇌싸움을 벌이며 여러 의문에 대한 답을 찾다보면 어느 순간 소설은 결말로 향해있다. 자, 결말은 어떨 것 같은가? 단서는 소설 곳곳에 양념처럼 뿌려져 있다. 이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게임, 즐거움이 될 것 같다.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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