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 천 년을 사는 아이들
토르비에른 외벨란 아문센 지음, 손화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변신: 천년을 사는 아이들》

 

 


영원히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역사를 돌아봐도 권력이나 돈을 얻으면 영원히 살기를 꿈꾸거나 최대한 오래 살기를 바라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현실도 그렇다. 나이가 들면 좀 더 젊어지길 바라고 되도록 오래 살기를 바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만약 그토록 원하는 불멸을 얻은 사람이 있다면 마냥 부럽기만 할까. 이 소설을 읽어보니 영원불멸의 삶이 그리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지구상에 선택받은 몇 명의 인간이 ‘환생’을 통해 영생을 누리고 있다. 환생의 시간은 이미 몇 천 년이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환생은 다시 태어나면 과거의 기억이 지워지지만 이 선택받은 사람들은 기억을 그대로 가진 채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한다. 단 이들은 14살이 되기 전에 죽게 되고 영원히 어른이 되지는 못한다.

 

처음엔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이 자신뿐이었을 테니 누구에게 말을 해도 믿어주는 사람도 없고 먼 과거에 이런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수많은 삶을 살아낸 그들은 서서히 자신과 같은 일을 겪는 사람이 있음을 알게 되고 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지구 전체를 아우르는 ‘네크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몇 천 년 동안 살아온 경험과 정보들은 그들에겐 무기가 되었을 것이고 많은 부와 힘을 가지는 원천이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지구상에 이런 사람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알지는 못한다, 그런데 ‘너새니얼’ 이라는 과학자가 세계 인구를 정확히 계산하는 프로젝트를 연구하다 의도치 않게 이들의 뇌파를 잡아내 그들의 수를 정확히 알아내고 만다. 한편, 14살이 되기 전에 죽음을 맞고 환생한다는 법칙을 벗어난 일이 생긴다. 바로 주인공 ‘아르투르’. 그들은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다. 게다가 네트워크에 소속된 소년은 아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환생의 고리를 끊으려 지구의 모든 인간을 말살하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다시 태어날 신체가 없으면 결국 환생은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네트워크’, 이제 성인이 될 수 있는 몸이 된 ‘아르투르’, 미지의 성인 여성의 지원을 받아 인간 말살의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는 ‘파올로’ 그리고 이들의 존재를 알게 되고 결국 네트워크를 위해 일하게 된 ‘너새니얼’, 이들의 등장과 만남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아르투르는 왜 환생의 법칙을 깨게 되었을까? 파올로는 어쩌다 인간을 모두 죽이면서까지 환생을 거부하며 증오심을 키우게 된 걸까? 과연 아르투르와 너새니얼은 이 위기에서 인간을 구할 수 있을까?

 

소설은 거의 700쪽에 가까운 많은 분량을 가지고 있지만 한번 읽기 시작하면 금새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독성이 좋고 이야기에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인물 이외에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그들의 성격과 행동은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아르투르가 왜 법칙을 깨는 인물로 선택되었는지 또한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찾아가는 방식과 그 과정에 등장하는 ‘수호자’는 영화 ‘매트릭스’나 ‘13층’을 연상시켰고, ‘네트워크’의 아지트인 ‘도서관’, 아르투르와 너새니얼이 파울로를 추격하고 침투하는 장면은 마치 영화 ‘미션임파서블’이나 ‘킹스맨’을 보는 듯 했다. 또한 ‘도서관’에 간직한 그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기록한 책들이나 오랜 역사의 이야기는 영화 ‘맨 프럼 어스’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이미 이렇게 많은 비슷한 이야기들이 산재하는 중에도 소설 《변신: 천년을 사는 아이들》이 가지는 특별함이나 의의가 있다면 그 주인공이 어른이 아닌 소년, 소녀라는 것이다. 성인이 아닌 어린 아이가 비밀을 품고 살아온 그 긴 세월과 삶과 죽음을 반복한 생은 어쩌면 약자 혹은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것들의 역사가 아닐까. 그런 안쓰러운 생을 들여다보면 ‘파올로’의 극단적인 선택도 이해가 될 것 같았다.

 

《변신: 천년을 사는 아이들》은 이들의 삶과 몇 천 년이 넘게 이어져온 그들 존재에 대한 고민들, 비밀과 신비주의, 스릴러와 첩보 액션, SF 등 다양한 요소가 적정하게 조화된 멋진 소설이다. 결말을 보고 나서 분명 뒷이야기가 있겠다 싶어 ‘위즈덤하우스’에 문의해 보니, 총 3부작으로 기획되어 노르웨이에서는 2권까지 출간되었고, 후속 작 출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작품은 이 책만으로 완성도를 가지고 있지만 다음 시리즈도 출간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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