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의 게임
가와이 간지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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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의 게임》

 


 

큰 뱀이 감아 오르듯 뒤틀린 줄기는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그대로 돌로 변한 것처럼 보였다. 어른 다섯 명이 양팔을 벌려야 간신히 에워쌀 저도로 굵고 장구한 세월을 견디어온 거죽은 빛이 바랜 것처럼 희었다. -p12-

 

소설은 한 인디언 부족의 전설로 시작한다. 그저 전설이라 말하면 조금 신비하고 낭만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원주민의 학살, 금을 찾아 그들의 보금자리에 쳐들어와 주민들이 학살한 유럽인에 의한 끔찍한 살육의 전설이다. 그 곳에 5천년이 넘도록 주민들을 지켜주던 소나무(브리슬콘 파인)가 있었다. 1851년 마리포사 대대가 주민들을 학살하고 그 소나무에 올라 부대기를 걸며 승리를 자축하려던 대위는 번개를 정통으로 맞고 옆에 서 있던 나무기둥에 몸이 박힌 채 죽고 만다.

 

그 끔찍한 역사 때문에 ‘나무에 오르면 벼락을 맞고 나무기둥에 박혀 죽고 만다’는 불길한 전설을 간직한 ‘신의 나무’가 서 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홀리파인 힐 리조트 골프코스에서 골프의 황재 ‘닉 로빈슨’은 그의 캐디 ‘토미 라이언’과 함께 세계 골프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세운다. 18번 홀에서 공이 신의 나무쪽으로 빠지면서 캐디 토미가 나무에 올라 공을 찾으려던 순간 다른 곳에서 공이 발견되면서 극적으로 위기를 극복하여 세운 어마어마한 기록이었지만 그는 우승 후에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

 

이듬해, 천재적인 골퍼 ‘잭 아키라 그린필드’는 캐디 ‘팀 부르스’와 함께 힘든 예선을 가볍게 통과하여 US 오픈에서 첫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 홀리파인 리조트에 도착한다. 그리고 관전기와 클럽 세트 기증을 위해 이곳을 다시 찾았던 닉과 토미와 만나게 된다. 그러나 대회를 며칠 앞두고 닉의 캐디 토미가 18번 홀 그린의 깃대에 복부가 관통된 채 발견되고 사건 해결을 위해 도착한 ‘크리스토퍼 휴즈’ 형사는 리조트를 봉쇄하고 조사를 시작한다. 주인공인 잭은 ‘진화심리학’ 전공자의 눈으로 휴즈 형사를 도와 사건을 조사한다.

 

그런데 다음 날 한 구의 시체가 발견되고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간다. 대회 개최가 불투명해지자 살인사건과 별개로 경기는 열려야 한다고 상부에서 휴즈 형사를 압박하고 그들은 개최일 까지 사건을 해결해야만 한다. 과연 그들은 나무의 저주를 받을 것일까? 잭은 사건이 작년에 있었던 닉의 우승경기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소설은 '신의 나무‘ 전설 때문에 끝까지 흥미롭다. 이 전설이 사건을 여러 가지로 해석하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 또한 등장인물들의 ’골프‘에 대한 사랑, 힘든 시련을 이겨내고 끝내 정상에 우뚝 선 그들의 ’삶과 우정‘은 소설을 이끌어 가는 하나의 견인차가 되고 있다.

 

이 소설은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이지만 ‘골프’라는 스포츠를 다시 보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골프란 그저 돈 많은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즐기는 문화 정도로만 생각했던 내게 오랜 역사와 철학이 있는 훌륭한 스포츠임을 알게 해 주었고 주요 소재로 선택한 ‘신의 나무’는 슬픈 살육의 역사를 일깨우는 좋은 촉매가 되었다. 참 인상적이다. 실수가 있어도 벌 타를 받으면 구제를 받고 다시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스포츠, 골프. 우리의 삶도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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