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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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ber0416. 아직도 물속에 있는 사람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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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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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아야 할, 아직도 현재진행중인 사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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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중반에 이르기까지 별들과도 같았던 이들의 이름이군요. 새삼 저자와 동시대, 동세대인이라는 게 느껴집니다.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고종석도, 언론학자이면서 <한국 근/현대사 산책>으로 오래 기억될 강준만도,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라는 정치적 지향에 걸맞는 고래의 발행인 김규항도, `똘레랑스`와 `88만원 세대`라는 개념을 잡아준 홍세화와 우석훈도, 불교와 사회주의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를 들여다본 박노자도 모두 서재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네요. 그렇지만 역시 인생에 큰 획을 그은 한 사람의 논객을 꼽으라면 진중권입니다. 중3인 제게 아버지가 권해주셨던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는 보여지는 세상 바깥에도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게 했지요. (이제 이 책의 20주년 기념판이 나왔다니 기분이 좀 묘합니다만.) 그 이후 우리 모두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조선일보 불매 운동의 기억은 제 `생각의 좌표`를 잡아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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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강 모두 신청합니다. 개인적으로 서현님의 책을 좋아해서 자꾸 손이 가게 되더라고요. 파주의 효형출판 사옥도 시간의 흐름이 묻어날 수 있는 깔끔한 공간이었고요. 15년 이상 책으로만 만나온 작가님의 강의를 꼭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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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천사 문학과지성 시인선 411
허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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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날들은 길어서 홍적세의 긴 틈새를 지나 오늘도 남아 있네. 저 아프게 날선, 서리 내리는 날, 끝도 없는 기다림은 언제까지인지.

 

 이루지 못한 것을 기억하는 새들은 오늘도 서쪽으로 날아가고, 그대 세월에 갇혀 오지 못하는 꿈에서 간신히 깨어

 

 덜컹대는 이번 세기의 기차 속에서 수십만 년의 그리움으로 남은 그대 어디로 실려 가는지. 실려 가는 그곳에서 그때 그 노래를 부를 수는 있는 건지

 

 노래로 늙어갈 줄 알았다면 그 말의 무늬와 바람의 색깔과, 차가운 새벽의 냄새를 기억해놓았을 텐데

 

 밤이 오고 또 밤이 가는데. 견디는 모든 것들은 화석이 되고 새들은 또 날고. 오늘 아침 철로변에서 그리움은 서리로 내리고. 또 그대는 견디기만 하라 하고

 

 그대의 날들은 너무 길고 길어서.

 

 

 시집을 잡은 날도 오늘 같은 가을 밤이었습니다. 학교에서의 하루는 숨쉴 틈 없이 돌아갔고, 집에 돌아와서는 지쳐서 남은 일들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 시가 내게로 왔지요. 마치 천사처럼.

  별어곡, 이라는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낯설지 않아 찾아보니 정선선의 역 이름이더군요. (임철우의 <이별하는 골짜기>도 연상되었는데, 배경이 가물가물합니다. 나이를 먹은 것일까요.) 여기서는 노래라는 뜻이니 완전히 겹치지는 않습니다만, '別'이라는 글자의 느낌 때문일까요. 반짝반짝 빛날 것만 같은데 그렇지 못하다는 서늘함을 겹쳐 두 이름이 머릿속을 같이 맴돕니다.

 

 시간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공평하다지만 또한 시간에는 상대성이라는 게 있지요. 좋아하는 일로 몰입했을 때의 시간은 그렇지 않은 시간보다 빠르게 흘러가지 않던가요? 그래서 '나'는 '수십만 년의 그리움으로 남은 그대'를 그릴 수밖에 없습니다. 끝도 없이 기다리는 나. 그리고 견디기만 하라 하는 그대. 그래서 너무 길고 긴 날들만 내게 남아 있고요. 그 긴 시간 속에는 더 할 수 있는 말도 없습니다. 결국 노래로 늙어가기만 하지요. 더 이상 기억나지 않는 '그 말의 무늬와 바람의 색깔과, 차가운 새벽의 냄새'는 사실 자꾸만 떠올라 오가는 밤을 붙잡아두려 하고요.

 개인적인 감정이 자꾸 떠올라 무어라 더 마무리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밤이 늦었습니다. 누워서 다시금 시를, 시집을 들여다보는 게 좋겠습니다.

 

덧. 임제의 시 <無語別>도 함께 생각났습니다. (이종묵 교수의 번역을 따랐습니다) 차마 말로 하지 못하는 이별의 상황은 또 어떠했을까요. 우는 것조차 소리낼 수 없었던 아가씨의 마음을 가만가만 헤아려 봅니다.

 

열다섯 아리따운 아가씨          五十越溪女 

 남부끄러워 말없이 헤어졌네.          羞人無語別

돌아와 겹문을 닫아걸고          歸來掩重門

배꽃 같은 달을 보고 우네.          泣向梨花月

 

 

 

 

 

 기억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 순간은 이미 낡은 것이다. 그녀의 작은 손을 감싸고 있던 줄무늬 장갑이라든지, 부시시 깨어나 받는 전화 목소리라든지, 술에 취했을 때 눈에 내려앉는 습기라든지.

 

 낡은 것들이 점점 많아질 때 삶은 얼마든지 분석이 가능하다. 어떤 오래된 골목길에 내가 들어섰던 시간, 그 순간의 호르몬 변화, 가로등 불빛의 밝기와 방향, 그날의 습도와 주머니 사정까지. 나를 노려보던 고양이의 불안까지.

 

 그 골목에서 이런 것들이 친밀감의 운동을 시작했고 나에게 수정되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누구는 그걸 사랑이라 했고, 누구는 그날 파열음이 들렸다고 했으며, 누구는 그날 개기일식이 있었다고 했다.

 

 바람이 분다. 분석해야겠다. 

 

 

 

 시가 눈길을 끌었던 건 아마 마지막 행 때문이었겠지요.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고 노래한 발레리와,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중략)… 바람이 불지 않는다 그래도 살아야겠다'고 슬쩍 주저 앉은 남진우와, 약간 옆으로 비껴나서 '날이 저문다 바람이 분다 / 바람이 불면 한 잔 해야지'라고 건네오는 이시영의 목소리가 마지막 행 위로 겹쳐집니다. 그렇지만 이건 뭡니까. 분석해야겠다니요.

 '낡은 것들이 점점 많아질 때 삶은 얼마든지 분석이 가능하다'는 시인의 말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기억이라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 그래서 낡아버린 순간들을 되새깁니다. 많이들 가지고 있잖아요.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지던 그 순간. '소나기가 내리는 날에는, 우리 한쪽 어깨만 젖기로' 하던 약속. '그대를 안고서 되지 않는 위로라도 할 수 있'던 나직한 목소리. '그대의 향기 가득한 한겨울밤 달빛의 입맞춤'이 주던 따스함 같은 것들. 그 낡음은 더 이상 수정되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영원히 고정된 현재인 거지요. 사랑, 말입니다.

 내 귓가에 들리던 파열음을 떠올립니다. 누군가는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을 말하겠지요. 어떤 형태로 나타나든 좋습니다. 그 파열음-균열의 시작은 내가 다시 균열 이전의 상태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말합니다. 왜 아니겠어요. 사랑을 알기 전과 알고난 후의 나는 이렇게나 다른 걸. 그래서 나는 계속 분석하지만, 다들 알고 있습니다. 원래 이유라는 건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그러고보니 마지막 행은 꽤나 쓸쓸하게 들리는군요. 바람이 분다. 분석해야겠다. 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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