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공주
김선우 지음, 정경심 그림 / 열림원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불나국의 공주라 했다.
딸아이로 태어났기에 버려졌다 했다.
버려진 아이라서 바리공주라 했다.

첫꽃이 비친 어느 날,
버릴 아기에게 피로 쓴 글씨를 남긴
누군가의 흔적이 사무쳐서 울었던 바리공주.

병든 아비가 자신을 찾을 때,
버린 자식이면서도 조건을 따지는 게 하 우스워서
아비의 피를 받아 합혈을 해보고야 궁으로 향한 바리공주.

정작 어미 아비를 보자 원망이 다아 풀리고
열 달의 피값을 갚으러 떠났다던가.

검은 빨래 희게 빨고 흰 빨래 검게 빨아
남을 위한 마음으로 바람도 이기는 돌탑을 쌓고
밭 갈며 염주 만들며 지난 서천서역 구만 리.

무장승과 결혼하여 세 아들을 낳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된 후에 돌아갔지만
보이는 건 이미 싸늘한 아비의 시신.

뼈살이 피살이 살살이 숨살이 꽃으로 아비를 살리고
나라도 재산도 싫다며 버려진 것들의 원과 혼을 이끌겠다했지.

옛날 옛적에 간날 저 갓적에 아장지 설적저게…
영문 모르고 버려지는 것들의 슬픔이 있는 한
오늘도 바리의 이야기는 계속된다고.
 
   

 시인이 조곤조곤 풀어놓던 바리의 이야기. 원래의 글에서 1연과 마지막 연의 1행을 빌어와 나름대로 그녀의 사연을 풀어봤달까. 섬세한 내면묘사와 수채화풍의 그림이 어우러지던 원작의 아우라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김선우의 바리공주를 떠올리면, 황석영의 바리데기가 함께 그려진다. '세상이나 한 사람이나 다 같다. 모자라구 병들구 미욱하구 욕심 많구.'라고 말하는 할머니에게 '가엾지.'라고 덧붙일 수 있는 바리. 왜 그녀가 무조신이며, 모든 버려지는 것을 품을 수 있는지 알게 되는 순간! 그리고 생각나는 또 하나의 바리, 김혜린의 꽃바리. 작가의 말마따나 밑바닥 인생이면서 '사랑, 사람, 삶… 부르다보면 같아져 버리는 저 몇 마디 때문에 이 빌어먹을 세상이 그래도 참 예뻐.'라고 노래하며 꿋꿋하게 살아나갈 수 있는. 그들에게 주어진 바리라는 이름이 그들의 삶을 결정짓고, 그들이 살아나가는 모습이 다시 바리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참 따뜻했다. 나 역시도 그의 품에서 쉴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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