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 다이어리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캐롤 쉴즈 지음, 한기찬 옮김 / 비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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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스토너>를 연상시킨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여자 스토너에 대한 이야기라고.

특별할 것도 없고 영웅적인 스토리도 아닌 평범하게 살았던 사람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영웅의 이야기보다 평범한 이웃같은 삶에서 때론 더 깊이있는 감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외할머니와 엄마가 떠올랐다. 머시나 클레런틴의 삶에서는 외할머니가 자주 연상되었고, 데이지는 우리 엄마를 자주 오버랩 시키며 읽게 되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머시가 아니라 데이지가 우리 외할머니랑 동시대를 살았다. 외할머니나 엄마의 옛날 이야기를 듣다보면 너무 재미난 일화들이 많고,힘든 역사를 지나오면서 굉장히 피폐했을 거라 여겼던 삶에 의외로 지금은 상상도 못할 낭만이 자리하고 있어서 놀랄 때가 많다. 옛날 얘기를 할 때마다 나는 "소설을 쓰면 몇권은 나오겠어" 하곤 했는데 아마 작가도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썼겠지.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특별히 나쁜 사람도 특별히 괴팍한 사람도 없다. 인생에 우여곡절이 찾아오긴 하지만 특별히 불행하지도 않았고 역경에 질식할 것 같은 사람도 없다. 평범한 그들이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그들의 삶을 조용히 들여다보노라면 김훈의 산문에서 읽었던 '삶의 안쪽을 들여다보는 비애'가 느껴진다. 슬프다. 인생이란 원래 본원적으로 슬픈 걸까.  태어났을 때와 결혼할 때 어떻게보면 큰 사건을 겪긴 했지만 그녀의 삶이 그렇게 고달팠던 것은 아니었고 자식들도 나름 다들 잘 성장했고 평생 한눈 팔지 않고 든든했던 남편도 있고 친구들과의 우정도 끝까지 소중했다. 그런데 작가는 소설 속에서 서로 다른 시각차를 보여주면서 우린 어쩌면 그 사람의 진짜 안쪽을 평생 알지 못할 수도 있겟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건 사람을 쉽게 다 안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거고 그런면에서 인간은 본원적으로 고독한 것일 수도 있다.

대체 살아온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사실을 순서대로 늘어놓는 것인가, 아니면 솜씨좋게 빚어낸 인상인가?
자신이 두려워하는 일들까지 한데 끌어모으는 것인가? 아니면 순간적으로 떠오른 사실들, 끝없이 늘어나는 자잘한 일들까지 더해야 하는 일인가? 이 끝도 없는 일에 대해 생각할 조용한 장소가 필요했다.그리고 누군가(그것이 누군든)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4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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