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 가족의 용기있는 선택 우리문고 19
엘린 레빈 지음, 김민석 옮김 / 우리교육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스스로 생각할 권리를 잃는다면 그건 감옥에 갇히는 거나 다름없어. 민주주의는 단지 생각에 그치는 게 아니란다. 우리가 끊임없이 가꾸어 가야 하는 거야.˝ (211쪽)

이 책은 <사회선생님이라면 어떻게 읽을까>를 읽으며 알게 되었다. 방학때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면 좋을 듯 해서 도서관에서 빌려 왔다.
1953년 미국은 매카시즘의 광풍이 불었다. 매카시가 공산당을 몰아내겠다고 선포한 후 `반미활동조사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공산주의자들을 색출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다보니 본의아니게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되는, 야무지고 당찬 주인공 제이미의 주변에도 이 광풍이 불어닥친다. 학교의 친구들, 선생님, 이웃들이 그들의 삶을 한순간에 잃어버린다. 제이미 역시 피해가지 못한다. 제이미의 가족은 굉장히 정치적인(?) 가족이고 `인종 평등을 실현하고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고 노숙자들에게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이 공산주의라고 생각`하는 가족이기 때문에.
제이미의 아빠가 공산당원이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하자 제이미는 학교에서 왕따가 되고 학교 신문사에서도 쫓겨난다. 하지만 그 순간 제이미는 더이상 남들 눈치보며 거짓말을 하던 소녀에서 더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누린다.
˝잘 들어. 지금이야말로 진짜 친구가 누군지 알 수있는 때야.˝ 라고 의젓하게 동생을 위로하는 제이미! 멋지다!
보수적인 리딧 선생님의 사회 시간에 제이미는 그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분노를 마음껏 쏟아낸다. `거짓으로 가득 찬 행성을 떠나 새로운 우주로 향하는 로켓이 된 기분`으로.
제이미의 상황이 바뀌자 주변에 제이미를 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소하게라도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에게서 희망을 보았다. 거창한 이념이나 사상을 가진 자가 아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원칙이 지켜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제이미 가족 곁에 있는 것이다. 그런 평범한 사람들의 힘이야말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다. 평소에 굉장히 불친절하던 도서관 사서 핀리 아줌마도 제이미의 상황을 알고나서는 제이미에게 용기를 준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온통 거짓으로 얼룩져 버렸구나. 마녀사냥에 우리의 자유가 희생되고 있으니 말이야.˝
˝너희 아빠가 대답할 생각이 없다면, 난 너희 아빠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질문해서는 안돼. 그럴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으니까.˝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자기 생각을 말할 권리가 없어져 버린다면, 매카시가 말하고 있는 것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거야.˝(194-195쪽)

제이미의 아빠는 매카시 상원의원이 진행하는 청문회에 출두한다. 그는 공산당 당원이었던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내 정치적 신념은 나만의 문제라는 것입니다.˝라고 답한다.
˝나는 우리나라 헌법의 토대를 뒤흔들려는 사람들의 이름을 댈 수 있습니다.˝
˝그건 바로 매카시 의원 당신과 수석 변호사 로이 콘씨입니다. 당신들은 국가와 헌법의 근본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231쪽)
미국 수정 헌법 1조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조항으로 `의회는 종교를 만들거나 자유로운 종교활동을 금지하거나, 발언의 자유를 저해하거나, 출판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 그리고 정부에 탄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 라고 하고 있다. 매카시의 행동이야말로 미국의 민주주의에 진짜로 해악을 끼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매카시도 실각을 하고 매카시즘이 끝나게 되었다지만 우리에게는 아직도 이 일이 낯설지가 않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인정하려 들지 않고 무조건 `종북` `좌빨`로 몰아가거나 `마녀사냥`도 서슴치 않는다.
˝세상 일이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게 아니란다.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는 스스로 선택해야만 하는 거야.˝ 라는 할머니의 말씀처럼 민주주의는 다른 사람의 손가락질을 따라 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원칙과 진실을 따를 때 아름다운 것이다.

˝우리 아빠는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얘기해. 하지만 민주주의가 감옥에 대신 가 주지는 않을거야. 음, 그런데 우리 할머니 말로는 민주주의가 그저 멋진 단어가 아니라 사람에 관한 거라고 했어.˝ (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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