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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너 ㅣ 매드 픽션 클럽
헤르만 코흐 지음, 강명순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사랑스런 내 아이가 일을 저질렀다. 현금인출기박스안에서 자고 있던 노숙자를 폭행하고 방화까지 저질렀다. CCTV에 찍혀서 증거가 남아있는 바람에 뉴스에도 보도될 만큼 사회적으로 파장을 불러 온 일이지만 흐릿한 화면때문에 그게 내 아이라는 건 부모만이 알아볼 수 있다. 즉 나만 입을 닫는다면 이 사건은 조만간 잊혀지게 될 것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자식을 보호하기 위한 부모의 행동은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처음엔 무슨 이런 상황이 다 있나 싶었지만 읽을수록 나도 확실한 선택을 하기가 어려울것 같다.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세상에 아들의 잘못을 고백하고 아들에게 죄값을 치르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 싶다가도 혹시 그게 나의 양심만을 위한 일은 아닌가, 진정으로 아들의 장래를 위한 길인가 고민하게 될 것이다. 보기에 따라 다르지만 그 사건에 고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어느정도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죽이려는 의도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노숙자가 죽긴 했지만. 사회에서는 청소년들의 과격한 행동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내 자식을 생각하면 희생양을 원하는 군중들에게 선뜻 내 자식을 내어주긴 힘들 것이다.
처음엔 아이에게 책임을 지는 태도를 가르쳐야 한다는 명분으로 로만부부의 태도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나라면 과연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볼수록 혼란스러워진다. 나도 자식을 엄청 사랑하면서도 충분히 이기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정찬을 잘 차려 먹고나서 `소화제`까지 필요할 만큼 읽고나면 속이 더부룩해지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