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댑트 - 불확실성을 무기로 활용하는 힘
팀 하포드 지음, 강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사랑받는 팀 하포드(Tim Harford)의 신작이다. 원서에서는 Why Success Always Starts with Failure라는 부제로 실패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데 반해 번역에서는 '불확실성을 무기로 활용하는 힘'이라는 부제로 책의 내용이 직관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파이낸셜 타임스 시니어 칼럼니스트이자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경제 저널리스트가 발표한 신작에 원서처럼 '왜 성공은 항상 실패로부터 시작되는가'라고 부제를 붙인다면 흔하디흔한 자기계발서처럼 보일까 우려했던 건지, 아니면 단순히 '실패와 성공'이라는 협의의 개념에서 나아가 '그렇다면 그 실패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명제에 대한 대답을 이 시대를 정의하는 키워드, '불확실성'에서 찾은 건지는 모르겠다.
 

흔히들 지금 이 시대를 두고 불확실하다고 한다. 나날이 기술과 지식은 발전하는데 문제는 그것이 기존의 기술과 지식을 압도하고 또 전면적으로 상충하기도 하면서 기존의 것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다는 데 있다. 그 발전 속도가 너무도 빠르고 복잡한 탓에 관련자와 전문가조차도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하기가 어려운 이 복잡한 세상에는 당장 지구 온난화와 이상 기후 문제, 전쟁과 테러, 금융위기와 제도의 문제점, 세계의 양극화 등 전 세계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데 팀 하포드의 말대로 우리는 해결책에 조금도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두고 어떤 문제점이 실제로 어떻게 풀려나가는지를 이해해보려는 책이라고 정의한다.
 

경제는 물론이고 정치와 군사, 그리고 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에 대한 저자 나름의 해석을 내놓은 이 책의 키워드는 단연 '실패'다. 이를 다른 말로 바꾸면, '시행착오'다. 손다이크의 시행착오 학습(Trial and Error Learning)처럼 팀 하포드 역시 끊임없는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시행착오가 문제 해결에 그토록 효과적인 도구인 이유는 무엇일까? 변이와 선택의 반복이라는 진화 알고리즘은 문제가 계속 변화하는 세상에서 온갖 이형을 시도해보고, 효과가 있는 이형을 좀더 시도해보는 과정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한다. (P. 33)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저마다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저자는 문제가 복잡하고 까다로울수록 시행착오의 효과가 더욱 높아진다며 새로운 도전의 의미를 역설한다. 하지만 시행착오의 효과가 더욱 높아진다는 것은 문제가 복잡하고 까다로우니 자연히 시행착오를 겪을 확률 자체가 커져 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실패에 인색한 개인의 본능과 조직의 운영 방식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팀 하포드는 이 책의 목표가 그 도전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성공적인 적응의 레시피 3단계를 전하는데 사실 그래도 가장 근본적인 어려움은 아무래도 실패에 인색한 개인과 조직, 그리고 사회구조 그 자체에서 오는 건 아닌가 하는 미련이 남는다. 시행착오라는 '탈 중심적 프로세스'를 활용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조직과 개인이 아직 너무도 많으니 말이다.
 
성공적인 적응의 레시피
(1)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보되 그중 일부는 실패하리라는 사실을 예상하라.
(2) 생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실패하라. 실패는 보편적인 일이다.
(3) 일단 실패했을 때 그 사실을 인정하라.
 
가장 흥미로웠던 챕터는 기후 변화를 다룬 5장이었다. 지구 온난화가 문제다, 메탄가스가 문제다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었던 것들을 제프 덕에 보다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시행착오의 탈 집중화된 프로세스를 통해 수익 추구 전략이 등장하는 진화 환경이 바로 경제다라고 말한 것처럼, 개인과 기업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면서 정부가 직접 지구를 살리는 방법을 취사선택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구를 염두에 두고 모든 결정을 내리도록 경쟁의 장을 기울이라 조언한다. 그가 예로 든 탄소 가격제를 비롯한 쿠키나 에스프레소 한 잔이 지구에 얼마나 피해를 주는지 자동으로 계산해줄 탄소 가격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아이디어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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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공기의 불편한 진실 - 실내 공기의 습격 우리집은 안전한가
마크 R. 스넬러 지음, 박정숙 옮김 / 더난출판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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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원인불명의 폐 손상 질환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라고 잠정 결론이 나면서 당장 겨울철 적정 실내 습도 유지에서부터 실내 공기를 비롯한 실내 환경에 대한 관심이 유례없이 커지고 있다. 바로 이때 시기적으로 아주 적절한 책을 접하게 됐는데 그 책이 바로 『깨끗한 공기의 불편한 진실(Greener Cleaner Indoor Air)』이다. 이 책의 저자 마크 R. 스넬러는 저명한 미생물학자로 1970년부터 실내 공기의 질에 대해 연구해 온 실내 공기 질 분야 전문가이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던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에서 빌려 온 듯한 번역본의 제목대로, 이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오염된 공간에 존재하는 불편한 진실을 맞닥뜨리게 한다. 일부 비윤리적인 기업과 상인들이 먹거리에 지저분한 범죄행위를 일삼는 탓에 많은 이들이 '먹을 만한 게 하나도 없다'며 걱정 어린 탄식을 내뱉고는 하는데, 무언가를 먹는 행위는 둘째치고 그냥 가만히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 그 상황과 순간에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이 현실에 또 하나의 근심이 보태진다.

 

  세월이 흐르면서 과학기술은 발달하는 반면, 천식을 포함해 여러 호흡기 질환과 알레르기 그리고 아직 원인과 치료법이 밝혀지지 않은 피부병의 발생률도 많이 증가해왔다. 저자는 그 원인으로 다양한 화학물질로 인한 실내 공기 오염을 꼽는다. 실제로 이 책에서 그는 우리가 들이마시는 공기 입자에 관한 거의 모든 측면을 다루며 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집안에 있는 모든 제품이 실제로 오염요소가 된다고 볼 수 있는데 단기간 동안 노출되는 거라면 건강상으로 크게 위협이 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장기간 노출되는 경우는 문제가 다르다. 생각지도 못한 가습기 살균제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과 마찬가지로, 자칫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던 그 오염물질들이 체내에 오랜 시간 축적되면 생명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오염물질이 가정에서 쓰이는 다양한 청소제품과 방충제, 방향제는 물론이고 아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미술용품을 비롯해 성인 여성들이 거의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과 향수 속에도 들어있다는 점이다.

 12세기 이전까지 향수는 식물로 만들어졌는데 미국 국립원의 발표를 들으니 현재 향수의 95퍼센트는 석유로 만들어지며, 대다수 향수는 발암성, 신경독성, 천식 발현성 물질로 눈과 피부에 자극을 준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향수를 규제하는 책임 기관이 없다는 점이다. 온갖 미디어, 특히 10~30대를 대상으로 한 여성지만 하더라도 멋지고 감각적인 향수 광고가 집중적으로 배치되고, 또 기사라는 명분으로 인기 향수 리스트니 이성을 유혹할 수 있는 향수니 하면서 향수에 관한 직간접적인 광고는 쭉 이어진다. 하지만 향수에 이토록 많은 독성물질이 들어 있다는 것은 이미 수차례 입증되었음에도 그 유해함이 일반대중에게 전달되기가 이렇게 더디고 또 어려우니 배후에 관련 업체의 이해관계가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만일 당신이 향수를 많이 뿌리는 편이라면 혹시 자주 아프지는 않은가 생각해 보라.’

오늘날 향수는 국제적인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1986년 프랑스의 어느 독성학 관련 저널은 "향료는 점점 더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향수, 화장품, 위생용품, 약, 세제, 플라스틱, 산업용 윤활유, 오일, 솔벤트, 그리고 식품이 포함된다"고 언급했다. (중략)

향수는 유독성이 있으며, 신경 장애나 피부병뿐만 아니라 천식 같은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 수많은 연방정부 및 주정부 기관들은 향수와 향료가 암을 유발할 수 있고 호흡기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보고해 왔다. (pp. 62~63)


또, 방향제 역시도 일상생활에서 현실적인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저자는 일반인들이 그나마 어떤 방향제가 덜 유해한지 알 수 있도록 방향제품의 등급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대로, 방향제 제조업체는 물론이고 향수나 화장품과 같은 모든 독성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일상적인 제품들에 등급제를 시행해야만 하지 않을까? 등급제로 위험을 사전에 알렸음에도 해당 제품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사용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위험을 미리 알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지 않은가? 예를 들어, 이번에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처럼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업체가 미리 알고 또 이를 대중에게 알렸다면 자체적으로 사용을 금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고, 또 그 과정에서 어떤 긍정적인 해결책이 나왔을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 상태로라면 업체나 소비자나 똑같이 피해만 보는 꼴이다.  

 


  이 책을 보면 신발을 신은 상태로 실내로 들어가지 말라는 이야기를 포함해 일상의 다양한 측면에서 아주 세세하게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일상 제품에 등급제를 실시해 일반 대중들이 쉽게 위험요소를 가진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을 구별하고, 또 그 제품에 위험요소가 어느 만큼 들어있는지를 알게 하는 것이다. 이미 가습기 업체의 매출은 내려가고 있고, 대중들은 가습기를 대신해줄 아이템들을 찾고 있다. 수족관이나 숯이 인기를 끌고 있다던데 이 책을 보니 공기 정화 능력이 있는 식물도 있단다. 워낙에 꽃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그런지 차이니즈 에버그린, 코끼리 귀 필로덴드론, 골든 포토스 등 생소한 꽃이 대부분이지만, 먼지를 제거하는 능력을 가진 식물에 대한 수요의 증가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아마 국내 번역본의 표지 역시도 본문에 언급된 공기 정화 능력을 가진 식물들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 향후 가습기 관련 업체의 행보는 물론이고 이 기능성 식물과 관련된 업체의 행보에 대해서도 큰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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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 사막의 망자들,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5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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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미국 최대 신문사 중 하나인 LA 타임스에서 범죄 담당 기자로 일했던 전력 때문인지 LA 타임스는 이 작품을 두고 '재미뿐만이 아닌, 문학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내고 있다'고 극찬했다. 다시 말해,  촘촘한 이야기 구조 속에 가정과 사회 전반에서 포착되는 암울한 현실의 단면들을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그 문제점들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매커보이처럼 LA타임스의 범죄 담당 기자로 재직하기도 했었고 소설가로 전향하고 나서는 미국 미스터리 작가 협회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는 저자 마이클 코넬리는 과연 스릴러가 무엇이고 또 스릴러는 어때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더 나아가서는 사전에 충분히 의식하고 집필했을 거라고 생각될 정도로 그의 작품은 다른 형태의 미디어로의 전환이 쉽게 예상된다. 실제로 그의 작품 중에서 벌써 여럿이나 영화화 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저 "영화 같은 소설"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애초 기획단계부터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원 소스(one source)를 만드는 것을 염두 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역사가 오래된 유명한 신문사들마저도 휘청대면서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하고, 그러다 보니 경력이 30년이 다 되어가는 베테랑급 기자들은 정리해고 되고 이들의 빈자리는 적은 연봉에도 기꺼이 일하겠다고 몰려드는 젊은 기자들에 의해 대체된다. 이 책의 주인공 잭 매커보이 역시도 2주 후에 안젤라 쿡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데 2주 전에 자신이 직접 작성했던 살인 사건의 용의자인 16세 흑인 소년에 대한 무죄를 주장하는 전화가 걸려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결국 매커보이는 살인 사건의 진범이 흑인 소년이 아닐 뿐더러 이것이 연쇄살인이라는 걸 알게 되고 사건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라스 베이거스로 향하는데, 문제는 그가 상대해야 할 대상이 언제나 그보다 한 발 빠르다는 것이다. 
 

   
  나는 창밖을 돌아보았다. 사막에서 문명의 세계로 다시 돌아오자 카펫처럼 깔려 있는 불빛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문명 세계였다. 저 지평선 위엔 수십억 개의 불빛이 빛나고 있으련만, 그 모든 빛을 다 모아도 어떤 인간들의 마음 속 암흑을 밝히기엔 부족하다는 걸 나는 깨달았다. (P. 187)  
   


불량기가 가득한 흑인 청소년을 성인으로 둔갑시켜 버리고 살인범으로 몰아댄 경찰과 언론의 편협하고도 무사 안일한 태도가 힘없는 약자나 소수집단에 끼치는  영향과 피해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보도 자료는 정확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제 나는 아주 냉소적인 시각으로 그것을 보게 되었고, 그래서 정확하지 않은 어떤 것을 전달하기 위해 매우 교묘하게 다듬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살인에 대해 모두 자백했다고 하면서도 정작 알맹이는 하나도 없는 자백이었다. 윈슬로의 변호인 말이 옳았다. 그 자백은 효력이 없을 것이고, 그의 고객은 무죄일 가능성이 무척 높았다. (p. 117)' 또 아무리 베테랑급 기자라도 정리해고를 비껴가지 못하는 현실과, 그렇게 해고를 당한 기성 세대가 막상 사회 밖으로 나왔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지만 실질적으로 국가와 사회가 이들을 책임질 수 없다는 문제도 여실히 드러난다. '솔직히 까놓고 말할게요, 선배. 바깥엔 아무것도 없어. 실은 나도 자동차 세일즈맨이라도 해볼까 하는데, 지금 하고 있는 놈들도 전부 죽겠다고 아우성이네요. (p. 75)' 또, 무엇보다도 연쇄살인마가 잭 매커보이의 이메일 계정과 은행 계좌 비밀번호를 해킹해 그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과정은 섬찟하기까지 하다. '누가 나를 공격하고 있는 것 같아. 내 전화기, 내 이메일, 내 은행계좌까지 못 쓰게 만들었어. (p. 157)' 블로그를 비롯해 SNS가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은 온라인에 자신과 관련된 흔적들을 많이 남기고 있다. 그런데 그것들이 고스란히 누군가에게는 범죄를 더욱 용이하게 만들어주는 도구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걸까?     
 

   
  인터넷은 전혀 새로운 게임이 펼쳐지는 세계야. 선과 악이 만나는 거대한 교차로지. 온갖 형태의 변태성욕과 페티시즘을 위한 채팅룸과 웹사이트에서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인간들이 매일 매 순간 서로 만나고 있어. 우린 그런 인간들을 점점 더 많이 보게 될 거야, 잭. 그들은 환상이나 사이버스페이스에서 나누던 것을 현실 세계로 가지고 나오지. 같은 신념을 지닌 사람을 만나면 그 신념을 정당화하기 쉬워져. 용기를 북돋워주고, 가끔 행동을 요구하기도 하지. (P. 379)  
   


이 책은 개인적으로 여러 면에서 흥미롭게 읽었는데 "단발이론" 운운하는 장면은 스릴러답지 않게 로맨틱하고, 우리에게는 친숙하다 못해 어떻게 보면 우스꽝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허수아비를 공포의 대상으로 바꿔놓은 점은 무방비 상태에서 허를 찔린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너의 기사에 폭과 깊이를 더하라. 사건을 일어난 그대로만 쓰지 마라. 그것의 의미를 설명하고 도시생활과 독자들 속으로 맞춰 들어가라. (P. 110)'는 말은 잭 매커보이뿐 아니라 마이클 코넬리 그 자신이 늘 되새기던 말이 아니었을까? '보통 스릴러는 다시 읽을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허수아비>>는 두 번 이상 읽어볼 것을 권한다'고 뒤표지에 쓰인 것처럼 폭과 깊이를 더하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 덕에 두 번 이상 읽어도 실망하지 않을 범죄스릴러가 됐다.    
 

   
  “몇 년 전 어떤 남자가 했던 말을 생각하고 있었어. 우린 서로 사귀었지만 잘 안 됐지. 나는 나대로 고민을 안고 있었고, 그 남자도 전처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거든. 그 여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었는데도 말이야. 서로 각자의 고민을 얘기하던 중 그 남자가 '단발이론'이란 것에 대해 설명하더라고. 혹시 들어본 적 있어?”

“단발이라면?”

“총알 한 개 말이야.”

“케네디를 단번에 보내버린 총알 같은 거?”

레이철은 주먹으로 내 가슴을 톡 쳤다.

“그게 아니라 평생의 사랑을 의미하는 거야. 누구에게나 진정한 사랑은 한 발의 총알처럼 단 한 사람뿐이란 거지. 운 좋은 사람은 그 사람을 만나 그 총알에 일단 가슴이 뚫리면 다른 사람은 아무도 받아들일 수 없게 된대. 불륜, 이혼, 죽음 등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말이야. 그게 바로 단발이론이야.” (P.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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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워십 - 세상을 바꾸고 리더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
바바라 켈러먼 지음, 김충선.이동욱 옮김 / 더난출판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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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워십 Followship : 세상을 바꾸고 리더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
 
리더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국가도 기업도 미래는 없다.

 


지금도 우리는 반복적으로 리더십을 동경하고 나아가 리더가 돼야 한다고 교육받는다. 리더가 인류 역사의 방향을 지시해야 한다는 보편된 인식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어떻게 해서 팔로워의 존재가 사라지는 결과를 낳는 '리더십 산업'이 생겼을까? 모두가 리더가 되기 위해 교육받는다면, 정확히 누가 팔로워가 된다는 것인가? (p. 33)


조직에 있어서 리더의 역량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조직의 성패가 그 한 사람(보다 정확히 말하면 매 순간순간의 그의 선택과 결정들의 합)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1980년대부터 '리더는 ~해야 한다'라는 식으로 리더가 반드시 갖추어야만 하는 필수 역량과 덕목이 강조되어 오고 있는데 반해, 리더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인 팔로워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극히 미비하다. 하다 못해 팔로워십Followership과 리더쉽Leadership, 이 두 단어를 구글링해 보면 리더쉽은 4억 4천만건 이상이 검색되는데 반해 팔로워십은 7십 만 건에 불과하다.

 

특정 인물이나 기업이 주도해온 성장 위주의 사회를 거쳐온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모든 권한을 다 움켜쥔 채 카리스마라는 이름으로 둔갑해버린 오만과 독선으로 똘똘 뭉친 리더들이 적지 않다. 그렇게 지나치게 권위적인 체제와 조직에서는 제 소리를 내는데 대한 부담과 자신의 안위에 대한 걱정으로 제 소리를, 바른 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앞으로의 사회를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수직적인 구조를 벗어나 보다 수평적인 구조에서 팔로워들과 "제대로" 소통하면서 관계를 재구축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물론 리더십의 중요성을 무시하거나 간과하자는 말이 아니다. 지금껏 캔버스에 리더 하나만 덩그라니 그려 넣었다면 이제는 그것에서 탈피해 좀더 커다란 캔버스로 바꿔 리더 옆에 팔로워들을 함께 그려 넣자는 말이다. "팔로워십을 배제한 채 리더십을 생각하는 것은 단순히 잘못 인도되는 것Misleading이 아니라 잘못하는 것Mistaken(p. 52)"이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텔레비전 쇼 프로그램의 출연진에서부터 세계 초 강대국의 대통령을 뽑는 일까지 팔로워들의 힘이 닿지 않는 곳이 없는 시대다. 대체로 많은 이들이 자신의 권력을 계속 지키고 싶어하지 나눌 줄을 모르는데, "현명한 리더"라면 팔로워의 힘을 이해하고 그들의 의견에 귀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애를 쓸 것이다. 그것이 팔로워들을 충족시키는 길이자 결국 자신을 위하는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팔로워의 5유형

1_ 무관심자(*나머지 네 유형과는 달리 리더와 철저히 분리된 관계)

리더에 대해 관심도 없고 어떤 형태로도 반응하지 않아 리더의 권한을 더욱 강화시켜준다.

2_ 방관자 : 리더를 관찰하지만 참여하지 않는다. 사실상 중립선언으로 리더를 암묵적으로 지지한다. 

3_ 참여자 : 리더와 어떻게든 연계돼 리더와 집단, 그리고 조직을 선호하거나 명확히 반대한다. 자신의 생각을 개인적 자원을 투자해가며 행동으로 옮긴다.

4_ 운동가 : 리더에 매우 강한 감정을 갖고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리더를 대신해 열심히 일하거나 이와 반대로 그들의 권한을 약화시키기 위해 애쓴다.

5_ 완고주의자 : 필요할 경우 목적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끼지 않는다. 리더에게 매우 높은 수준으로 헌신하거나 이와 반대로 리더가 가진 권한을 빼앗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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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마지막 교과서 - 30대에 배우지 않으면 후회하는 세 가지 성공 법칙
후지하라 가즈히로 지음, 황선종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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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일하면 10년 후 행복할까?"
서른과 마흔 사이, 인생의 규칙이 바뀐다. 


오구라 히로시는 <<서른과 마흔 사이>>에서 30대를 '가져야 하는 것보다 지키고 가꾸며 잃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더 많은 나이이자, 하나를 가지려면 하나를 버리거나 놓아야 한다는 삶의 지혜를 배우는 나이.'라고 했다. 20대를 지나 30대가 되면서 시간의 그 빠른 흐름 속에서 조급함이 생기는 순간도 더러 있었는데, 어느덧 만으로 계산해도 서른이 넘어가니 삶에의 자세도 차츰 달라지는 것 같고, 그가 말하는 30대의 의미를 몸소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30대가 되니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싫어하는 일이어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고, 마찬가지로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것이 있고, 갖고 싶지 않아도 가져야 하는 것들을 받아들이게 되니 말이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성장 사회'에서 '성숙 사회'로 전환되었다. 성숙 사회란 '다양하고 변화가 심한 세상'이란다. 그리하여 이 책의 요지는 세상이 바뀌고, 세상을 움직이는 규칙도 바뀌었으니 싸우는 방식을 바꾸라는 말이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그 변화의 흐름과 폭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 말이다. 저자는 그에 따른 노력을 크게 3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첫 번째 법칙 _ 정답주의를 버리고 수정주의를 배워라.
두 번째 법칙 _ 명함 없이 자신을 설명하는 방법을 찾아라.
세 번째 법칙 _ 잠자리 눈 사고력을 익혀라.


저자 역시도 30살 때까지 '바쁘다 바빠 증후군'을 앓던 전형적인 '일벌레'였는데 어느 날 '메니에르증후군(내이의 출혈에 의한 현기증과 함께 이명, 난청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희귀병)'이라는 병에 걸리게 되면서 그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았다. 그리고 사회 경력 30년이 다 된 그는 이제 자신은 명함 없이 일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3,40대에게 회사라는 조직이나 이름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독자적인 실력을 갖추라고 충고한다. 사실, 종신 고용이라는 말 자체가 과거의 유물처럼 되어버린 지금 조직에 매몰된 채 살아가지 말라는 그의 주장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저자는 끊임없이 책 속에서 '자신이 평소에 얼마나 조직이라는 우산 밑에 숨어 있었는가(p. 68).'라며 조직에 갇히지 말라고 주장한다. 자신의 "맨 얼굴"을 찾아내라거나 명함 없이 자신을 설명하라는 것도 표현을 달리 한 것 뿐이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자기계발서인 이 책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진정한 자신'에 대한 부정이다. '그런데 '진정한 자신'이란 무엇인가. 따로 어딘가에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고 있는 자신과는 다른 진정한 자신이 숨겨져 있다는 말인가. 감히 단언하건대 진정한 자신이라는 건 일종의 환상이다. (p. 84)' 저자는 '자아 찾기'라거나 '진정한 자신'이라는 게 결국 정답주의의 산물이라고 강하게 밀어붙인다. 뿐만 아니다. '본연의 자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은 '연기하는 자신'만 있을 뿐이다. '진정한 자신'이라고도 바꿔 말할 수도 있는데, 이것을 찾으려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본연의 자신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자신이라는 존재는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p. 149)'라며 다소 극단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진정한 자신'에 대한 강한 부정은 그의 의견에 쉽게 동조를 구하기 어렵게 하지만, 결국 그의 요지는 어려움과 좌절 앞에서도 다양한 연기를 통해 유연하게 살아가라는 말로 풀이된다. '진정성'을 버리고 '연기'하라는 그의 주장은 여타의 자기계발서에서는 볼 수 없던 다소 충격적이고 과감한 어휘 선택이다. 설사 그의 표현이 맞다 쳐도, 뭐랄까 건드리지 말아야 할 성역을 건드린 것만 같은 괜한 불편함이 전해져 온다고나 할까? 
 

이제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정답'이 없는 시대다. (p. 80) 우리는 안타깝게도 억척스럽게 아끼고 살더라도 부자는커녕 가난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장징푸의 <<20배 경제학>>에서도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도, 무조건 부지런히 일하는 것도, 무조건 절약하는 것도 더 이상 해결법이 아니'기 때문에 월급과 같은 고정적 수입이 아니라 지속적인 수입 체계를 가지라 충고하지 않았던가? 

결국 이 책의 저자 후지하라 가즈히로의 주장을 정리하면, 잠자리눈 사고로 획일화되고 정형화된 사고를 벗어나 정답주의가 아닌 수정주의를 배워 특정 조직 내에서만 통용될 수 있는 능력이나 존재를 지양하고 어느 회사, 어느 직책이라는 꼬리표 없이도 살아남는 말하자면 '명함'없이도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존재가 되라는 것이다. 이를 한 마디로 말하면, 조직과 손잡고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일하는 개인이라는 뜻의 '셀프 임플로이 self-employee'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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