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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댑트 - 불확실성을 무기로 활용하는 힘
팀 하포드 지음, 강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사랑받는 팀 하포드(Tim Harford)의 신작이다. 원서에서는 Why Success Always Starts with Failure라는 부제로 실패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데 반해 번역에서는 '불확실성을 무기로 활용하는 힘'이라는 부제로 책의 내용이 직관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파이낸셜 타임스 시니어 칼럼니스트이자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경제 저널리스트가 발표한 신작에 원서처럼 '왜 성공은 항상 실패로부터 시작되는가'라고 부제를 붙인다면 흔하디흔한 자기계발서처럼 보일까 우려했던 건지, 아니면 단순히 '실패와 성공'이라는 협의의 개념에서 나아가 '그렇다면 그 실패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명제에 대한 대답을 이 시대를 정의하는 키워드, '불확실성'에서 찾은 건지는 모르겠다.
흔히들 지금 이 시대를 두고 불확실하다고 한다. 나날이 기술과 지식은 발전하는데 문제는 그것이 기존의 기술과 지식을 압도하고 또 전면적으로 상충하기도 하면서 기존의 것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다는 데 있다. 그 발전 속도가 너무도 빠르고 복잡한 탓에 관련자와 전문가조차도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하기가 어려운 이 복잡한 세상에는 당장 지구 온난화와 이상 기후 문제, 전쟁과 테러, 금융위기와 제도의 문제점, 세계의 양극화 등 전 세계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데 팀 하포드의 말대로 우리는 해결책에 조금도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두고 어떤 문제점이 실제로 어떻게 풀려나가는지를 이해해보려는 책이라고 정의한다.
경제는 물론이고 정치와 군사, 그리고 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에 대한 저자 나름의 해석을 내놓은 이 책의 키워드는 단연 '실패'다. 이를 다른 말로 바꾸면, '시행착오'다. 손다이크의 시행착오 학습(Trial and Error Learning)처럼 팀 하포드 역시 끊임없는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시행착오가 문제 해결에 그토록 효과적인 도구인 이유는 무엇일까? 변이와 선택의 반복이라는 진화 알고리즘은 문제가 계속 변화하는 세상에서 온갖 이형을 시도해보고, 효과가 있는 이형을 좀더 시도해보는 과정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한다. (P. 33)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저마다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저자는 문제가 복잡하고 까다로울수록 시행착오의 효과가 더욱 높아진다며 새로운 도전의 의미를 역설한다. 하지만 시행착오의 효과가 더욱 높아진다는 것은 문제가 복잡하고 까다로우니 자연히 시행착오를 겪을 확률 자체가 커져 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실패에 인색한 개인의 본능과 조직의 운영 방식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팀 하포드는 이 책의 목표가 그 도전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성공적인 적응의 레시피 3단계를 전하는데 사실 그래도 가장 근본적인 어려움은 아무래도 실패에 인색한 개인과 조직, 그리고 사회구조 그 자체에서 오는 건 아닌가 하는 미련이 남는다. 시행착오라는 '탈 중심적 프로세스'를 활용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조직과 개인이 아직 너무도 많으니 말이다.
성공적인 적응의 레시피
(1)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보되 그중 일부는 실패하리라는 사실을 예상하라.
(2) 생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실패하라. 실패는 보편적인 일이다.
(3) 일단 실패했을 때 그 사실을 인정하라.
가장 흥미로웠던 챕터는 기후 변화를 다룬 5장이었다. 지구 온난화가 문제다, 메탄가스가 문제다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었던 것들을 제프 덕에 보다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시행착오의 탈 집중화된 프로세스를 통해 수익 추구 전략이 등장하는 진화 환경이 바로 경제다라고 말한 것처럼, 개인과 기업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면서 정부가 직접 지구를 살리는 방법을 취사선택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구를 염두에 두고 모든 결정을 내리도록 경쟁의 장을 기울이라 조언한다. 그가 예로 든 탄소 가격제를 비롯한 쿠키나 에스프레소 한 잔이 지구에 얼마나 피해를 주는지 자동으로 계산해줄 탄소 가격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아이디어도 기대된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