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인문학 강의가 있는 날은 유난히 후텁지근한 거 같네요. 열강해주시는 작가님은 물론 강의를 듣는 모든 분들의 열기가 더해져서 민중의 집은 정말 한여름밤의 도가니라고나 할까. 그 더위조차 잊고 시간의 흐름조차 잊게 하는 강의가 퍽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더운 강의실, 약간은 불편한 의자라는 사실도 까먹고 그저 강의에 빠져든 두시간 반이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눈덮인 한라산을 구경했고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제주를 가봤습니다. 지난 10여년 사이에 몇번 제주를 들르면서 나름 구석구석 다녀봤다고 생각이 들던 언젠가부터는 조용히 제주를 느끼고 싶었었는데, 마침 올레길이 열리더라구요. 제주 출신의 친구가 제주 올레가 이런 아름다운 걷기길이 되는구나 하면서 적잖이 놀라기도 하더라구요. 배낭하나 짊어지고 가야지 가야지 했는데 못갔다가 지난 3월에 학생들 인솔해서 수학여행길에 젤 아름답다는 외돌개코스(7코스라죠)를 살짝 맛보고 왔습니다. 물론 시끄러운 녀석들과 함께 걷는 길이라 진정한 여행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그 때 훌쩍 떠나서 제주를 다시 만나야겠다 생각했었어요. 서명숙 님의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걷기여행 책을 보면서 그저 뿌듯해하면서.
좋아하는 작가님을 직접 만나 뵌다는 건 참으로 기분 좋은 그리고 큰 행운입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코엘료를 만난 작가님의 기쁨, 그것도 가능성 거의 없는 뜻하지 않은 행운을 누린다는건 참으로 멋진 일이었겠지요.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제주 올레에 대한 작가님의 무한한 애정과 열정이 강의에서 고스란히 묻어나서 내가 한일도 아닌데 그저 뿌듯하고 감동적이더라구요. 에머랄드 빛의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아래 한라산이 그토록 아름다운 제주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그리고 진실한 자아찾기를 할수 있는 길을 개척하신 분께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싶네요. 그토록 하고 싶던 일을 스무해 넘게 하면서 어느만큼 지쳐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며 내가 진정 희망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하는 시간이기도 했고, 내가 못하는 일을 다른 분이 해내는 걸 보면서 용감함과 결정력에 찬사를 보내고 또 한편으로 나 자신에게도 용기와 격려를 해 줄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서명숙님의 열정에 반했고, 상처입고 지친 이들에게 말없이 용기를 불어넣는 그 길, 푸른 바다가 주는 치유의 그 길, 올레를 열어 준 그 분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싶고, 이제 남은 것은 모두의 몫이라 생각됩니다. 함께하는 길, 홀로 서는 길, 치유하는 그리고 더 많이 자신을 사랑하게 될 그 올레길에 희망을 가져봅니다.
유난히 더운 날 열리는 강의임에도 늘 준비하시는 스텝께도 감사드리고, 무엇보다 함께하는 이들의 열정이 큰 힘이리라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다음번의 강의도 기대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