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인문학 공부를 하는 핵심이 바로 '주체'에 대한 고민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라는 주체는 항상 실제의 내 자신과 일치하지 못해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내게도 권력욕이 숨어있었겠지요. 그저 단순히 한 객체이기보다는 주체로서 거듭나고 싶었다고 해야하나...
그렇게 기대했던 '주체'의 첫강의 날, 미리 확인도 하지않고 당연히 책의 순서상 '권력' 강의라고 생각을 한 것이죠. 전철타는 시간만 무려 1시간 30분이나 되는 거리를 달려가는지라 충분히 전철안에서 책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답니다. 두둥~
이정우 선생님의 첫강의는, 채운 선생님 시간처럼 활발한 느낌은 없었지만 저는 나름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답니다. 의외로 이정우 선생님께서 쉽게 설명을 해주셨기 때문이겠죠. 차분하고 가라앉은 분위기 였지만 오히려 골똘히 생각할 수 있는 여유는 더 있었다고 할까요... 실제의 나와 보여지는 내가 일치하지 않아서 했던 고민들의 무게가 조금은 빠지는 느낌이였으니까요. 두시간을 걸려 집에 돌아와 '주체란 무엇인가'를 펼쳤습니다. 늦은 시간이기도 했지만, 책은 의외로 어렵더군요. 아마도 강의를 먼저 듣지 못했다면 한페이지 넘기기가 수월치 않았을거예요.
그리고, 주체에 대한 두번째 시간... 허둥지둥 달려간 탓도 있지만, 요즘 몸이 조금 안좋아서 컨디션이 영 말이 아니거든요. 강의 시작하고 얼마간 집중이 안되더라구요. 첫시간보다 강의도 어려웠고 머릿속이 마구 꼬이는 느낌도 들고... 급기야 도망가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지 뭡니까. ㅡ.ㅡ; 대충 뭉개며 시간을 보낼것이냐 도망할 것이냐의 기로에서 결정적으로 혼미한 나의 정신을 깨워 준 것은 헤겔의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였습니다. 하! 하! 하! 나는 나이고 싶기에 여기 앉아 있다는 걸 급 깨닫은거죠. 역시 공부는 시킨다고 하는것이 아니죠. ㅋㅋㅋ
베야민의 역사관이 가장 크게 다가왔습니다. 역사가 그랬기 때문에 지금 이러한 것이 아니라 지금 돌아보니 역사가 그랬더라는 미묘한 차이. 그것은 채운 선생님의 2강때 프로이트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어린시절의 어떠한 일이 지금의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러한 때 돌아보니 어린날 그런일이 있어더라는.... '지금 어떻게 하느냐'가 역사의 의미를 다르게 할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제게는 가장 크게 남았어요.
제게도 지난 2009는 엄청 큰 의미가 있는 해였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땅, 내 아이가 살아갈 이 땅에 대한 두려움, 서글픔... 문득 어느때는 그냥 떠나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죠. 이런 이야기를 하면 친구들이 말합니다. 왜 대학때 고민을 지금하느냐고.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그건 그저 이상일뿐 현실은 이러한거라고... 이정우 선생님 1강때 하신말씀이 떠오르네요. 사람이 변해도 큰 줄거리는 있어야 한다고 하셨죠. 그것이 바로 주체 아닐까 합니다. 휩쓸리고 흔들려도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것요.
집이 멀어 질문 시간에 먼저 자리를 떠 이정우 선생님께 감사의 박수 쳐드리지 못한게 못내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