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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2년 1월
평점 :
고시를 시작하면서 읽은 공부방법론에 관한 글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경제학의 경우 행정학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요즘 행정학의 추세가 공공선택론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경제학적 마인드와 행정학적 마인드가 전혀 상관없다고 말할 수 없겠지요.(공공선택론은 공공문제의 경제학적 관심입니다.)
행정학을 처음 공부할때 왜 행정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접근이 이루어져야 하는지, 리카도와 애로우가 경제학 전공자지 행정학 전공자인지도 모르고 색깔 넣어가며 암기했었다. 행정학이 가지는 학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경제학과 무관한 것이리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접했었는데, <유시민의 경제학 까페>를 읽고 왜 행정학에서 저걸 배워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또한 왜 1차공부를 위해서는 2차 공부의 병행이 필요하다고 한 저 이름모를 고시선배가 했던 말도 이제 이해가 된다.)
<유시민의 경제학 까페>는 경제학 입문서가 아니다. 경제학에 좀 더 친숙해지기 위해서는 좋은 책임은 분명하다. 다만 유시민이 경제학을 통해서 바라본 세상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는 우리의 잘나신 정치인들이 어떤 거짓말을 하고, 어떤 사기를 치고 다니고 얼마나 무식한지를, 역시 우리의 고귀하신 기업가들은 어떻게 남을 등쳐먹고 있으며, 어떤 잘못을 했는지에 관한 것이다. 수구 언론은 어떻게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는지, 행정관료들과 경제학자들은 어떻게 국민들에게 사기를 치고 어떻게 책임을 회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시 말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자 하는, 잘못된 것을 바로보고자하는 경제학을 통한 유시민의 계몽서인 것이다.
'유시민의 경제학 까페가 손님들에게 제공하려는 것은 경제학적 사고방식이다. 모든 경제학적 개념과 이론에는 나름의 철학적, 사회적 배경이 있다. - (중략) - 철학적, 사회적 배경과 용도를 알고 공부하면 무작정 공부하는 경우보다 훨씬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P. 8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유시민의 경제학 까페>를 읽으면서 느끼게 된 점이 있는데, 다름아닌 토드 부크홀츠의 저 책이 경제학 입문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경제학에 친숙해지기를 바라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쓴 게 아니라 작가의 에세이 혹은 일기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왜 경제학을 공부해야하는지 감을 못잡게 하면서 어느 경제학자가 어디서 태어나서 돈 어떻게 벌었다, 혹은 어떻게해서 유명해졌다 이런 이야기들을 잔뜩 늘어놓으니 말이다.
게다가 저 책을 이해하기위해서는 세계사, 특히 미국과 유럽의 역사(뭐 그게 그것이로군)를 조금은 알아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입문서를 이해하기 위해 다른 입문서를 봐야하는 웃기는 상황을 유시민의 책을 읽는 중에는 부딪히지 않게 된다. 유시민은 필요한 말만 한다. 적당히 끊어주고 더 많은 것을 필요로 한다면 경제학원론을 참조하라고 선을 확실히 그어준다.
유시민은 머리말에서 까페로 초대하고 싶은 이들이 '경제학개론 또는 경제학 원론 강의를 듣는 학생'은 물론 '경제현상을 이해하고 싶지만 경제학 교과서를 펼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는 분들'이라고 했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수구세력들이 경제현상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어떻게 국민들에게 사기를 치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이들'이라고.
'유시민의 경제학 까페'에 갔다 온 사람으로서 자신있게 당신에게 권한다. 까페에 들러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