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홀츠 지음, 이승환 옮김 / 김영사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경제학도도 아니고 수험생의 입장에서 '경제학원론'을 읽기전 단계로 읽은 개론서로서는 손색이 없지만, 이 책이 수많은 추천글과 호평을 불러일으킨 것을 생각하면 조심스럽게 쓴소리 몇마디를 해야겠다. 얻는 기쁨만큼이나 비전문가로서 가지게 되는 불만도 제법 많았기 때문이다.

'김영사'에 대한 유쾌하지못한 추억이 있다.

군대에서 말년에 역시 김영사에서 나온 <게놈>을 접하고서 원문 그대로의 번역에 짜증이 나 중도에 포기한 적이 있었다. 집중해서 몇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어도 내용이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아 김영사 홈페이지에 가서 몇마디 해주기까지 했다. 돌아온 답변은 '구체적으로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다'라는 것이어서 대단히 구체적으로 지적해주었더니 답도 없었다.

더더군다나 이 책은 미국에서는 수많은 호평을 받았다는 책이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꽤나 잘 팔린 책 중 하나였다. 그래서 더 화가 났는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이 책 하나뿐이었었다. '김영사에서 나온 책은 번역이 엉망이야'라고 말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단 말이다.

그런데 <죽은 경제학자들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읽으면서 저 안좋은 추억이 떠올랐다.

문학작품이야 재해석의 여지도 많고 원작자의 형식과 표현을 최대로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원문그대로의 번역을 하는게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당체 개론서이자 입문서에, 그것도 전문용어가 넘치는 서적을 원문그대로 번역하면 어찌하겠다는 말인지.

중반까지는 왠만큼 이름들어본 경제학자들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요점정리가 꽤나 힘들정도였고, (이건 불성실한 번역때문이기도 했지만 저자의 글 자체에서 오는 요인이다. 나만 이런것인가? 비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이 책을 멋진 교양서적 내지는 경제학 입문서라고 칭찬하기에 바빳고, 경제학자들은 하나같이 이 책을 극찬하고 추천하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전문용어도 아니고 미국에서 즐겨쓰는 듯한 수식어나 일반적인 표현인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원문그대로 써서 아주 문장을 웃기게 만들어버리는 저자에 대한 지나친 배려가 눈에 거슬렸다.

그래도 중후반부터는 대단히 멋진 글들의 연속이었고, 저자가 예를 든 부분은 쉽고 재미있었다.

20세기 중후반을 다룬 부분이라 그런지 흥미도 컸고 이해도 빨랐으며, 앎의 즐거움을 톡톡히 만끽하게 해주었다. 이 책의 진가는 중후반부에서 드러난다. 전반부가 이를 위한 것이었다면 할말이 없다만.

오히려 '경제학원론'을 한두번 읽어본 후 이 책을 접한다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몇개월 뒤 이 책에 대한 어쭙잖은 서평을 번복하게된다고 해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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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4-08-27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글쎄요 전 경제라고는 고등학교 경제 시간에 배운 게 다지만, 그 때 배운 용어들이 나오던 걸요? 전 아주 쉽게 잘 쓰여진 책이라고 생각한는데... 오히려 "유시민의 경제학 까페"가 읽기는 더 어려운 듯 한데...

dh1 2004-09-09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번역본은 원서로 보나 번역본으로 보나 거의 비슷한 느낌을 준다고 정평이 나 있는 책입니다.
저희 교수님들도 번역하난 완벽할 정도라고 극찬을 하셨구요..
비판하신분...의 지식이 의심스럽네여.
경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닌이상 이정도도 이해하기 어렵다는것은 국어도 .. ㅎ

엉터리약국 2005-01-13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서를 이해하기 어려우면 보통 번역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데 ... 이 책의 번역은 너무나 훌륭합니다. 원문에 없는 번역자의 부가 설명도 훌륭하구요.

해외선교의사 2006-01-17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닥 어렵지 않았는데.. 번역이 너무 잘되서 술술 읽었던 책. 나나님 말대로 한국인이신 유시민씨가 쓴 '유시민의 경제학 까페'가 오히려 더 번역서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