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운동화 신은 뇌 - 뇌를 젊어지게 하는 놀라운 운동의 비밀!
에릭 헤이거먼. 존 레이티 지음, 이상헌 옮김, 김영보 감수 / 녹색지팡이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0대에 그토록 자신했기에 방관했던 몸매와 피부가 급격히 변화를 겪은건 30대 초입의 나이탓만은 아니었다. 내가 놓치고 있었던 건 몸매와 피부보다 더 심각한 기억력의 감퇴였다. 예민하게 기억하던 전화번호나 사람의 이름, 방금 전까지 기억하던 사소한 일상들이 지우개로 지운 듯 어느 날부터인지 알듯 말듯 선명해지지 않게 된 뒤부터 정말 나이를 먹었구나 실감하게 되었다. 일때문에 소홀히했던, 그리고 팔팔한 나이만 믿고 수수방관했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나 역시 운동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걸 알아차린 게 지금이라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늦은 저녁을 먹은 뒤로 집주변을 걷기 시작했고 맨손체조나마 소홀히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운동의 시급함에 걷기운동을 감행할 때 이 책을 만났다.
책에서는 제목그대로 운동으로 인한 뇌의 변화를 중점으로 다루고 있다. 센트럴 고등학교의 0교시 수업으로 인해 학업성적이 눈에 띄게 향상된 학생들의 놀라운 변화에 자극받은 저자는 약물만으로 치료에 한계를 느꼈지만, 적절한 운동으로 한결 나아진 실제 환자들의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하며 운동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주로 현대인이 가장 많이 앓고 있는 정신적 질환인 불안과 공황장애, 우울증, 주의력결핍장애, 중독을 비롯해 여성들만의 문제등 운동으로 인해 개선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을 언급하고 있다. 저자 자신의 환자들 사례나 실제적인 경험은 지나칠 정도로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쯤되니 책의 마지막장을 덮은 후 가만히 있을 수가 없게 되었다. 어디라도 걸어야 할 것 같았고 길이 있는 곳이라면 달려야 할 것 같았다. 뇌의 노화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이 운동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무의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정신적으로 겪는 변화의 측도를 과학적이고 계산된 방법만으로 측정하기에 뇌는 무한하고 감정은 너무나 주관적이다. 이같이 주관적인 운동의 효과를 소파에 앉아 리모컨으로 TV채널이나 돌리며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는 독자들에게 설득시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실제 의사였던 작가는 전문적인 용어와 학술적 견해, 실제 연구사례들을 얘기하며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그러나 첫 장부터 꾸준히 등장하는 의학용어에 난감해 한 장만 읽어도 대책없이 감기는 눈꺼풀때문에 책을 읽는 것자체도 스트레스를 야기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씩 친해진 의학용어들이었지만 끝끝내 뜬구름잡는 듯 모호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나마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던 건 실제 환자들의 사례를 토대로 역설되는 운동의 획기적 효과와 그들의 변화였다. 운동으로 자신감을 찾으며 학습능력이 향상되고, 치매를 예방하며, 정서적 불안을 가라앉혀주고, 우울증을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긍정적인 운동의 자연치유법에 명약이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
"운동의 가장 두드러진 장점 가운데 하나는 학습의 속도를 빠르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의 중요성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는 연구가 종종 있습니다.
반드시 기억해두어야 할 중요한 정보인데도 말이지요. 몸이 건강하면 공부나 그 밖의 다른 일을 더욱 능률적으로 할 수 있다는 말이니까 실제 생활에도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까? " -p.68
참, 재미있는 사실은 인류에게 각인된 '장거리 포식동물'로서의 예민한 본능과 뇌의 구조가 운동을 하지 않음으로서 균형이 흐트러졌지만 언제든지 운동을 통해 신체와 뇌가 최적화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현대인들은 원시인들처럼 먹이를 사냥하거나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더이상 두 다리를 움직일 필요가 없어졌다. 대신 현대인이기 때문에 겪어야하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질병을 신체를 활성화시킴으로서 뇌에 불을 밝혀야 한다는 의견에는 깊이 공감했다. 그리고 평균연령이 높아지며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알츠하이머는 뇌세포의 손실로 기억을 잃어가는 무서운 병이다. 예전과 달리 노화때문에 생기는 병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것이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며 3,40대의 사람들에게도 발병하게 되다보니 뇌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게 되었다. 그런 소중한 뇌세포를 활성화시키고 적절한 스트레스로 유연성을 기르며, 새로운 뉴런의 성장을 촉진하는 신경세포 성장인자와 기분전반을 지휘하는 세로토닌의 수치를 올라가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비싼 약보다 운동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지금이라도 운동화끈을 고쳐매야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예찬하는 운동의 구체적인 효과를 그대로 옮기고자 한다.
1. 관심을 다른 곳으로 분산한다.
2. 근육의 긴장을 풀어준다.
3. 뇌의 자원을 늘려준다.
3. 불안 증세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준다.
4. 회로를 변경한다.
5. 회복력을 길러준다.
6.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p. 148
노골적인 회유책이지만 운동으로 인해 뇌의 크기가 줄어들지 않는다고까지 했다. 나이들어서 주변 사람들을 힘들지 않게 하려면, 그리고 나부터 자존감을 회복하고 사회적 관계를 개선하려면 운동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운동으로 인해 변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성취감을 느끼기 시작하면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얼마만큼의 운동을 적당히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라는 작가의 마지막 말은 운동으로 인한 긍정의 효과를 100% 입증한다. 오쿠다 히데오의 <인더풀>이란 소설에 보면 수영에 중독된 샐러리맨이 나온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수영으로 풀고 자신의 일에 한층 자신감을 되찾지만 광적으로 집착하게 되며서 더 불안에 휩싸인다. 현대사회가 이런 불안과 억압을 조장하며 사람들을 구석으로 내몰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적절히 뇌의 활력을 조절할 줄 아는 건전한 신체를 가져야만 우리는 불안에 지배당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꼭 거창한 운동이 아니라도 좋다.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걷기나 유산소운동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뇌를 젊어지게 하는 첫걸음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얼마만큼 운동을 해야 뇌에 도움이 되는지를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신체가 건강해지도록 노력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대답한다. 운동을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신체가 건강할수록 뇌는 유연해지고 인지적.심리적으로 기능을 보다 잘 수행한다는 사실이 많은 연구 결과 밝혀졌다. 신체가 건강해지면 뇌는 저절로 건강해진다. -p.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