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유전자
뤽 뷔르긴 지음, 류동수 옮김 / 도솔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최근 발간된 '기적의 사과'를 읽고 크게 감동했다는 나의 평때문에 한 지인으로부터 이 책을 소개받았다. 역시 기적의 사과때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부제목으로 확인됐다. '농약없이 풍작을 이루는 기술' .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이를 둘러싼 음모'라... 뭔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기대와 달리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그렇다고 유전공학의 기술을 담은 이론서도 아니었다. 읽고 난 후 윤곽이 보이지 않는 희미한 정체의 거대한 구름이 머리위에 떠있는 기분이었다. 무농약 재배는 두 과학자가 발견한 연구의 부차적인 이득이었고, 그보다 더 큰 인류를 구원할 마지막 희망이 될 수도 있는 실험을 지지하려는 목소리가 하나로 통일된다. 


스위스의 두 과학자 구이도 에프너와 하인츠 쉬르히가 자신들이 발견한 엄청난 실험의 결과를 <슈퍼트레페>라는 주말 오락 프로에 공개했다. 2억년전의 소금결정에서 곰팡이 유기체를 분리하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과 전기장처리를 거쳐 성장한 골고사리가 현존하는 종에서는 발견할 수 없고 선사시대 고사리 화석의 모습과 거의 일치한다는 놀라운 발견이었다. 또한 골고사리처럼 전기장처리를 거쳐 자란 옥수수의 줄기에서 다섯개까지 옥수수가 자란 모습도 보여주었다. 보통은 많아야 두세개정도가 고작인 옥수수가 전기장처리만으로 지금은 유럽에서 찾아볼 수 없는 멸종된 옥수수의 형태를 띄었다는 놀라운 실험이었다. 하지만 실험을 두 과학자가 속한 제약회사인 치바그룹은 자신들의 이해득실때문에 중단시켜버린다.

 
"식물들은 진화 과정에서 재배나 퇴화를 통해 일부 유전자 특질을 상실하게 됩니다. 그런데 전기장을 이용하면 그 특질을 되살려내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진화 과정을 거꾸로 거슬러가는 것입니다. " -p.18


방송에서 보여진 골고사리나 옥수수말고도 그들은 밀이나 송어로 같은 실험을 계속했다. 역시 그들의 예상대로 유전자는 퇴화했을것이라 추측하는 야생의 모습과  유전성를 드러냈다. 하지만 치바그룹은 이 실험으로 인해 당시 살충제와 종자로 큰 수익을 내고 있던 회사에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때문에 연구를 멈췄는데, 그 이유는 전기장실험을 거친 식물들은 잡초나 벌레들이 다 자라기도 전에 실험을 거치지 않은 식물에 비해 3~4배이상 성장이 빨랐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죽은 두 과학자를 대신해 사장될 위기의 실험을 에프너의 두 아들이 이기적인 기업윤리에 희생당해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이는 제3세계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한다.마지막 호소문이 아버지의 연구를 헛되지 않게 만들려는 아들의 뜻을 전하고 있다.


전기장 실험을 통해 많은 과학자들의 통념을 뒤엎고 자연의 신비에 접근한 두 과학자의 노력이 현실적으로 빛을 볼 수 있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 다행이었다. 책에서도 그 값진 노력이 여실히 드러난다. 전기장 실험의 불확실성과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여러 과학자와 교수들의 추론이 뒤따르고 반론에 따른 이론적 설명도 뒷받침된다. 사실 이 부분은 쉽게 설명되있음에도 어려워서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상업적으로나 전인류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려는 프로젝트임에는 분명해보였다. 종자를 재생산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 종자회사의 횡포에 단순히 소작농으로 전락해버릴 수 밖에 없는 사람들과 제초제와 살충제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실험은 계속되야한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사람들의 입맛때문에 원초적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퇴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원시그대로 살려놓을 수 있다면 그것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그렇다고 진화에 진화만 거듭하는 유전자에 제동을 걸 수는 없을 것이다. 전기장실험도 2세대에서는 그 힘이 약해진다고 하니 말이다. 

 
어느 정도 합당한 선에서 수용이 이뤄지겠지요. 그렇다면 수용되는 내용은 무엇일까요? 우선은 지금까지의 인식과 경험에 모순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모든 새로운 것은 어떤 면에서든 필연적으로 종래의 것과 모순관계에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움이라는 성질을 잃게 되니까요. 어떤 내용은 인간에게 유용한 것으로 결론이 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그러한 결과를 알기 위해 어떤 인식을 취해야 하는가하는 점입니다.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완강히 거부하는 태도를 취하게 되지요. 미지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니까요.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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