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JackDaniel >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저자 임승수 강연회 후기
작년, 2월 서울대 경제학과의 국내 마르크스경제학의 대가인 김수행교수의 정년퇴임이 있었고, 그 후임교수 채용에 대해서 큰 논란이 있었습니다. 김수행교수의 퇴임으로 경제학과에 사실상 마르크스경제학 전공의 교수가 없어지는 것으로 인해 대학원생들이 중심이 되어서 후임교수 채용에 대한 요구를 진행하였죠. 그 요구에는 마르크스 경제학에 대한 필요성에 대하여 아주 명확하게 꼬집고 있습니다. 당시 6월 그들의 대자보를 일부 인용발췌해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신임교수 임용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주류경제학 전공 교수들의 대부분이 마르크스경제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또는 이해하지 못하는 동시에 적대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번 결정이 내려진 더 솔직한 이유일 것이다. 마르크스경제학은 자본주의가 결코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한 조화로운 경제체제가 아니라, 인류의 역사에서 수천 년 동안 지속되어 온 계급사회, 착취사회의 한 형태일 뿐이라고 가르친다. 또한 자본주의는 결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경제체제도 아니며, 오히려 자기 스스로의 성숙과 발전의 결과 끊임없이 주기적 공황과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 체제라는 사실을 폭로한다. 무엇보다도 마르크스경제학은 자본주의가 영원불변한 경제체제가 아니라는 사실, 주류경제학이 전제하고 있는 사적 개인이 본래부터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체제의 산물이며, 오직 그 체제를 극복함으로써만 인간이 다른 누군가의 물질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가 아닌 자기 자신의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존재로 해방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 2008년 6월 17일 학문의 균형과 비판정신의 복원을 바라는 서울대 경제학부 대학원생들 (강조, 발췌함)
학문의 균형적인 발전과 주류 경제학에 대한 비판적인 접근을 위하던 그들의 요구는 결국 무산되고 말았지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발 경제위기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이러한 경제위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분명 주류경제학으로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강연회에서 임승수 저자가 차근히 잘 말씀해주셔서 재차 언급할 필요성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결론적으로 상당히 많은 이유로 해서 우리는 다시금 마르크스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다른 시각은 언제나 그 다름으로 인해서 중요성을 가집니다. 이렇기 때문에 저 자신으로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풀어서 쉽게 설명한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의 출판을 마음깊이 환영합니다.
강연회에서 저자는 제가 거의 2년여에 걸쳐서 공부한 내용의 핵심들을 아주 쉽게 설명을 하였습니다. 오래전에 이 강연회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저자의 짧지만 핵심적인 강의에 일단 감사를 표합니다. 다만, 마르크스가 상당히 강조했던 부분인 분업과 그에 따른 소외에 대해서는 조금 설명이 아쉬운 점은 있었습니다. 물론, 이 부분을 5,000원 짜리 식사와 비교해서 말씀해주신 것 같지만요. 또한, 저자의 확실한 태도가 저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끔 흐릿한 태도를 객관으로 가장하는 분들을 많이 보았는데요, 그에 비해 시원시원해서 좋았습니다!
임승수 저자는 자본론 강연이후에 현재 상황에 대한 문제점들을 꼬집으면서 생존과 그에 따른 공동체적 삶이라는 대안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역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다를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 또한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지금에 와서 엥겔스가 말하는 그러한 원시공동체적인 (물론 외양은 다르겠지만) 삶이 너무나 멀리보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일단 문제의식이 저 같은 경우에는 저자도 설명하였던 물신주의에 있다고 봅니다. 사람들이 ‘가치’라고 했을 때 오로지 ‘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문제라 생각됩니다. 돈 이외에도 이 사회는 분명 다양한 가치가 있습니다. 사람의 가치, 도덕의 가치가 그것이지요. 사람의 가치를 돈의 가치보다 아래에 둘 때야 말로 자본주의 사회의 온갖 병폐가 일어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를테면 멜라민사태의 경우도 그러한 상품을 만들고 그 결과에 따른 인간 삶의 가치를 당장의 돈의 가치보다 아래 두었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견해의 차이는 있지만, 우선 이 책의 발간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드립니다. 강연회도 재미있게 잘 들었고요. 이러한 자리를 마련해주신 알라딘과 시대의 창에 감사드려요.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