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 중에는 고흐(Gogh)같이 사후에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되는 사람들이 있다. 옛날에나 그런 일이 있는 줄 알았는데, 나에게 있어 소설가 정미경 님이 그런 존재가 아닌가 싶다. 두 권의 유고작이 출간되었다고 해서 읽어보게 되었는데, 소설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문장이 쉽게 흘러가진 않는다. 경험해 보지 못한 묘사가 많아서 상상하며 느리게 읽게 된다. 인물의 관계도 통상적이지 않다. 적어두고 싶은 ‘아포리즘‘ 같은 문장도 툭툭 튀어나온다. 그렇다고 어떤 작가들처럼 어렵게 꼬아서 쓰는 타입도 아니다. 나이가 분명 훈장은 아니지만, 젊은 작가들보다는 인생 경험을 쌓은 중견 이상의 작가들의 글이 무르익는 건 사실이다. 이제부터 더 좋은 글을 써 줄 수 있는 작가를 이리 일찍 보냈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게 느껴지는 밤이다.
김서령이 권해서 가볍게 읽겠다 싶어(얇습니다) 손에 쥐었다가, 눈물콧물 쏟는바람에 반밖에 못 읽고 잠시 덮었다. 이혼, 자식, 남편의 죽음, 돈, 시댁... 흔하디 흔해 이게 뭐 소설이나 되겠나 했는데, 너무나 현실적이라 도망갈 수 없어 미선과 함께 펑펑 운다. 내일 쌍꺼풀 없어지겠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