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제주로 갑서
정다운 지음 / 남해의봄날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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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시간적 경제적 자유가 주어진다면, 하고 싶은 건 2년씩 5개 도시 살아보기이다. 나는 서울에서 나서 50년을 서울에서 살았던 사람이라 시골은 자신없고 도시에서 살아보고 싶다.

후보지 1순위는 제주. 동해안 쪽은 강릉. 경상도는 통영. 딱 중간인 대전도 좋을 듯. 전라도는 광양이나 여수. 목포나 군산도 좋다. 충청도는 안면도(여긴 도시는 아니지만 워낙 익숙한 곳이라 살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딱 10년만 전국의 이곳 저곳에서 살아보고 싶다. 그리고 서울이나 지금사는 경기도 고양에 와서 말년을 보내야지.

그런 면에서 진짜 제주를 만난다는 이런 이야기는 솔깃하다. 사실 지금껏 제주는 많이 가봤지만, 일하러 가고 남들 하듯 유명 여행지 다녀본 게 다이다. 솔직히 말하면 제주 사람들은 타지인에 대한 배타가 강하다고 들었다. 저자가 느끼는 것처럼 마을에서 동네사람들과 교류하며 살아보고 싶다. 이 책은 제주에 대해 살짝 먼저 그런 기분을 느껴보는 가이드로 아주 훌륭하다. 첫 장인 평대리 하나 읽어봤는데 글씨도 큼직큼직해서 술술 읽기 편하다.

*제주에 사시는 페친님들. 혹시 제가 제주로 살러가면 정착에 도움 좀 주십시오. 굽신굽신^^

#이제진짜제주로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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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4-08-23 0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대전에 살아봐서 거긴 별로 살고 싶지 않지만 제주랑 부산, 경주, 전주, 그리고 해남에서 꼭 살아보고 싶어요. 저도 일순위는 제주. 그런데 일산에 사시는 군요!! 어머 제 친정엄마도 60대부터 일산에서 사시다 돌아가셨어요. 60년을 서울에서 살다가… 암튼 그래서 일산은 제 2의 친정 같아요. 괜히 더 반가움. 💕💕

보물선 2024-08-23 11:06   좋아요 0 | URL
그러셨구나. 고양도 엄청 발전해서 저희집(원흥)에서 일산은 30분 걸려요. 한국오시면 놀래실 일이 가득! 지방가서 같이 삽시다^^
 
이완의 자세 소설Q
김유담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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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의 중편소설이다. 일요일 저녁먹고 한 자리에서 후루룩 읽히는 170페이지 짧은 소설이다.

아빠 돌아가시고 사기당한 엄마가 때밀이(세신사라고 표현하지 않겠다)가 되어 7살때부터 목욕탕에서 살게된 딸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한다. 무용 전공은 했지만 무용가가 되지 못하고, 몸 접촉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 누구와도 몸관계를 맺지 못한다.

엔딩에 약한 K드라마처럼 이 소설도 결말이 약하다. 조금 더 정성스럽게 마무리가 되었으면 좋았겠다. 전개는 나름 좋았다. 한번에 읽어지는 건 잘 썼다는 증거다.

내가 다니는 사우나 세신사는 아마 75세 가까우시다. 30대 후반에 시작해서 35년 되었다 하셨다. 목소리도 짱짱하고 일도 잘하신다. 피부도 좋으시고. 처음 이 일을 한 건 남편이 망해서, 남자를 대하지 않고 현금받는 일을 하려고 시작했다고 하셨다. 몇 년 더 하실거랬다. 얼마나 즐겁게 하시는지 모른다. 이 일을 하시는 분들은 주로 남자 잘못 만난 연유가 있나보다.

암튼 여자들은 강하다. 물론 이상한 사람도 좀 있지만 생활력 발휘해서 버텨내는데는 힘이 세다. 대단하다. 남자따위에 그만좀 휘둘리고 살았으면 좋겠다.

#이완의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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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 - 수학을 사랑한 첼리스트와 클래식을 사랑한 수학자의 협연
양성원.김민형 지음 / 김영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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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매우 꼼꼼하게 읽었다. 처음엔 그럴 마음 조금도 없이 대담집이니 슬렁슬렁 보려고 점심짬에 넘겨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구절들이 속속 나오면서 빠져들어 형광펜을 잡기 시작했다. (나는 왠만하면 책에 거의 펜을 대지 않는 편이다)

첼리스트 양성원 님과 수학자 김민형 교수의 대담집이다. 읽으면서 나에게 있어서 클래식 음악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클래식은 바흐부터 18, 19세기를 거쳐 20세기 초까지- 아마도 말러나 쇼스타코비치 정도- 서양악기로 연주하는 곡을 말한다. (현대에도 이어지고 있지만 그 부분은 논외로 하자) 작곡가들이 복잡한 음표 가득한 여러 형태의 곡을 쓴다. 과거에 갇혀있으니 곡 수로 세어보면 뭐 그리 많지도 않을 것이다. 똑같은 곡(악보)을 가지고 연주자들을 통해 음악이 실행(!) 되고, 대중은 그 과정을 통해 음악을 듣게 된다.

클래식이 신기한 것은, 같은 곡인데 연주자 마다 연주할 때마다 음악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는데-음악은 시간예술이다- 이 장르의 묘미가 있다. 그래서 클래식에는 작곡가 분류와 연주자 분류가 쫘악 펼쳐져 마구마구 연결되어 있다. 암튼 우리는 연주자의 연주를 연주회장에 가서 들을 수도 있고, 레코딩으로 앱으로 유튜브로 들을 수 있는 세상이다.

연주회에 가면 악기 실제의 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연주자가 그 악기가 낼 수 있는 음량의 크기를 이리 저리 조절하며 음률과 음색을 만들어 준다. 신기한 경험이다. 조금만 들어봐도 ˝아! 실제 소리는 이렇구나˝하고 알게된다. 그간 들어본 건 다 뭐지? 이런 생각이 든다. 진짜다 싶다. 근데 좋은 스피커로 소리 크게해서 들어보면 이건 또 신세계다. ˝실제보다 더 좋은데?˝ 이런 생각도 든다. 나는 그래서 이 두 쪽이 다 나름 의미있고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유튜브 없었으면 내가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연주들을 검색해서 들어볼 수 있겠나 생각해보면, 유튜브와 앱에 감사해서 절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내가 피아노를 치고 싶어하는 감정과 이 즐거움은 뭔가 생각해봤다. 연주자 발끝도 못따라 가지만 내 스스로가 악보를 더듬으며 손가락을 움직여서 피아노를 통해 소리가 나고 음악이 되어갈 때... 이건 또 다른 희열이다. 미스터치도 많고 내가 원하는 그 소리가 안나와서 속상하지만, 그래도 바로 내가(!) 이 곡을 치고 있다는 것, 이 곡에 다가가서 작곡자의 의도를 표현하고 있다는 것. 듣는 건 사랑하는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지만, 연주를 해보는 건 사랑하는 대상을 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와~ 내가 썼지만 엄청 에로틱한 표현이네)

이 나이에 사랑하는 대상이 있다는 것. 첫사랑의 설레임 같은 걸 다시 느낄 수 있다는 것. 배신당할 일도 없고 속끓일 필요도 없는 아주 괜찮은 존재를 만난 것. 음악이 내게 주는 새로운 행복이다.

#클래식음악에대한나의헌사
#내일음악이사라진다면
#양성원
#김민형
#무슨책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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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년에 음악회를 몇 번이나 갈까
성용원 지음 / 현대문화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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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친 성용원 선생님의 음악칼럼 모음집이다. 내가 클래식을 좋아하기 시작한 건 사실 최근이다. 어릴적 피아노 치고, 학교 때 배우고, 행사나 초청으로 간혹 갔던 공연장은 일종의 당연했던 경험이다. 그러다 팬더믹때 클래식 공연장의 맛을 깊이 느끼게 되고, 남편도 같이 가주고, 이사하면서 피아노 모셔놓게 된 #소소재 에서 35년만에 피아노 레슨을 받으며 클래식에 더 관심있는 사람이 되었다. 입문자 정도 된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에 대답을 하자면, 나는 ˝일 년에 음악회를 스무번쯤 간다˝. 첫 해엔 열번쯤이었는데 작년엔 스물 네번 갔더라. 풀타임 직장인이 음악회를 이만큼 가려면 내입장에서는 엄청난 시간과 체력을 투자하는 거다. 물론 돈도 쫌 든다. 점점 욕심이 더 나지만, 그냥 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 열심히 다닌다.

연주를 들으러 다니면서 생긴 깨달음 중 하나는, 듣는 사람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왠만하면 1시간 공연장에 일찍가서 알람 맞춰놓고 30분쯤 눈을 붙인다. 잠이 오면 자고 아니면 아닌대로. 그러고 몸을 좀 쉬고 편안한 상태에서 들어가야 음악이 잘 흡수된다. 연주자는 평생을 노력해서 무대에 서는 건데, 듣는 사람도 이 정도는 해줘야지. 물론 가기전에 들을 곡을 예습하고 가면 더 듣기 편하다. 근데 예습까지 하고 가는 건 너무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냥 가는 날이 더 많다. 하지만 연주를 듣고 나오면 그 날 좋았던 레파토리 하나를 유튜브 찾아서 돌아오는 차에서 듣는다. 그 드라이브 시간이 참 좋다. 연주회가 연장되는 느낌이고, 실황과 녹음의 차이점도 느낄 수 있다.

클래식을 이제서야 발견하게 되어 아쉽다 생각하진 않는다. 이제서야 발견해서 좋은 면도 있다. 새로이 뭔가를 탐할 수 있는 장르가 있다는게, 그 장르가 무궁무진하다는게 얼마나 축복인지 모른다. 지금부터 ˝일년에 12번쯤 음악회에 가면˝ 들어본 곡이 계속 쌓일 거다. 그러다 보면 클래식 근육이 붙을 거고, 점점 더 음악에 푹 빠질 수 있을테지.

아! 책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내 이야기만 하는 습성이 또 나왔다 ㅎㅎ 이 책은 클래식을 가볍게 재밌게 접근하는데 도움되는 책이다. 드라마 <스카이캐슬> 이야기도 나오고 정치인 ‘김은혜‘ 이야기도 나온다. 그리고 가격대비 책의 퀄리티가 너무 좋다. 요즘 1만2천원 올컬러는 처음 본다. 저자가 출판사랑 무슨 관계신가 의심된다^^

#나는일년에음악회를몇번이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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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지음 / 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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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생의 서사는 있다. 저자인 조승리 씨는 15세경 시력이 약해져서 전맹이 된 분이다. 현재는 안마치료사로 일하고 있으시고. 그 하나는 확실히 남들과 다른 서사가 있으신 분.

그러나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서사가 아니다. 어릴적 환경은 힘들었다. 부모님이 승리씨를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심지어 아기때 버려질 뻔도 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상상할 수 있는 서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글로 적은 에피소드 하나하나는 매우 생기발랄하다. 탱고를 배우고 대만에 친구 세 명과 해외여행을 조직해서 나간다. 대부분 조용히 일을 하지만 때론 손님으로 만나는 사람들과 진심의 교류를 한다. 맞이하는 모든 일에 긍정의 포인트를 찾아낸다.

나는 가족 중에 시이모님이 거의 선천적 맹인이셔서 맹인의 삶을 좀 안다. 결혼 초기에 근처에 살아서 시어머니보다 자주 뵈었었다. 안마치료사셨는데 외모가꾸기에 진심이셨다. 손님들 보기에 나쁘지 않아야 한다며, 다이어트도 열심히 하시고, 옷도 예쁘게 입으시고, 화장도 항상 빨간 립스틱으로 포인트를 주시는데, 눈뜬 나보다 훨씬 깔끔하게 입술선을 그리셨다. 물론 수입도 좋으셔서 식구들한테 잘해 줄 정도는 되셨다. 솜씨도 어찌나 좋으신지 한 번은 총각김치를 담았다고 나눠주시는데, 그게 너무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선천적 전맹은 오히려 후천적인 경우보다 살기가 더 낫다고 하셨다. 하지만 색깔 같은건 정말 궁금하다고... 그래도 누군가의 도움을 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항상 그걸 미안해하셨다. 하지만 항상 유쾌하시고 성격 좋으셨던 이모님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도와드리는게 전혀 힘들지 않았다.

맹인의 글을 읽으며 눈 밝은 사람으로서 상대적 안도감을 얻는 차원같은게 아니라, 승리씨의 글은 글로써 매력이 있다. 올림픽 메달 딴 선수들이 들려주는 고생에서 우러나오는 인생담 같은 거랄까. 좋은 에세이 한 편 읽는 것은, 밥먹어 얻는 것과는 다른 묘한 포만감을 준다. 그런 느낌을 갖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이지랄맞음이쌓여축제가되겠지
#조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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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4-08-11 14: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물선 님은 늘 제가 읽고 싶은 책을 먼저 읽으시는데
저는 언제 읽을지 기약이 없네요. 이책도 님의 글을 읽으니 엄청 읽고 싶다요!! 😭

보물선 2024-08-11 16:08   좋아요 0 | URL
이 북도 있으니 수월하실거예요. 저도 이 책은 이 북으로 봤어요. 글을 공부하지 않은, 날것의 글이 참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