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하이드 > 쉿! 여자, 책읽다.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읽는 독서의 역사
슈테판 볼만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멋지다!
제목 : 책 읽는 여자 위험하다
'책과 나 사이에 당신이 들어올 빈자리는 없다!'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읽는 독서의 역사)

위의 원서 표지 그림은 비토리오 마테오 코르코스'vittorio matteo corcos 의 '꿈'이란 그림이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바닥에 흩어진 장미는 지난 여름 순결을 잃고, 사랑과 작별한 그녀를 말하는지도 모른다. 이별은 그녀를 성숙하게 만들었다. 책의 한 장을 덮듯, 그녀는 인생의 한 장을 덮었고, 그만큼 성장했다. 이 그림의 제목은 '꿈' 이지만, 당당하게 고개를 치켜든 그녀의 모습은 꿈꾸는 모습이 아니다. ' 책 읽는 이 여자는 결코 꿈꾸는 사람이 아니다'

번역서 표지의 그림은 라몬 카사스 이 카르보Ramon Casas y Carbo의 '무도회 이후' 라는 그림이다.
같은 주제의 잡지 선전화보로 역시 나른한 표정으로 안락의자에 누워 한 팔을 늘어뜨리고, 다른 한 팔로 책을(편지) 집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다.

콜레트는 독서의 상태를 '고상한 고독' 이라고 했다.
'독서는 유쾌한 고립 행위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예의 바르게 자신을 접근하기 힘든 존재로 만든다.'
라는 말에 무릎을 탁 치며 공감하는 사람은 나 뿐은 아닐꺼다.

독서광들이 좋아하는 '책' 에 대한 재미있는 '책' 들이 많다.
문학과 미술을 연결해서 재미있게 풀어낸 책들도 많다.
이 책은 전자에 더 가까운데, 더 세밀하고, 은밀하다.
그 표지와 카피만으로도 덥썩 사서 후회가 없지만, 그 외에도 '독서' 에 대한, 아니 좀 더 구체적으로 '독서하는 여.자. 그림' 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모르고 있었던 완전히 새로운 사실들은 없다. 다만, 머릿속 이쪽, 저쪽 정리되지 않은채 들어가 있던 사실들에 다리를 놓아 하나의 마을이 될때 그 쾌감.
'독서' 가 '소리 내어 읽는 것'에서 지금의 '소리 내지 않고 은.밀.하.게. 읽는 것' 으로 넘어오면서 외부 세계와 소통하던 행위에서 외부 세계와 단절된 행위로 넘어오면서, 그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들을 화가들은 역사속에서 끊임없이 때로는 부러 드러내어, 때로는 아슬아슬하게 그 내면을 포착하여 화폭에 담고자 했다.  
단순히 '책 읽는 여자' 그림들을 좋아라 했던 것에서  그 그림들이 말하는 바를 읽게 되는 것은 배로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 '책을 읽는 나' 의 이야기와 18세기 '책을 읽는 그녀'의 이야기는 같고도 다르다.

이 책을 읽는 것은 ' 책을 읽는 여자들 그림으로만 이루어진 회랑이 있는 상상의 박물관'을 느릿느릿 산책하는 것'과 같다. 책 속의 흥미롭고, 도발적이고, 생각거리를 무한히 가져다주는 그림들, 사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책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책이다.

* 가끔 괴상한 문장들이 있어서 별 한개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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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mannerist > 20050910_백건우 베토벤 소나타 공연후기

 아마 올 하반기 서양고전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의 최대 화제 중 하나는 백건우 선생님이 DECCA레이블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프로젝트를 시작했는 걸거다. 한 작곡가에 깊이 몰두하는 백건우 선생님은 라벨의 피아노곡 전곡,, 프로코피에프,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 녹음을 하면서 그때마다 좋은 평 - 이 말로 백건우 선생님의 행적을 수식하는 건 사실 실례다 - 을 받아왔기에 그만큼 기대도 되고. 모든 피아니스트들의 꿈 중 하나 아닐까.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그것도 메이져 음반사에서 낸다는 건.

여튼간에. 그 프로젝트의 첫빠따로 나온 이 음반, 백건우 선생님의 베토벤 중기 피아노 소나타 음반에 대해 들려오는 평이 하나같인 찬사 일색이다. 특히나, 매너가 좋아하는 23번은 리히테르의 그림자가 겹쳐보인다는 말에는 귀 쫑긋해질수밖에 없었으니. 작년 모처에서 '열정' 을 기가 막히게 두들겨대셨다는 말에 반신반의하기도 했지만 그건 핏줄 비슷한 사람끼리 해주는 덕담에 가깝겠지 어림짐작했었다. 그래도 궁금한 건 궁금한거라. 마침 부산에서 백건우 선생님의 연주 스케줄이 잡혀있기에 별 망설임 없이 예매. 3만원짜리 A석은 다 동나고 5만원짜리 S석이 있다. "음악을 듣는데 있어 눈은 방해가 될 뿐이다"라는 리히테르의 말이 기억나 역부러 피아니스트의 손모양새가 잘 보이지 않는, 그러나 소리는 명확히 퍼져나올 왼쪽 앞자리.

여튼간에 자리잡고 두근두근. 공연시간을 기다린다. 개 우라질리스틱 코리안 타임은 여지없이 적용되고. 다섯시 다 되었는데도 1/3이 비어있다. 매너가 예매했을때 90%정도가 매진이였는데. 종 치고도 느릿느릿 꾸역꾸역 밀려드는 포유류들은 대체 뭐냐고.

좌우간 드디어 시작. 무대 저편에서 백건우 선생님 걸어나오시자 밀려드는 박수소리. 응? 근데 걸어나오시다 만다. 무대 조명이 너무 밖아서인지 천정을 가리키고 뭐라뭐라 말씀하시는 백건우 선생님. 잠시 후, 거의 피아노 건반이 보일락말락한만큼 어둑어둑하게 조명을 줄이고 나서야 다시 걸어나오신다. 그 헤프닝에 잠시 웃음.

그때 매너 머리를 스치는 리히테르의 말. "음악을 듣는데 있어 눈은 방해가 될 뿐이다"

역시나. 그렇다는데. 그럼 거기에 응해주는게 음악 듣는 이의 자세겠지. 빙긋 웃으며 매너는 안경을 벗어버리고 눈 감아버린다. 피아노 치는 대가의 모습을 눈에 못 담는 게 아쉽기도 하지만 쓸떼없는 감각 끊어버리는 게 음악에 집중하긴 더 좋겠지. 하는 순간. "비창"의 첫 화음이 울린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첫 화음을 어떻게 짚는지 들으면 대강 분위기 파악이 되는 곡이다. 쿵- 이 아니라 궁- 이다. 기대했던 것 만큼 육중하게 짚지 않는다. 비통한 느낌을 과장하지 않고 덤덤하게 하나하나 소화하는 느낌. 좋게 말하면 이렇게 나쁘게 말하면 조금 밋밋했던듯. 손에 힘을 빼고 사뿐사뿐 건반을 짚어나가는 느낌이었다. 소리없이 숨죽여 슬픔을 삼키는 모습을 묘사해내고 싶으셨던걸까. 좀 힘있게 몰아쳐야 할 부분에서 끝까지 밀지 않고 그 앞에서 한 발자욱 물러서는 느낌 때문에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더라. 아니면, 매너가 너무 러시안 피아니스트들의 '비창'에 익숙한 탓인가? 근데 "비창"이란 제목 자체가 그렇듯이 - 더구나나 베토벤이 직접 인 제목 아닌가 - 밀 때 확실히 미는 게 정답. 이라고, 에밀 길렐스의 스튜디오 녹음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여튼간 조금 아쉬운 연주. 실연에서만 들을 수 있는, '비창' 멜로디, 그 극적 대조를 누린 게 어디냐 싶긴 하지만.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번.

멜로디가 상쾌한 느낌이 들어 8번과 함께 초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중 매너가 좋아하는 곡. 여기서부터 백건우 선생님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확실한 극적 대비와 '이때다'싶을 때 끝까지 밀어내는 느낌이 정확히 들기 시작했다. 피아니시모와 포르티시모 사이의 무한하다싶은 대비와 간격에 넋을 잃으면서도, 무겁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더라. 상쾌하고 화려한 느낌의 주 선율을 잘 살렸던게 기억에 남는다. 듣는 내내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연주. 드디어 웃으며 박수를 치는 매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6번.

매너도 잘 안 들어본 곡이라... 그냥 눈 감고 듣다가 잠시 졸아버리다. -_-;;;;;;;;;;; 
그래도 그 기분좋고 행복한 느낌이란...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 "열정"

드. 디. 어. "열정"이다. 가슴 두근두근. 드디어 도입부. 따~ 라라~  헉- 했다. 건반을 아주 여리게 짚어나가신다. 어느 정도의 드라마를 만들어 내시려고 하시나... 하는데. 순간 귀를 의심했다. 격렬한 화음을 왼손 오른손 할 것 없이, 묵직하게 그것도 거의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쌓아간다. 템포나 분위기는 제르킨에 가까운데 묵직하게 건반 짚어나가는 느낌은 정말 리히테르나 길렐스에 닮아 있다. 듣기 부담스러울 정도의 박력을 유지하면서도 전체 멜로디 구성은 이상스러울 정도로 편안하다. 그리고 한 소절 한 소절, 한 음 한 음 살아 꿈틀대는 느낌이라니...

어느새 1악장 마지막. '폭발'이라는 말 이외에 설명할 도리가 없다. 무시무시한 속도와 박력으로 몰아친 다음 다시 한없이 여린 목소리로 멀어지더라.

그리고 주제와 변주를 주고 받는 2악장. 여리게 시작하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점점 빨리지면서 '열정'의 불꽃을, 그 불씨를 보이지 않게 이어나간다. 이제껏 들어본 2악장 중 가장 빠른 템포였지만 조급하다기보다는 3악장에 폭발에 대비해서 도화선까지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옮겨가는 느낌. 딱 리히테르의 프라하 실황 2악장의 감성. 그리고 드디어 도화선에 불이 옮겨붙었다.

!

페달을 깊게 밟지 않고 다소 드라이하게 같은 화음을 두드리면서 시작. 이거 정말 리히테르 프라하 실황 분위기잖아. 하는데. 정말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속도와 미친듯한 열기가 불어닥친다. 이제껏 들었던 그 어떤 "열정"보다 빠르고 격렬하다. 정말 '제대로'미쳐 돌아간다. 시간이 흘러가는게 아깝기 그지없지만 그걸 인식조차 못할 정도로 멍- 하니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드디어 코다. 무슨 말을 붙이는데 군더더기다. 그런 묵직함과 속도가 가능하다니... 이건 번스타인의 차이콥스키 4번을 이야기할때 매너가 쓴 표현이지만, 석유 드럼통에 불붙인 다이너마이트 던져넣은 모양새라는 말 밖엔... 아... 그리고 끝.

코리안 타임에 연주중에도 움직이는 매너 없는 사람들 많았지만, 음악 콩나물 대가리도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그 분위기만은 감지했는지, 사람들 모두 폭발한다. 미친듯한 환호성과 기립박수. 매너도 홀린듯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쳐 댔으니. 매너 좋으신 백건우 선생님, 커튼 콜 몇 번을 받으시고 아주 낭만적이고 아련한 앵콜곡 한 곡까지 선물해 주시다.

역시나. 나오니깐 사람들 구름같이 모여서 사인 받으려 줄 서있고, 백건우 선생님 CD판매대에서는 미친 듯이 사람들이 CD를 사고 있다. 그거 자제하느라 혼났다. 사인을 받을까 하다가 에이 뭐... 이정도 선물도 감지덕지지. 하고 한 발자욱 물러서다. 예전 풍월당에서 프로코피에프 협주곡 CD에 받은걸로도 충분한걸. 더 욕심 부리면 아니되지...



역시나... 그 힘든 연주 하시고도 우리의 백건우 선생님, 한시간동안 팬들과 사진 찍어주시고 같이 웃어주시며 마지막 팬까지 사인 다 해 주셨단다... 아...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앞으로도 많은 연주자들의 많은 곡 많이 음반 남겨주시길... ^_^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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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생각하는 너부리 > 결혼에 대한 따뜻한 시선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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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우리의 삶에 있어 중대한 일(인륜지대사)에 속하며,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만큼 결혼에 대해서는 누구든 하고픈 말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결혼에 대한 책들도 많이 있는데 그것들은 대강 다음의 세 가지 부류로 나눠볼 수 있다.

1. 결혼을 전투로 바라보는 책(결혼은 현실이다),

2. 결혼을 달콤한 환상으로 생각하게 하는  책(결혼은 둘이 하나되는 것이다),

3. 결혼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책(결혼은 해도, 안해도 후회다).

이런 책들을 읽고 나면 결혼한 내 입장에서는 혼자서 잠자는게 두려워진 내가 너무 의존적인건 아닌가 반성하거나 늘 티격태격하는 내 결혼생활은 뭔가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의심하거나 아직 결혼하지 않고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는 역시 대강 세 가지 반응을 하게 된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나면 결혼생활이란게 말처럼 간단하게 독립적이고 동등한 두 사람의 관계라거나 하나보다는 행복한 생활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된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두 성인이 만나 같은 공간, 경험을 공유하며 생활해나가는 것이니 만큼 꽤 복잡한 감정의 교류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에쿠니 가오리는 결혼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단정짓기 보다는 그저 나와 다른 한 인간의 존재를 인정하며 그와의 관계에서 현재 내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누리는 편안하고 따뜻한 인간관계로 그려내고 있다. 예를 들어,  작가이기 때문에 따로없던 주말이란 개념을 회사원인 남편을 통해 갖게 되고, 주말이란 시간을 즐기게 되며, 여행을 가겠다는 말에 어디로 가냐든지 언제 가냐와 같은 질문대신 대뜸 밥은? 이라는 말을 하는 남편을 미워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포도의 씨까지 빼줘야 포도를 먹는 남편에게 그럼 먹지마 라고 말하는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 해주고 함께 기쁨을 나눈다. 다른 배경의 두 사람이 만난 이상 그 사람도 나도 잘못하는 부분이 있고 원망스러운 부분이 있는건 당연하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상대의 잘못에 화내고 내가 손해본다는 생각보다는 상대방을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여유있는 결혼생활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결혼에 대해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시선이 신선했다. 결혼이란게 어려운 이유가 한 번 하면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감의 탓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그녀는 미래를 바라보기 보다는 현재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가질 수 있는 행복에만 집중함으로서 서로를 얽매지 않는 편안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결혼생활에서 이래야 한다는 룰 같은건 없는 거 같다. 그저 함께 있어 누릴 수 있는 기쁨을 누리고, 서로를 편안하게 해주면 그걸로 최선이 아닌가 싶다.  물론 결혼 생활의 최대 난점인 아이 문제가 이 책에는 등장하지 않아 아이를 가진 부부는 너무 안이한 글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꼭 아이문제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결혼을 두 사람의 인간관계로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글 인거 같다. 더불어 남편에 대해 쓴 글들이 참 재미있다. 결혼하고 싶은 사람, 결혼에 관심없는 사람, 결혼한 사람 모두 재미있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읽으면서 일본의 3대 여작가에 속하는 사람의 결혼생활도 별 수 없군, 피식 웃게 되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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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생각하는 너부리 > 시작이 있으면 끝이,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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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던 에쿠니 카오리가 이번에는 헤어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좀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한때 사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아무 느낌도 느낄 수 없"게 되는 '정떨어짐'을 이야기 하고 있다. 늘 사랑의 시작과 사랑의 진행에 대해 말해왔기 때문에 이번 책은 읽으면서 마음이 좀 허전하고, 갑자기 현실로 확 끌어당겨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소설속의 남자는 참으로 자상하고 부드럽지 않았던가, 소설속의 여자는 참으로 아름답고 애틋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들의 사랑은 영원히 변치않을 듯이 보이지 않았던가. 그래서 이런 사랑도 있을거야 위안받고 부러워했는데.

그런데 그녀는 소설속에서까지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랑의 변색을 소설속에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사랑이 끝난 사람들은 참 메마르고 삶이 무의미해 보인다. 여자는 이제까지 함께 살아온 남편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고, 늘 뻔한 말다툼과 화해가 반복될 뿐 도무지 전진이라곤 없다. 언젠가 사랑이 끝날 것임을 예견하고 있기에 행복한 지금 이순간처럼 내내 이대로이길 간절히 바란다. 이혼하기로 합의한 상태에서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시댁을 찾은 아내는 평소에도 좋지 않았던 시댁식구가 한층 지겨워진다. 돈독한 가족의 행복한 아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여자는 그러나 백화점에서 가족들의 물건을, 레스토랑에서 가족들의 도시락을 사서 묵직하게 들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며 스스로를 속이기 위해 가장하고 있을 뿐이다.

소설속의 주인공들처럼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이지 우리들 스스로도 사랑에는 끝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영원한 사랑 따윈 어렵다는 거 잘 알고 있기에 우리가 영원한 사랑을 흠모하는거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조금 기운 빠지지만 사랑의 끝을 잠잠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겠다. 최소한 스스로를 속이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을까. 아니라고 아니라고 부정하다 보면 더 헤어날 수 없는 나락으로 추락해버릴테니까.

다행인건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을 거라는 사실이다. 사랑에 끝이 있으면 또 다른 사랑이 시작될 수도 있겠지. 어쩌면 영원한 사랑이란건 그런게 될 수도 있겠다. 하나의 사랑이 끝나면 다음 사랑이 시작되어 영원히 여러가지 사랑을 지속할 수 있는 거. 사랑이 많은 사람일수록 사랑없이는 못산다고 하니 굳이 한 사람과의 영원한 사랑을 꿈꾸기 보다는 늘 새로운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편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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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연재소설님의 "어.나.벨 작가의 말"

선생님 뉴욕가실땐 아고~ 한참 후에야 오시겠구나.. 했는데 제게는 참 일년이 빨리 간 것 같아요. 선생님께는 어떠셨을까요?... 아침 라디오에서 선생님 목소리 듣고 그냥 옆에계 신 것처럼 느껴져서 진짜 뉴욕 가신것 맞나? 하는 촌스런 생각도 해봤고 선생님 영어책 모셔다 놓으며 공책에 한번 적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지요. 물론 못읽었지요. 제게 영어라니요~ ㅎㅎㅎ 여행은 돌아올 자리가 얼마나 포근한지 느끼기 위한 떠남이라 생각합니다. 맨날 있던 자리가 지겹고 일상이고 별거 아니라 느껴질때 잠시라도 다녀오면 집이 주는 편안함이 이렇게 좋은거구나~ 하면서 일상을 견딜수 있게 해주는것 같아요. 집떠나 일년이셨으니 얼마나 집이 반가우실까 싶네요^^ 노바디님 말씀처럼, 앓지 마세요. 혹시 몸살 하시더라도 조금만 하시고 내 집의 편안함을 만끽하시길 바래요. 선생님, 반가와요. 잘 오셨어요!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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