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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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데 한달쯤 걸렸다.
모모의 화법이 워낙 기발해서 쉽게 술술 읽히지는 않는다. 그덕분에 속도가 늦춰져서 오래도록 생각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모모는 열네살이지만 의리 하나는 짱인 녀석이다. 몸을 파는 창녀의 아이들을 맡아서 키우는 일을 했던 유태인 로자 아줌마를 죽을때까지, 아니 죽어서까지 지켜준다. 엄마 아빠가 어떤 사람들인지 알게 되었어도 동요하지 않는다. 어떤때는 한없이 어른스럽다가도, 우산인형 ‘아르튀르‘에 애착을 가지는 거 보면 아직 애기다.

이 책에는 유태인, 아랍인, 알제리인, 세네갈인, 여러곳에서 온 흑인, 프랑스인이 등장한다. 인종간의 갈등이 있지만, 그들 사이의 융합도 있다. 창녀들로 대표되는 하층 여성의 인권문제, 늙어가는 노인에 대한 돌봄노동 문제, 모모와 로자에게 누구보다 도움을 준 사람은 성소수자인 롤라 아줌마였고, 카츠 의사 선생님의 안락사 갈등 등 현대사회에서 제기되는 많은 문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무엇보다 로자 아줌마에 대한 모모의 진심과 모모에 대한 로자 아줌마의 사랑 앞에서,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는 말을 실천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진정한 사랑은 나이도 관계도 성별도 넘어서는 힘이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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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고독
강형 지음 / 난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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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의 이 책은 강형답지 않다.
강형의 실제 이미지는 책표지랑도 어울리고, 제목이랑도 살짝 어울린다. (이런 분들이 술 한잔 하시면 또 재밌으시지ㅎㅎ) 그래서 무척 무게있을 줄 알고 두근두근 읽기 시작했는데!!

소설이 너무 순수하다. 맑다. 동화같다. 담백하다. 문장이 정직하다. 아포리즘도 묵직하지 않다. 3D 애니메이션 영화 만들면 좋겠다. 살짝 반전도 있는데, 그것도 귀엽다. 한국작가 같지 않다.

아.... 강형에게 이런 매력이 있을 줄 몰랐다. 완전 속았다!!

#온전한고독
#강형
#난다
#무슨책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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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사랑
이서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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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받았을때, 외향과 내부 속지, 편집이 이렇게 이쁘고 고급스러워도 되나 싶을 만큼 사랑스러웠다. 트레이싱지(비치는 종이)를 이용한 겹침을 적절히 사용하고 보라빛 타이포가 ˝나 매력적이지?˝ 말을 거는 듯 했다.

책을 읽어보니 겉모습에만 반한 내가 부끄러워졌다. 작가의 글솜씨가 예사가 아니다. 솔직히 에세이는 ˝모˝아니면 ˝도˝다. 글멋만 부렸거나 함량미달인 경우도 있다. 근데 이 책은 문장력이 소설가 못지 않아 오롯이 빠져든다. 평타로만 살아온 내가 그녀의 인생과 생각을 다 받아들일 수는 없었지만, 글에는 홈빡 넘어갈 수 밖에 없어 주말에 홀딱 읽어버렸다. 책 전체가 매력적이다. 섹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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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그림 책 한 권 퇴근 후 시리즈 3
윤정선 지음 / 리얼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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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는 완벽히 우리집 풍경을 재현한다.
나랑 숏다리 슈슈^^~
나 자신이 누구인지 끊임없이 물어봐주는, 한 편만 읽어도 달달한 행복을 주는 기분좋은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그림책을 한 권 한 권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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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에서 만난 음악 - 사하라, 발칸, 아나톨리아 음악기행
신경아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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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3년간 저자의 페북을 통해 여정을 쭉 지켜보았고, 서울에 계실때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덕분에 이미 많은 학습(!)이 되어 있었지만, 출간된 책을 읽어보니 느낌이 달랐다. 세상의 끝에 어떤 음악이 있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정리가 되고, 함께 여행길을 걷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직장생활 오래하면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는 꼼꼼한 문헌조사 습관과, 스스로 타고나신 감각적 예민함과 명민함으로 이야기가 아주 잘 엮어져 있었다. 읽다보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엿볼 수 있다.

부제가 사하라, 발칸, 아나톨리아 음악 기행이다. 이것은 지역에 어떤 국경이 그어졌더라도 민족적 특성은 광범위하게 펼쳐진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 책의 어쩔 수 없는 단점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책에 기록된 음악 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고 별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여행기만으로도 충분히 재밌다는 점이다. 책이 좀 두껍지만 지역이나 나라별로 나누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또 한가지 팁이라면 연필들고 처음 보는 단어나 지명에 밑줄이나 동그라미를 치며 읽으면 훨씬 빠르게 읽힌다. 도전정신을 발휘해 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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