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여자 1 - 20세기의 봄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코뮤니스트가 되어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낸 허정숙, 주세죽, 고명자 삼인방의 이야기를 읽었다. 나는 허씨니깐 허정숙의 관점을 따라 읽기로 했는데, 그 분이 가장 오래 살아계셔서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었다ㅎㅎ

최근에 읽었던 황석영의 <수인>과 한국전쟁과 김일성 집권시기가 겹치고, 김서령의 <여자전>에 나온 실제 빨치산이었던 고계연 할머니의 투쟁기와도 오버랩되며 읽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제주포럼의 김용옥도 코뮤니스트와 김일성에 대해 이 시절 한국근대사 이야기를 한참 강연하고 가셨다.

무엇보다 더 연관되어 생각난 책들은 여기 사진캡쳐를 한 <영초언니>와 <82년생 김지영>이었다. <세여자>까지 이 세 권의 책은 소설의 형식을 차용했지만, 다큐라고 할 수 있을만큼 자료에 치중하여 실제를 반영한 글이라는 특징이 있다.

1920년대, 1980년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굶주리고 고문당하고 멸시당하며 살았던 여성들은 무척 강렬하게 살았다. 그들의 사상과 믿음의 옳고 그름을 떠나, 삶을 개척하고 투쟁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나갔다. 한데 82년생 지영씨가 살고 있는 2000년대의 여성의 삶은 너무나 수동적이어 보인다. 출산과 경력단절, 먹고 사는 문제, 시댁과의 관계, 남성들로부터 행해지는 여러가지 부당함에 힘들어하는 지영씨의 모습은 현실을 너무 잘 반영해서 짜증날만큼이었다.

소설 3권 나열하여 이런 흐름으로 끌고 나가는 것이 너무 큰 비약과 오류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좋겠다. 앞으로 <2001년생 이다영>이라는 소설이 나온다면,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현명하게 살아 나가는 인간의 모습을 담아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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