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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식탁
게리 웬크 지음, 김윤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의과대학교의 게리 웬크교수의 <감정의 식탁>은 그의 주요 연구분야 중 하나인 뇌 기능에 미치는 음식과 약물의
효과에 관한 설명을 하면서, 동시에 뇌를 구성하는 각종 신경전달세포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2장은 주로 향정신성 약물을 다루는 다른 장과는 달리 뇌와 음식과의 여러가지 일반적인 관계를 설명합니다. 일단, 뇌의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노화를 방지하는 불포화지방, 과일과 채소, 플라보노이드 등이 소개됩니다.
하지만 음식이 몸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소개되는데, 바로 비만입니다. 각종 성인병 이외에도 비만이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을
높이고, 산모가 비만한 경우 사이토카인이라는 염증 단백질을 몸과 뇌에 분비하여 태아의 뇌발달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소개됩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왜 비만하게 될까요? 그것은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뇌에서 생성되는 엔도르핀이나 카나비노이드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우리 뇌가 먹을 것이 부족한 시기에 진화하여, 먹을 수 있을 때는 뭐든 먹어두려는 유전적 습성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의 몸은 비만을 막는 장치를 가질 수 있을 정도까지는 진화되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이 책이 권하는 노화 과정을 늦추고 암
발병률을 줄이며 건강을 향상시키는 유일하게 효과적이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인 칼로리 제한 (소식)을 생활화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대뇌 피질과 해마, 기타영역에 존재하는 아세틸콜린성 신경세포는 학습과 기억, 주의력과 기분상태를 통제하며 움직임을 조절하는데, 아세틸콜린성
신경세포가 죽어가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기억력 쇠퇴 이외에도 거의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게 됩니다. 시냅스에 방출된 아세트콜린은
(수용체를 연구하기 위한 화합물의 명칭을 딴) 무스카린성수용체와 니코틴성 수용체에 작용을 일으키는데, 이 들 수용체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역시 니코틴입니다. 니코틴은 탁월한 지용성 덕문에 몸에 흡수가 잘 되는데, 입이나 손상되지 않은 피부를 통해서도 흡수되어
2~7초만에 폐를 통해 뇌에 전달된다고 합니다. (뇌의 기능과는 무관하지만, 담배연기를 들여마시지 않아도 피부를 통해 폐를 상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니코틴은 소량 사용하면 좌반구를 활성화해 정신적 자극과 각성의 느낌을 유발하지만, 다량 복용하면 우반구를 더
활성화해 진정효과를 낸다고 합니다.
신경전달 물질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은 감정조절 외에 많은 일을 하는 화학물질로, 노르에피네프린은 주로 각성과 관련된 작용을 하고,
도파민은 보상과 관련된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는 각종 각성제와 마약이 소개됩니다. 비슷하게, 시각정보와 청각정보를 여과하는 작용을 하는 물질은
세로토닌인데, 이의 분비를 약화시킨다면 환각을 경험할 수 있게 되는데 그 예로 LSD가 소개됩니다. 또한 저자는 세로토닌 수용체의 많고 적음이
각 개인의 신앙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단순 아미노산은 각각의 신경세포를 활성화하거나 비활성화하는 일을 하는데, 이는 흥분성 아미노산 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와 억제성 아미노산
신경전달물질 GABA의 작용을 받아 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이루어집니다. 글루타메이트는 신경세포 간의 연결을 만들거나 (불필요한 연결을)
끊어내며 다른 신경세포들의 작용을 촉진하는데, 다시 말하면 뇌의 가소성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이와 반대로 GABA는 신경세포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뇌 전체에 골고루 분포하고 있어 GABA수용체의 기능을 촉진하는 약물은 뇌의 모든 영역에서 신경세포의 활동을 둔화시키는데,
대표적인 것은 알코올입니다.
그 밖에 내인성 카바노이드 신경물질은 도취감을 느끼게 해주는데 관련된 물질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마리화나입니다. 카바노이드 수용체를
자극하면 뇌졸증, 만성통증, 신경염증에 따른 피혜를 예방할 수 있고, 놀랍게도 노화에 따른 기억 손실 또한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아세틸 콜린과 글루타메이트의 역할을 방해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수명과 각성에 영향을 주는 물질 중 하나는 히스타민이고, 항히스타민제는 우리를 각성시키는 히스타민의 역할을 방해합니다. 또한 위에서
언급된 GABA의 작용을 강화하는 물질도 항히스타민제와 비슷한 효과를 냅니다. 이 장에서는 우리가 잘 아는 커피에 대해 소개되었는데, 각성효과
이외에 충치예방, 당뇨예방, 항산화 효과 등이 있는 것이 언급됩니다.
비교적 분량이 적은 책(부록포함 255페이지)이지만, 책이 제공하는 정보가 많아서 정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책 중간중간에 저자의
번쩍이는 유머가 숨어있어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각종 약물의 힘을 빌리면 지능을 높이고, 노화를 방지하고 건강을 키우는
것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보다 간단하면서도 경제적인 방법을 택할 것을 권하는데, 바로 '음식을 덜 먹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