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학생들은 더 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
파리드 자카리아 지음, 강주헌 옮김 / 사회평론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CNN에서 몇 번 본 적이 있는 파리드 자카리아의 인문학에 관한 책입니다. CNN에서 몇 번 얼굴을 보기는 했지만, 어려운 내용을 다루는 방송에 나와 제대로 본 적이 없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21세기의 가장 중용한 인물 21명 중 한명으로 손꼽히는 외교 정책가라는 것을 알고 조금 놀랐습니다. 



책 제목에서 하버드를 언급한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하버드하고 직접적인 관계가 없고, 제목도 인문학이 위기에 빠졌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내용으로 사실과 다릅니다. 저자가 자신의 아내가 졸업하기도 한 세라 로런스 칼리지에서 졸업식 축사를 하면서 호평받은 내용을 보완하여 쓰여진 것이 이 책입니다. 세라 로런스 칼리지도 처음 들어 보는 학교라 위키디피아를 뒤져보니, 미국대학 중 25위 정도에 들 정도의 사립 리버럴 아츠 스쿨이라고 합니다.


책의 앞부분은 저자가 인도에서 자라고 공부하면서 예일대학교에 진학하는 과정과, 인문학에 애정을 가지게 되는 과정을 재미있게 적으면서 시작되어 무척 재미있고 즐거운 마음으로 책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2부는 교양교육과 대학교육의 역사, 책 읽기, 최근 미국에서의 교양 교육에 대한 인식 등에 다양한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드디어 3장에서 교양교육의 중요성이 이야기됩니다. 흔히들 교양교육은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교양교육의 핵심적인 장점은 글쓰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생각과 글쓰기는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명확히 글로 써내려면 먼저 명확히 생각할 수 있어야하는 것 처럼 두 과정은 불가분하게 뒤얽혀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몇가지 예가 소개됩니다. 칼럼리스트 월터 리프먼이 어떤 특정한 사건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요청받았을 때 "그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그 사건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없으니까요"라고 대답했다거나, 아마존닷컴의 설립자 제프 베조스가 고위 중역들에게 종종 6페이지의 길이로 메모를 작성하라고 요구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 것이 소개됩니다. "완전한 문장을 작성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단락마다 핵심적인 문장이 있어야 합니다. 명확한 생각이 없다면 한 편의 이야기처럼 꾸며진 6페이지의 메모를 결코 써낼 수 없습니다."


이와 연관하여 <@좌절+열공>에서 만화가 강풀이 스토리를 짜기전에 스토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 것이 생각납니다. 예를 들면 <매트릭스>는 한 남자가 이 세상이 모두 가상현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이고 <타이타닉>은 절대 침몰하지 않을 것 같은 큰 배가 침몰하는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강풀이 스토리를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을 만큼 스스로의 생각을 명확하게 할 수 있기에 그의 작품이 모두 뛰어나게 된 것임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 밖에도 교양교육의 장점은 말하는 방법, 학습하는 방법,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입니다. 이와 연관하여 오늘날 산업과 직업의 세계가 순식간에 변하는 것을 고려하여 앞으로는 지금까지 익힌 기능과 방법을 새로운 과제에 꾸준히 적용할 수 밖에 없는점을 지적하면서, 교양교육이 학생들에게 첫번째 직업만이 아니라 여섯번째 직업을 준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주는 점을 지적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다음은 인터넷의 발달을 통해  Khan academy나, 코세라, edx등의 온라인 공개강좌를 통한 교양학습이 가능해진 점과, 현 시대의 분위기로 인하여 내적인  지식을 깊이 파헤치는 데 관심이 적고, 자기위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현대의 젊은 세대 (미제너레이션)가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가하는 시간과 노력이 줄어들면서 생긴 교양교육의 위기에 대해 언급하면서 책은 끝이 납니다. (결론이 희미해서 조금 이상하긴 합니다.)


대학생들은 취업난으로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고, 자본주의 체제가 요구하는 스펙을 맞추기 위해 현재는 인문계열 학과를 멀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이러한 문제로 인한 인간성의 상실 등의 위기를 넘어서고자 인문학 자체의 붐도 어느 정도는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근시안적인 시각을 버리고 멀리 내다보는 사고를 해서, 인문학이 주는 가치를 외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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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2-29 2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문학을 사랑하는 이XX 작가가 읽어봐야 할 책이군요. ^^

서니데이 2015-12-30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앤드류대디님, 오늘도 편안한 밤 되세요^^

마키아벨리 2015-12-31 0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니데이님 2015년 잘 마무리하시고 새해 희망차게 맞이하세요

서니데이 2016-01-01 0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앤드류대디님, 새해 인사드립니다.
지난 해 좋은 책을 많이 소개해주셔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새해에는 건강하시고, 좋은 일들 함께하셨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6-01-01 0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