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림 속 소녀의 웃음이 내 마음에 - 새로운 명화, 따뜻한 이야기로 나를 안아 주는 그림 에세이
선동기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3월
평점 :
미술에 대한 이론이나 사조에 대한 이야기 없이 그림보고 느끼는 감상을 물 흐르듯이 쓴 글의 모음이다. 보자마자 마음에 떠오르는 이비지가 있는 난해하지 않은 그림을 대상으로 적은 글을 모아서인지 책에 실린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림을 통해 사람들이 세상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는데, 현대에는 사진이 이런 역할을 많이 하면서 그림들은 난해하게 바뀌어진 것 같은데, 이 책에는 난해한 그림은 하나도 없다.
국내에서 해외 유명 미술작품의 전시회를 할 때 가능하면 찾아가서 감상하려고 하는데, 유명 화가의 작품과 함께 전시되는 그림들이 이 책에 많이 포함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가의 이름이나 작품명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쩐지 한 번은 본 듯한 친근한 그림들이들이 많이 실려 있다.
많은 그림들 중에서 더 인상에 남은 그림들을 소개한다.
니콜라이 두보브스키의 무지개는 나룻배를 타고 가는 어부가 바다 넘어 떠 있는 무지개의 모습을 바라 보는 그림인데, 시대가 바뀌고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내일을 기다리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심정과 통하는 그림이 아닌가 생각된다. 저자는 살짝 부정적인 글을 썼지만, 그의 감상과는 관계없이 새로운 희망을 담은 그림이라고 생각되는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한스 토마의 오누이는 나가 놀고 싶은 남동생과 그를 붙잡아서 공부시키는 누나를 담은 그림이다. 주말에 아이를 붙잡아서 공부시키는 나 자신의 모습이 느껴지는 그림이라 생각되어 인상에 남았다. 나 자신이 이 그림을 보고 어쩐지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쩐지 아이를 붙잠아 공부시킬려고 하는 내 모습도 다른 사람이 보면 우습다고 생각할 것 같다.
헨리 오사와 타너의 밴조 수업은 작년에 읽은 매직 스트링의 한 장면 같은 그림이다. 소설의 주인공 프랭키 프레스토가 처음 기타를 배우는 모습이 참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직 스트링과 비슷하다는 느낌말고도 예술을 전수하는 노인과 아이의 모습에서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주는 훌륭한 그림이라고 생각되는데, 저자의 글에서도 이 그림이 화가의 최고 걸작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크리스티안 크로그의 엄마와 아이는 아이를 재우고 나서 골아 떨어진 엄마의 모습을 담았는데, 우리 아이가 아기일 때 똑같이 와이프가 비슷한 상황에서 그림 속의 엄마와 같이 쓰러져 잠든 모습이 생각났다. 몸은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되는데, 그 때를 다시 한 번 기억을 살릴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한스 달의 눈부신 풍경, 필립 칼데론의 깨진 맹세, 스벤 리카르드 베르그의 북유럽의 여름 저녁 등은 풍경을 바라보면서 사색에 잠긴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특히 베르그의 그림은 어쩐지 라라랜드의 한 장면인 듯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멋진 그림이었다.
마지막으로 비렘 비첸의 한밤의 워털루 다리는 안개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도시의 새벽을 그렸는데, 앞 날을 알 수 없어 약간은 불안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날의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새벽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저자는 모호한 것 속에서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찾기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는데,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비슷한 기대를 가지고 있어 이 그림이 마음에 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