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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 세계적 물리학자 파인만이 들려주는 학문과 인생, 행복의 본질에 대하여
레너드 믈로디노프 지음, 정영목 옮김 / 더숲 / 2017년 3월
평점 :
어린시절 우연히 접한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책을 보면서 물리학에 흥미를 느껴 이 분야로 진로를 정한 레너드 몰로디노프는 버클리에서 학위를 하면서 훌륭한 연구를 한 결과 파인만이 있는 칼텍의 연구원으로 일할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진로와 역량에 회의를 품게되면서 연구방향을 잡지 못하고 약간의 방황을 하게 되는데, 그 시기에 자신이 물리학에 시작하게 된 동기를 준 파인만에게 인생과 학문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자신의 인생의 방향을 다시 잡게 된다.
오랜만에 과학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책에 흠뻑 빠지는 경험을 했다. 물론 과학 자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과학자가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보는 에세이라서 읽는데 어려움을 없었지만 과학이나 학문을 하는 자세를 다시 바로 잡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은 멘토에 관한 이야기이다. 멘토라는 말이 예전에 비해 요즈음은 많이 쓰지만 우리 인생에서 참된 멘토를 발견하기는 쉽지않은 것 같다. 특히 학생시절이 아닌 직장생활에서는. 우리나라는 멘토라는 말 대신 사수라는 말이 더 흔한 것처럼, 직장 선배라면 도움을 주기보다는 부려먹거나 놀리는 악역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이 책에서 만나는 파인만은 다른 책에서 만나는 파인만과는 다른 모습이다. 유머감각은 여전하지만 노년의 나이에 암투병을 하고 있어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조금은 우울한 느낌도 주지만 인생이나 학문 등의 문제에는 훨씬 진지한 분위가 느껴진다. 이 시기에는 파인만과 정반대 성격인 머레이 겔만이 등장한다. 이 책에 나온 분류를 따르면, 머레이 겔만은 물리 현상 밑에 깔린 질서에 촛점을 갖춘 그리스인이었고 파인만은 현상에 촛점을 맞춘 바빌로니아인이었다. 이렇게 성격이 다른 두 물리학의 두 기둥을 접하면서 저자 레너드 몰로디노프는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게 되는데, 성격이 다른 그 두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자신이나 아내의 암투병으로 몸과 마음에 고통을 받으면서 묘한 공감을 이루는 분위기를 느끼기도 한다. 이 두 사람의 애매한(?) 힘 겨루기를 느끼는 것은 이 책에서 느낄 수 있는 큰 재미 중 하나이다.
현재는 물리학의 새로운 분야 로 완전히 떠오는 초끈 이론의 창시자 중 슈워츠가 주위 사람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모습이 책 중간중간 소개되는 것도 무척 흥미롭다. 저자는 파인만과 함께 자신의 인생에 대한 고민을 나누다가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라는 충고를 얻게 되고 따르게 된다. 그 후 오랜 시간이 흐르고 자신이 파인만과 나눈 대화를 녹음한 테입을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 책을 내놓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당대의 대가와 인생과 학문에 대해 논할 기회를 가져던 저자가 정말 부러웠다. 또한 책 속에서 느껴지는 칼텍의 분위기에서 학문에 대한 열의를 다시 느끼게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책을 읽으면서 행복감을 느꼈다. 그런 이유인지 비슷한 시기에 나온 파인만에 관한 다른 책도 꼭 읽으면서 다시 한번 행복감을 느끼고 싶다.